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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경제는 성장하는데 왜 고용은 안 늘까

경제성장률 2.8% 이상 지속…최근 고용 부진은 경기보다 다른 요인에 영향

2018.06.18(Mon) 09:32:50

취업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비즈한국] 최근 발간된 책 ‘GDP 사용설명서’를 읽으며, 국내총생산(GDP)을 계산하게 된 것이 얼마나 큰 ‘발전’이자 ‘발견’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사이먼 쿠즈네츠는 (영국의 경제학자) 클라크와 비슷한 동기를 가지고 활동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는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에 빠진 경제 상태에 대해 좀 더 분명하게 알고 싶어 했고, 전미경제분석국(NBER)에 국민소득 추계 자료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쿠즈네츠는 클라크의 방법을 발전시켜 미국 경제에 적용하는 일을 맡았는데, 나중에 이 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다. 쿠즈네츠는 갖가지 통계가 어떤 상황에서 수집되며 그로 인한 오류는 무엇일지를 면밀히 따져 보면서 꼼꼼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집계했다. 

 

1934년 1월 의호에 제출한 그의 첫 보고서에서 미국의 국민소득이 1929~1932년에 절반이나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5센트에 팔리던 쿠즈네츠의 보고서는 경기가 침체된 상황임에도 베스트셀러에 올라 초판 1쇄 4500부가 금새 매진되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새로 도입한 경제 회복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이 보고서를 인용했고, 1938년 추가경정예산을 의회에 제출할 때에는 (쿠즈네츠가 작성한 GDP) 갱신 자료를 사용했다. 국민회계의 역사를 조망한 대부분의 연구에서 지적하듯, 경제 전체를 포괄하는 국민소득의 추계값을 확보하게 된 것은 정책 운용의 폭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다. 

 

루스벨트 이전의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아쉬운 대로 주가지수와 화물수송량 같은 통계를 이용했다. 이런 정보는 나라 전체의 경제 산출량이 단 몇 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권위 있는 숫자에 비해 ‘행동지침’으로서의 설득력이 강하지 못하였다. -책 26~27쪽 

 

경제가 얼마나 침체되었는지 측정하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정확한 대응도 불가능하다. 특히 1929년 초반, 물가가 급락하고 성장률이 -10%에 육박할 때 적기에 경기 부양정책이 시행되었다면 대공황이 그토록 긴 시간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경제사학자들이 많다. ​

 

대공황 전후 미국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세인트루이스 연준


물론 이상과 같은 공로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당장 주부의 가사노동이 GDP 통계에 편입되어 있지 않다거나, 혹은 GDP가 높은 나라의 국민이라고 해서 다른 나라에 비해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등 다양한 비판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DP 통계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적인 예가 아래의 그래프로, GDP 성장률과 취업자 수의 변화를 보여준다. 

 

GDP 성장률이 높아지는 등 경기가 좋아질 때 취업자가 늘어나고, 반대로 성장률 떨어질 때에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오쿤의 법칙(Okun's Law)’이라고 부른다. 경제학은 사회과학의 일종이기 때문에 함부로 ‘법칙’이라는 말을 넣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성장률과 취업자 수의 변화가 ‘법칙’이라는 말을 붙일 정도로 강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실질 GDP 성장률과 취업자 수 변화.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


물론 경제성장률 1%포인트당 취업자 몇만 명, 이런 식으로 딱딱 떨어지지는 않는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재정정책을 시행해 이른바 ‘공공근로’를 확대하는 경우에는 경기여건이 좀 나쁘더라도 바로 취업자 수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인구’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다.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 연령에 접어들고 있기에, 경제활동인구의 감소가 고용 부진으로 포장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최근의 고용 부진 현상은 ‘경기’ 요인보다는 다른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경제성장률은 2017년 1분기 이후 꾸준히 2.8%선을 넘어, 경제의 잠재성장률(2% 후반으로 추정)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의 고용 부진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경기가 나빠 고용이 부진한 것이라면 2009년처럼 강력한 재정정책을 사용함으로써 고통을 완화할 수 있지만, 고령화 혹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의한 것이라면 또 다른 대응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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