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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합의문 판문점선언 재확인, 남북경협 '고속도로' 뚫린다

트럼프-김정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 보장 합의 경제 효과

2018.06.12(Tue) 16:29:37

[비즈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 보장’에 합의함에 따라 북·미 간 치열했던 무력시위나 신경전은 사그라지게 됐다. 연초부터 시작된 대화국면으로 낮아진 한반도 위기감이 이번 북미정상회담으로 더욱 잦아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신흥국 금융위기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따라 부담을 덜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북미정상회담으로 남북한 경제 협력의 물꼬를 틀 기회를 맞이하면서 향후 경제 성장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도 나온다. 다만 향후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들어갈 막대한 자금으로 인해 가뜩이나 늘어난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는 우려 역시 제기된다.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형성 △한반도의 영속적 안정적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실행을 담은 판문점 선언 재확인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한 것은 최근 대내 악재 속에 대외 악재마저 늘어가던 한국 경제에 숨통을 트여주는 호재로 평가된다. 

 

한국 경제는 최근 소비와 투자 부진에 고용악화까지 겹치면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한 상태다.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는 수출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여파가 확산되고,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만간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최근 올해 하반기 글로벌 제조업 성장세가 약해지면서 한국의 수출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도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2~13일(현지시각)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된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더욱 강화되면서 자금 유출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런 상황에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대외 악재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희석시킬 요소로 평가된다. 당장 새로운 북미관계 형성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합의 내용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라앉히는 효과를 가져와 자금 유출을 어느 정도 억제하면서 금융·외환시장을 안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한국의 국가 신인도는 물론 국내기업 신인도가 높아지면서 자본조달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신흥국발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로 옮겨 붙을 가능성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투자 부진과 고용난 등 최근 대내 악재도 북미정상회담에서 남북경협 내용이 담긴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해소될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 비핵화 외에 개성공단 2단계 개발, 개성-신의주 철도, 개성-평양 고속도로, 백두산 관광 등 각종 경제협력 내용이 담긴 10·4 선언을 적극 추진해 나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남북경협 내용이 담긴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대내 경제 악재들도 해소될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내놓았는데, 이는 노무현 정부 때 북한과 합의한 10·4 선언과 그 맥이 닿아 있다. 한반도 신 경제지도는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 서해안 산업·물류·교통벨트, 비무장지대(DMZ) 환경·관광벨트 등 H자형 3대 벨트 프로젝트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동해권 벨트는 남과 북은 물론 러시아까지 연결하는 안이며, 서해안 벨트는 개성공단과 경의선 연결 등을 통해 수도권과 신의주를 잇는 안이다. DMZ(비무장지대) 벨트는 DMZ 생태 관광은 물론 관광으로 설악산~금강산~백두산을 잇는 안이다. 

 

남북이 지난 1일 고위급 회담에 개성공단 내 연락사무소 개설과 남북 철도 및 도로협력 분과회의 개최 등에 합의한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이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이러한 경협안은 가속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마련되면서 기업의 투자 증가와 청년 실업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 합의로 인해 한국 정부의 재정적 부담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북한의 핵 폐기 비용은 물론 비핵화에 따른 경제적 보상에 상당한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북한이 비핵화 대가로 10년간 2조 달러(약 2150조 원)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비핵화의 경제적 보상을 한국과 중국, 일본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수차례 밝혀온 만큼 한국 정부는 이중 상당한 비율의 부담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부채가 2017년 말 1555조 8000억 원으로 1500조 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재정의 주름살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 자체 변수도 남아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수차례 경제적 보상을 대가로 핵 폐기에 합의하고서도 보상만 받고 핵 폐기 약속은 지킨 선례가 없다. 북한이 이번에도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깨고 나설 경우 한국은 자칫 재정적 부담은 부담대로 지고,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따른 경제적 타격까지 입는 이중고의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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