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대우전자와 협력업체인 대우컴프레셔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우컴프레셔 측은 “(대우전자가) 컴프레서(Compressor·압축기) 납품을 갑자기 중단시켜 관련 중소기업들이 연쇄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며 “납품 중단 사태로 완료 단계인 초절전형과 초소형 인버터 컴프레서 개발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대우컴프레셔는 2015년 3월 설립된 회사로 대우전자의 컴프레서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대우컴프레셔 관계자는 “동부대우전자(현 대우전자)는 컴프레서 사업부의 적자가 누적돼 매각하려고 시도했다”며 “대우컴프레셔는 컴프레서 사업부 인수를 위해 만들어진 법인으로 대우전자가 매년 100만 대의 대우컴프레셔의 컴프레서를 구매하겠다고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컴프레셔 관계자는 “대우전자가 구매한 컴프레서는 매년 30만 대 수준”이라며 “대우전자의 상황도 어려운 걸 알았기에 크게 항의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우전자 관계자는 “100만 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평균단가 5%를 위약금으로 내기로 약속해 위약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전자는 올 3월부터 부품 불량을 이유로 대우컴프레셔의 컴프레서 납품을 중단했다. 제품 일부가 중간에 작동이 멈추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이에 대우컴프레셔는 “2015~2017년 대우전자 품질지표에 따르면 대우컴프레셔 제품은 최악의 경우에도 0.4~0.5%의 불량률만 보였다. 반면 중국산은 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대우전자 관계자는 “2017년 4월 이전에는 대우컴프레셔와 중국 업체들이 컴프레서를 공급했는데, 대우컴프레셔가 말하는 불량률은 이 시기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라며 “현재 나오는 신제품에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전업계 일부에서는 납품 중단 실제 이유가 가격 문제라고 본다. 대우전자 내부에서도 대우컴프레셔의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대우컴프레셔의 컴프레서 단가는 중국산에 비해 20%가량 높다”고 귀띔했다.
대우전자는 대우컴프레셔 지분 23.08%를 보유한 2대주주다. 대우컴프레셔의 위기는 대우전자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대우전자가 대우컴프레셔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우전자와 대우컴프레셔 계약은 2020년까지. 그 이후에는 대우전자가 대우컴프레셔의 제품을 사용할 의무가 없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대우컴프레셔 매출 461억 원 중 약 25%인 114억 원을 발생시킨 핵심 거래처다. 2020년 이후 대우전자 공급이라는 프리미엄이 없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우컴프레셔 지분을 인수할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우전자와 대우컴프레셔는 특수관계자인 만큼 궁극적으로 윈윈을 모색해야 한다. 대우컴프레셔 관계자는 “대우전자는 이면으로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듯하지만 현실적으로 가격을 더 낮추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반면 대우전자 관계자는 “우선 품질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가격 문제는 중국 업체와 비교해 10% 정도 비싸도 대우컴프레셔 제품을 구입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품질도 문제이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도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보니 양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경영진이 각자의 이익을 내세우는 동안 애꿎은 대우컴프레셔 직원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냉장고 판매량이 높은 여름철에 납품이 멈추면 대우컴프레셔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대우컴프레셔의 한 직원은 “대우전자 멕시코 공장으로 가는 생산라인이 완전히 멈춘 상태”라며 “이 시기에 성과급을 많이 받지만 지금은 잔업이나 특근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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