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급증하는 항공 수요에 대응하고 항공산업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저비용항공사(LCC)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국토교통부가 올해 LCC 두세 곳에 신규 항공 면허를 내주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월 국토부와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 면담에서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됐다.
그간 국토교통부는 시장 포화를 이유로 신규 면허 발급에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지난해 에어로K, 플라이양양 등 지역 공항을 모항으로 하는 LCC가 신규 면허 발급을 신청했지만 두 번이나 불허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심지어 한 차례 신청을 반려한 국토부는 이후 신규 LCC 면허 발급 요건을 더 강화했다. 자본금 15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항공기는 3대에서 5대로 상향한 것. 에어로K, 플라이양양은 요건을 충족해 다시 신청했음에도 결국 면허 발급이 또 다시 좌절됐다.
LCC 유치로 지역 경제 활성을 기대했던 청주 및 양양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불허 사유가 전혀 납득되지 않는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국토부가 불허 사유로 든 과당 경쟁이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시장 성장세를 감안할 때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4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과제 41개를 선정 발표하면서 LCC를 포함시킨 것. 공정위는 국토부의 신규 LCC 진입 규제가 기존 항공사업자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으로 보고 이 같은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시장구조개선과 관계자는 “아직 과제를 구체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앞서 보도된 대로 국토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한항공 오너 일가 갑질 사태에서 촉발한 진에어 면허 취소 논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악화 등 기존 항공 사업자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경쟁력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모든 항공사가 보유한 여객기를 합쳐도 380대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이나 동남아시아 저비용 항공사 한 곳이 보유한 여객기보다 적은 숫자”라며 “우리나라 경제 규모나 아시아 허브로서 인천국제공항의 역할을 감안할 때 절대적으로 적은 수치”라고 말했다.
최근의 남북 화해 및 경협 분위기도 LCC 신규 면허 허가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비교하자면 철도와 도로 같은 육상교통 시설은 구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돼야 하지만, 하늘길은 공항만 건설하면 얼마든지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 주요 도시와의 거리를 감안할 때, 단거리를 주력으로 하는 LCC가 가장 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남북 항공협력에 대비한 북한의 비행장 분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54개의 크고 작은 비행장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포장 활주로를 보유한 공항은 31개소, 보잉 737-500 항공기 이륙이 가능한 1615m 이상의 포장 활주로를 가진 공항은 24곳으로 파악된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북한의 열악한 육상교통 현실을 감안할 때 평양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도로나 기차로 접근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며 “당장 인적 교류나 수송을 위해서라도 항공은 대단히 중요한 운송 수단”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LCC는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 총 6개사. 여기에 신규 LCC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항공사는 지난해 면허를 신청했던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을 비롯해 4~5곳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김종철 전 제주항공 사장이 대표를 맡은 프레미아항공이 중장거리 LCC라는 콘셉트로 출사표를 냈다.
앞서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 유럽, 동남아시 등 해외에는 비행기를 수백 대나 보유한 대형 LCC들이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며 “항공 산업을 언제까지 온실 속의 화초로 키울 것인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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