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건설업계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여전히 안개속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 강화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국내 주택시장 침체가 전망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는 대북사업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중동발 해외 건설 호재도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런 악조건에서 시공능력평가 5위의 포스코건설과 6위인 GS건설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은 모두 건설 전문가는 아니지만 위기관리 능력을 갖춘, 검증된 재무통들로 평가받는다.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은 30년 넘게 포스코그룹 재무통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이 사장은 곧 확정될 차기 포스코 회장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검사 출신으로 일찌감치 기업인으로 진로를 전환, 재무통으로 자리 잡은 흔치 않은 케이스다. 임 사장은 위기에 빠진 GS건설의 구원투수를 맡아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 이영훈, 포스코 재무통…차기 포스코 회장 거론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은 지난 3월부터 포스코건설을 이끌고 있다. 이 사장의 건설사 근무 경험은 포스코건설 부사장 시절 1년여에 불과하지만 포스코그룹 내에서 요직을 거친 재무 전문가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은 1985년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입사해 2011년 자금관리실 자금기획팀장, 자금관리실 IR팀장, 재무투자부문 재무실장, 전략기획총괄부문 재무실장, 경영전략실장 등을 거쳤다. 2013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장과 재무투자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이 사장은 2014년 포스코로 돌아와 재무투자본부장과 경영책임을 지는 사내이사까지 겸임했다. 그리고 2016년 사장으로 승진, 포스코그룹 내에서 음극재 등 신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켐텍 대표를 2년간 맡은 후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2014년과 2015년 포스코 재무투자본부장을 맡으며 권오준 전 회장 체제 아래서 단행된 대대적인 재무구조 쇄신작업을 주도했다. 이 사장 재임 시절 포스코의 부채비율을 2015년 말 기준 78%로 낮추는 등 재무 건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은 포스코그룹이 대우인터내셔널 등 복수의 인수합병 건을 추진을 주도해 포스코대우(옛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성공하는 등 그룹 외형 확장에 주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이영훈 사장은 지난 4월 권오준 회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000년 민영화 된 이후 포스코는 권오준 전 회장에 앞서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정권교체 시기에 맞추거나 최소 1년 내에 모두 바뀌었다.
이영훈 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포스코 회장을 지냈던 이구택 전 회장 라인으로 분류된다. 이 사장은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과 대학 동기다. 이 사장 외에도 현직 포스코 내부 인사로는 오인환 철강1부문장과 장인화 철강2부문장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된 ‘CEO 승계 카운슬’은 지난 5월 31일 내부 인사 10여 명, 외부 인사 10여 명 등 총 20여 명으로 구성된 회장 후보 명단 작성을 마무리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CEO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6월 말까지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할 방침이다. 선정된 인물은 늦어도 오는 8월 말 안으로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으로 최종 확정된다. 현재 누가 승계 카운슬에 의해 후보 명단에 들어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임병용, 검사 출신 경영자…성공적 흑자 전환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검사에서 경영자로 방향을 바꾼 흔치 않은 이력을 지닌 CEO다. 그는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을 거쳐 1990년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로 임용됐다. 그는 일찍 검사생활을 마무리하고 1991년 LG그룹 구조조정본부로 자리를 옮겨 LG 회장실 상임변호사로 일했다.
임병용 사장은 점차 법률 전문가에서 재무 전문가로 영역을 확장했다. 2004년 LG그룹과 GS그룹이 분리되자 그는 GS홀딩스 사업지원팀장 부사장을 거쳐 2012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겨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경영지원 총괄사장을 역임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이 2013년 해외사업 부실로 인한 경영악화를 책임지고 대표에서 물러나자 임 사장은 2013년 6월 GS건설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이후 임 사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2016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임 사장은 취임 이후 해외사업 부문에서 ‘선별수주’ 전략으로 선회했고 안정적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주택 사업에 주력해 GS건설의 재무건전성을 높였다. GS건설이 보유한 건축·주택부문 수주잔고는 2017년 말 기준으로 25조 9840억 원으로 15조 6570억 원에 머물렀던 2014년 말에 비해 66% 급증했다.
GS건설은 임병용 사장 취임 후 연결기준 2014년 2분기 11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7분기 만에 흑자에 성공한 이후 2018년 1분기 영업이익 3898억 원 등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GS건설을 포함해 건설사들이 재건축 사업 등의 수주를 위해 조합에 대한 금품살포가 만연하자 임병용 사장은 과감히 관행 개선에 나섰다. GS건설은 2017년 9월 “앞으로 GS건설은 수주전에서 실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사소한 식사나 선물 제공, 과도한 방문이나 전화, 사회적 상식에 어긋나는 홍보행위 등을 모두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강화된 부동산 시장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난 몇 년간 주택사업 위주의 전략을 내세웠던 임병용 사장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GS건설이 미진한 해외사업 확대와 새로운 분야의 수주를 늘리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병용 사장도 지난 3월 GS건설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내외 투자개발형 사업에 단계적으로 진출하고 인프라와 환경 등 운영사업을 확대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겠다. 재생에너지사업과 4차산업혁명 신기술 활용사업 등 기회를 적극 탐색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
[사이언스] 'AI 버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불타올라라, 버닝런’ 무더운 날씨에도 1500여 명 운집
·
[CEO 라이벌 열전] '인앤아웃' 대우건설 송문선 vs 대림산업 박상신
·
[CEO 라이벌 열전] 삼성물산 이영호 vs 현대건설 박동욱 '재무통' 공통과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