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5월 31일 한화그룹은 이사회 중심경영 및 계열사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해 경영기획실을 해체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1998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구조조정본부를 설치했고, 2006년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한 후 경영기획실을 신설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대체했다. 경영기획실은 한화그룹의 기획, 인사, 재무, 법무, 홍보, 대관 등의 업무를 총괄한다.
한화그룹은 그룹의 대외 소통을 담당할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준법 경영 강화를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도 신설한다.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최선목 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이, 컴플라이언스위원장은 이홍훈 전 대법관이 맡을 예정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는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각자의 환경에 맞게 자율적으로 경영할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꼭 필요한 일이 있다면 (주)한화가 관리할 것이며, 최대한 빨리 (경영기획실 해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영기획실은 그룹의 주요 업무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2017년 초 해체된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미래전략실 해체 후 삼성그룹은 홍보와 대관 등의 업무에서 혼란이 생겼고, 미래전략실 출신 임원들은 한동안 보직을 받지 못했다. 또 계열사 독립 경영에 나선다고 선언했지만 현재는 전자·물산·금융 계열사에 각각 사업지원TF를 신설해 업무를 조정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경영조정위원회를 통해 계열사 간 업무를 조정했지만 경영조정위원회도 폐지할 계획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내일 당장 시행하는 건 아니기에 혼란이 없도록 시간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2인자와 3인자로 불렸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미래전략실 해체 후 삼성을 떠났다. 현재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을 이끄는 사람은 금춘수 경영기획실장(부회장)이다. 금 부회장은 현재 한화케미칼 소속이지만 개편 후 (주)한화로 이동한다.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과 달리 금 부회장은 앞으로도 한화그룹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의 경영기획실 해체 과정은 롯데그룹과 유사해 보인다. 지난해 2월 롯데그룹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해체하고 경영혁신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사회공헌위원회를 신설했다. 이후 경영혁신실은 롯데지주에 사실상 편입됐다. 황각규 전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은 현재 롯데지주 부회장을, 소진세 전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은 사회공헌위원장(사장)을 맡았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을 벤치마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기업의 지배구조나 의사결정 과정은 다 비슷해 보이기 마련이다. 삼성그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며 “정부의 정책과 시대적인 흐름이 컨트롤타워를 둘 필요가 없게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컨트롤타워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컸는데 지금은 그 효과가 크지 않고 여론도 매우 부정적이기에 굳이 여론의 비판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은 별도의 컨트롤타워 없이, 현대자동차와 (주)LG를 중심으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린다.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라는 기구를 두었다. SK그룹 관계자는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기획, 인사 등의 명령을 내리는 일반적인 컨트롤타워와는 개념이 다르다”며 “계열사들은 독립경영에 충실하고, 계열사 간 이슈가 충돌하거나 조정이 필요할 때 모여서 협의하는 협의회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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