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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1세대 PC기업' 삼보컴퓨터 이홍선 vs 주연테크 김상범

생존 만으로도 경영 리더십 검증…공공 조달로 내실 챙기고 신사업으로 미래 도모

2018.06.04(Mon) 18:24:08

[비즈한국] 개인용 컴퓨터(PC)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폭발적인 성장을 하며 만능 멀티미디어 기기로 자리 잡았던 PC는 이제 그 자리를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더욱 개인화 된 디바이스에 내주고 말았다.

 

애플이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고, IBM이 오픈 아키텍처(Open Architecture, ​개방형 설계)를 도입하며 PC는 빠르게 대중화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세운전자상가와 용산전자상가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PC기업이 생겨났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1세대 PC 기업이 바로 삼보컴퓨터와 주연테크다. 양사는 2000년대까지 치열한 경쟁을 거쳐 2010년 이후 급격한 쇠퇴 속에서도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끈질긴 생존 전략과 그 가운데서도 혁신을 도모한 경영 리더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세대 PC기업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두 경영자. 이홍선 삼보컴퓨터 대표(왼쪽)와 김상범 주연테크 부회장. 사진= 각 사 제공

 

# ‘혁신 게릴라’ 이홍선 삼보컴퓨터 대표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승부구를 ‘체인지업’으로 알고 있다면, 그것은 순전히 삼보컴퓨터 때문이다. 삼보컴퓨터는 동명의 PC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당시 ‘코리안특급’으로 불리며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던 박찬호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사실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의 주무기는 강속구와 커브 그리고 슬라이더였으며, 체인지업은 잘 던지지 않았다. 구속이 떨어진 이후 팀을 옮기고 나서야 체인지업을 연마했다.

 

삼보 ‘체인지업’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혁신적인 마케팅 모델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PC 기술이 발전하던 시절 2년 후 메인보드와 CPU를 무상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혁신적인 판매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다.

 

이홍선 삼보컴퓨터 대표. 사진=삼보컴퓨터 제공

 

이러한 혁신 DNA 뒤에는 이홍선 삼보컴퓨터 대표가 있다. 창업자 이용태 전 회장의 차남인 이 대표는 오너 2세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전문경영인보다 실력과 경험을 고루 갖춘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프트뱅크코리아, 나래이동통신, 두루넷, 삼보컴퓨터 등 굵직한 IT기업들의 대표를 역임하며,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강국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지켜본 산증인이기도 하다.

 

승승장구하던 삼보컴퓨터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몸집을 불리다가 결국 지난 2005년 부도를 맞는다. 이렇다 할 경영 실책이나 사고는 없었지만 운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이후 워크아웃과 회사 매각 등을 거쳐 이 대표가 회사를 다시 인수했다.

 

이후 삼보컴퓨터는 정부 조달 사업은 계속 참여하면서도 여러 가지 혁신적인 시도를 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의 풍부한 사업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있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TV 화면이 급격하게 커지는 시기에 불필요한 기능을 빼고 가격을 낮춘 ‘빅디스플레이’ 시리즈를 내놓아 대기업을 긴장시키더니, 스마트폰 고가 논란이 불거지던 시기에는 준수한 성능에 가격을 절반은 불과한 ‘루나’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삼보컴퓨터는 흑자전환까지 이루며 내실을 회복했다.

 

마치 게릴라를 떠올리게 하는 이 대표의 경영 행보는 요즘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새 시대를 앞두고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혁신적인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가방에 한가득 책을 넣고 다니는 다독가이자, 얼리어답터인 이 대표가 과연 어떤 제품을 선보일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 ‘혁신의 숨은 주연’ 김상범 주연테크 부회장

 

오랫동안 폭넓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품에 붙는 수식어가 바로 ‘국민’이다. ‘국민OO’에 등극했다는 것은 이미 일정 이상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통한다.

 

국민 수식어의 원조는 PC다. 김대중 정부 시절 ‘사이버21’ 정책의 일환으로 정보화를 앞당기기 위해 보조금을 더해 가격을 100만 원 이하로 낮추고 분할 납부로 부담을 줄인 사업이 바로 ‘국민PC’ 사업이다. 당시 6개월 만에 무려 43만 대가 보급됐다.

 

주연테크는 국민PC 사업에 참여한 12개 중소기업 중 지금까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업이다. 이후 PC 시장이 대기업 및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지금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주연테크가 얼마나 저력을 가진 회사인지를 짐작케 한다.

 

김상범 주연테크 기술부문 부회장. 사진=주연테크 제공

 

현재 주연테크의 대표이사는 김희라 사장이다. 하지만 주연테크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인물은 따로 있다. 넥슨 공동창업자이자 국내 최초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 개발자로 유명한 김상범 부회장이다. 김 사장이 PC 공공조달 등 전통적인 주연테크의 사업을 챙기고 있다면, 김 부회장은 최고기술경영자(CTO)로서, 주연테크의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넥슨 퇴사 이후 주연테크를 포함해 수많은 벤처기업에 투자하며 조용하면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다 2016년 주연테크에 전격 합류했다.

 

김 부회장의 합류 이후 주연테크는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초 ‘VR 카페 브리즈’라는 이름의 가상현실(VR) PC방 사업을 시작해 1년 만에 베트남에 진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과거 김 부회장과 넥슨에서 한솥밥을 먹은 민용재 YJM게임즈 대표와의 의기투합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다. 주연테크가 본격적으로 게이밍 브랜드 ‘리오나인’을 선보인 것도 비슷한 시기다.

  

주연테크는 앞으로도 당분간 안정적인 투 트랙 전략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과연 김 부회장이 주연테크를 30년 역사의 중소 PC 제조사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종합 게임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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