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영감님, 영감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소년만화의 정석 ‘슬램덩크’에서 피치에 몰린 강백호가 안 감독에게 하는 대사다. 어릴 때 만화책 좀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테다. 이어 강백호는 “내 영광의 시대는 지금”이라며 다시 한 번 불꽃을 태운다. 이 대사와 똑 닮은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방탄소년단과 케이팝(K-POP,한국 대중음악)이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컴백 무대를 갖더니 이젠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비영어권 가수로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음원은 대중성, 앨범은 팬덤이라는 공식을 대입하면 방탄소년단의 팬덤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통하는 수준으로 굳건해진 셈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다면 끝도 없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그래 봤자 아이돌’ 혹은 ‘그들만의 리그’라고 깎아내리려 한다면 그 생각을 접길 바란다. 그들은 너무나 완벽한 아티스트다. 스스로 작사 및 작곡을 해내는 능력, 칼군무를 라이브로 소화하는 실력, 그리고 끊임없이 팬들과 소통하는 그 영리함까지. 이토록 완벽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어 노래로 구성된 앨범이 차트 1위를 석권하지 못했을 테다.
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각에서는 성적은 인정하지만 여전히 아이돌 음악엔 깊이가 없다며 ‘애들만 듣는 음악’이라 폄하할 수도 있겠다. 이들은 현재 아이돌 음악을 뒤로하고 과거 1990년대 음악이 한국 음악의 전성기였다고 말한다. MBC 무한도전 특집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흥행에 성공하며 많은 이들이 1980~1990년대가 한국 가요의 중흥기였다고 회상하지만, 밴드 음악의 전성기라면 모를까, 케이팝의 전성기는 지금이다. 양적으로 질적으로 압도적이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희대의 명곡이라고 생각하는 적지 않은 1990년대 음악이 표절 혹은 무단 샘플링을 통해 쓰였다. 립싱크도 만만치 않다. 현재와 같이 엄준한 잣대를 들이댔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테다. 다양성 측면에서도 지금이 모자라지 않는다.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지금과 음악 프로그램이 전부였던 과거를 비교해보자. 또 해외 힙합과 알앤비 그리고 해외 음악을 흡수하고 퍼포먼스를 더해 새로운 음악으로 만드는 현존 케이팝 시스템은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하다.
물론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가 1990년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받았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방탄소년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당장 그들의 프로듀서 방시혁만 하더라도 1990년대 음악의 선두주자 아니었던가. 당시에 열광했던 우리를 추억하는 것 이상으로 현재의 음악을 깎아내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들의 성공에 초칠 이유도 없다. 조용히 뒤에서 박수를 치는 게 케이팝 그리고 한국 음악을 사랑하는 팬의 자세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아이돌일기] '좋아요'는 그들의 인성이 아니다
·
[아이돌일기] YG가 선사한 '믹스나인' 희망고문의 끝
·
[아이돌일기] '지오, 데프콘, 미료…' 그들이 개인방송을 하는 까닭
·
[아이돌일기] 주간아이돌·무한걸스·식신원정대의 공통점
·
[아이돌일기] 닐로는 음악계의 드루킹? 바보야 문제는 '차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