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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갑질 체험?' 외국인 워홀러 울리는 어글리 코리언

방 빼려니 가구훼손 등 억지 써 수백만원 요구, 임금 체불도 다반사…한국 이미지 먹칠

2018.06.01(Fri) 14:40:09

[비즈한국] 대만에서 한국으로 ‘워킹홀리데이’ 온 A 씨(여·24)는 마포구에 위치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90만 원, 5평 남짓 복층 방에서 친구와 함께 지냈다. 지난 5월 유효기간 1년인 H-1 비자가 만료돼 대만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녀가 살던 원룸 주인이 239만 원을 물어내기 전까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주인이 요구한 ‘정산내역서’에는 추가 1인 동거비용 90만 원, 벽지 교체 비용 45만 원, 계단난간 도색비용 25만 원 등이 포함돼 있었다. 입주 시 맺은 특약 사항에 포함된 내용도 있었지만 A 씨는 억울한 마음이 컸다. 한국인 친구를 데려가 항의했지만 “지금 한번 해보겠다는 것이냐”는 주인의 으름장에 쉽사리 대응하지 못했다. 비자만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고 대만으로 돌아갔다. 

 

원룸 퇴실 시 A 씨와 B 씨에게 청구된 금액. 각각 239만 원과 259만 원이다.


홍콩인 ‘워홀러’ B 씨(여·23)​도 같은 원룸 집주인에게 똑같은 일을 겪었다. B 씨에게 청구된 금액은 259만 8470원이었다. 추가 요금 명목도 비슷했다. ‘다수 친구가 수시로 숙박’ 60만 원, ‘12개월 쓰레기 투거 비용’ 12만 원, ‘매트리스 교체비용’ 30만 원 등이었다. 한국말에 서툴고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결국 추가 지불하고 홍콩으로 돌아갔다.

 

‘정산내역서’를 본 3곳의 부동산 중개인은 “말도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 중 한 중개인은 “얼마나 더럽게 썼고 자재를 다 부쉈는지 모르지만 도배랑 가구를 다 갈아 치우는 경우는 없다”며 “이건 상식적이지 않다. 계단난간 도색비용을 세입자가 왜 부담하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집주인은 “할 말 없다. 문제가 생기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전화를 끊은 뒤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홍콩인 워홀러 C 씨는 “이런 일이 많기 때문에 워홀러 커뮤니티는 보증금 많은 곳에 가지 말라고 충고하고 다들 20만~30만 원 비싸더라도 보통 보증금 없는 곳으로 간다”며 “한국인이었다면 이런 일이 아예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홍콩인 워홀러 B 씨가 퇴실 시 냉장고 상태. 집주인은 냉장고가 찌그러졌다며 15만 원을 청구했다. 사진=B 씨 제공

 

한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외국인이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입을 모은다.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끝나는 달 월급을 지급하지 않는가 하면 최저 시급을 주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워홀러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총 1300시간이다. 1년을 거주한다고 가정하면 한 주 평균 25시간이다. 이 점을 노려 주 25시간 초과 근무에 해당하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수법이다.

 

일본인 워홀러 D 씨(25)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저시급보다 덜 받아도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커피머신이 망가졌다는 핑계로 마지막 달 월급을 받지 못한 친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알려진 H-1 비자를 받아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 3212명에서 2017년 6422명으로 늘었다. 일본인이 전체 45%를 차지하고, 여성 비율이 80% 정도다. 

 

워킹홀리데이는 문화 교류를 목적으로 국가 간 맺은 상호협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협정을 맺은 국가는 영국, 일본 등 23곳이다. 300만~500만 원의 기본금을 마련한 만 18~30세 사람이라면 1년간 그 나라에 머물 자격이 주어진다. 국적 불문 젊은 층에 인기다. 다만 여행이 주목적인 경우가 많아 그 나라 언어에 서툰 경우가 많다. 워홀러가 크고 작은 불이익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다. 

 

비자가 만료된 시점에 불이익을 당한다면 손써볼 여력도 부족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류기간을 연장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부 체류관리과 주무관은 “워킹홀리데이 제도는 타국 문화를 체험해볼 좋은 기회다. 이런 제도의 허점을 노려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사람을 적발하고 있지만 전부 잡아내기란 쉽지 않다”며 “급여 체납과 같은 부당한 일을 당하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서 스스로 해결해야 하지만, 1345 외국인종합안내센터로 전화하면 20여 개국 언어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치료나 소송 등 갑작스러운 사고가 생기면 긴급하게 G-1 비자를 받아 체류를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호주에서 2년간 체류한 박 아무개 씨(27)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이런저런 불이익을 받으면서 서러웠는데 한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며 “피해를 본 외국인은 당연히 한국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가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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