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30일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KEB하나은행은 2016년 신입채용 과정에서 인사청탁을 받아 6명을 부당하게 채용하고, 7명의 면접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3년 신입채용에서는 남녀 서류합격자 비율을 4 대 1로 미리 정하고 낮은 점수를 받은 남성 지원자를 합격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 입사자 중 32명이 채용비리를 통해 입사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과 검찰이 대대적인 KEB하나은행 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김정태 회장이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CEO(최고경영자)와 가까운 사람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 연임에 유리하게 했다는 논란이 있었다”며 “원칙적으로 민간 금융회사 경영은 자율로 이뤄져야 하지만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도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하나금융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권 요직을 차지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최종구 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회장은 취임 후 자신의 세력을 만드는 동시에 김승유 전 회장의 측근들을 배척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장 선임 당시 함 행장은 유력 후보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며 “함 행장이 김정태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발탁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정유라 씨에게 특혜성 대출을 해준 의혹도 받았다. 이상화 당시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은 2016년 귀국 후 삼성타운 지점장을 거쳐 글로벌영업본부 2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검찰은 정유라 씨 특혜 대출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지만 법원은 지난 2월 최순실 씨 재판에서 최 씨가 이상화 전 본부장에 대한 인사를 강요했다고 판결을 내렸다.
함 행장은 지난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상화 전 본부장의 승진은 내가 직접 지시한 것”이라며 “김정태 회장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함 행장의 진술 내용이 거짓이라는 점이 확인됐다”며 “김정태 회장도 청와대 강요행위에 순차적으로 공모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하나금융의 행보로 인해 현 정부 핵심에서 김정태 회장과 함 행장의 퇴진을 원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인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사퇴했고, 친박으로 평가받았던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도 물러났다.
지난 1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의 시작은 어느 누구도 아닌 금감원이었다”며 “이번 채용비리 사태가 부당한 관치금융의 확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철저히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다”고 경고한 바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김 회장과 함 행장 퇴진 가능성에 대해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기에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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