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현대차 회장님댁' 앞 무단점유한 '현대차'들의 정체

[비즈한국]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집 앞을 의문의 현대자동차들이 수년째 무단 점유하고 있어 그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015년 2월 ‘조선일보’는 정 회장의 한남동 자택 앞 도로에 현대자동차 10대가 수년째 불법 주차됐다고 보도했다. 다음(Daum) 지도의 로드뷰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2011년 4월, 2012년 6월, 2013년 5월에도 같은 차량 10대가 같은 자리에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이들 차량은 모두 현대차 브랜드였으며 공통적으로 운전자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고, 앞유리에 현대차 사옥 주차증이 부착된 점 등을 미뤄 ‘조선일보’는 현대자동차나 현대그룹 계열사 소유의 차량으로 추정했다. 당시 용산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거주자우선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 무단 전용”이라며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의 경우 칸마다 등록 번호가 있는데 이곳은 별도로 등록번호가 없다. 누군가 임의로 선을 그어 차량을 세운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해 9월 JTBC는 한남동 유엔빌리지 일대의 주차관리 실태를 점검하면서 정 회장 자택 앞 도로에 불법 주차된 현대차 여러 대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용산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가 지적한 임의의 주차구역선은 지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정 회장 자택 앞에는 여전히 현대차들이 불법 주차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지난 29일 차량 2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정 회장 자택 앞 도로에는 현대차 7대가 불법 주차돼 있었다. 쏘나타(YF) 하이브리드 2대를 비롯, 아반떼HD, 스타렉스, 쏘나타(YF), 싼타페(CM), 그랜저XG였다.

정몽구 회장의 한남동 자택 앞 도로에 불법 주차된 현대자동차 차량들. 사진=유시혁 기자

다음 로드뷰(2016년 9월, 2017년 8월)와 네이버 거리뷰(2017년 6월)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기자가 방문한 29일 불법 주차된 차량과 동일한 모델은 3대였다. 7대 중 6대의 차량에는 연락처가 남겨져 있지 않았다. 앞유리에는 낙엽이 쌓여 있어 최소 한 달 이상 방치된 것으로 추정됐다.

유일하게 한 대에는 명함이 남겨져 있었는데, HDS(에이치디에스시큐리티) 지사 직원이었다. HDS는 2001년 설립된 보안업체로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사옥을 비롯해 남양연구소, 의왕연구소, 현대제철 당진공장,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엠코, 현대캐피탈 등의 보안·경비를 담당하고 있다. HDS는 대표이사 조 아무개 씨가 지분 82.46%를 가진 개인회사다.

HDS 한남지사는 정몽구 회장 집이 있는 유엔빌리지의 초입에 있다. 지도로 확인해본 결과 HDS 한남지사와 정몽구 회장의 집은 직선거리로 124m, 차량으로는 521m 거리로 3분이 소요된다. 도보로는 8분이 걸린다. 명함의 연락처로 전화를 하자 차량 주인은 “업무상 잠시 주차해둔 거다. 앞에 주차된 현대차 6대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주차한 장소를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묻자 “원래부터 알고 있어서 자주 이용하던 곳”이라고 답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복수의 한남동 주민은 “좁은 골목길에 불법 주차된 현대차들 때문에 불편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용산구청 주차단속팀 관계자는 “정 회장 집 앞에 주차된 현대차 7대는 모두 불법 주차 단속 대상”이라면서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 점검 후 불법 주차된 차량 소유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