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8일 금융위원회는 ‘배당사고 재발방지 및 신뢰회복을 위한 주식매매제도 개선방안 마련’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증권 자사주 오배당 사건으로 빚어진 자사주와 공매도 제도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개인 투자자가 눈여겨볼 부분은 개인 공매도(short selling) 확대를 위한 방안이다. 기존에도 개인은 공매도가 가능했지만 여러 한계 때문에 활성화되지 않았다. 금융위의 개선 방안대로 개인 공매도 시장이 활성화될지 진단해본다.
# 공매도? 대주거래?
흔히 주식투자라 하면 주식을 사서 가격이 상승하면 매도한 뒤 매매차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주식이 상승해야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주식 가격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비쌀 때 주식을 팔고, 쌀 때 주식을 사서 되갚으면 된다.
하락장에서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채질한다는 불만도 있지만, 가격 하락 요인을 선반영해 가격 폭락을 방지하는 순기능은 업계가 인정하고 있다. 금융위 개선방안 자료에도 “공매도는 단기 과열 종목의 주가급락 등에 따른 시장 혼란을 방지하고 투자자들이 다양한 투자전략(헤지거래 등)을 사용함으로써 시장 활력을 제고하는 점 등을 감안하여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시장에서도 공매도 제도를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국 코스피의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6.0%, 코스닥은 1.9%다. 일본 38.7%, 미국 40.3%보다 현저히 작은 숫자다.
공매도에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와 주식을 먼저 빌린 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가 있다. 국내에서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된다. 기관 투자자(자산운용사 등)는 신용도와 상환 능력이 있으므로 기관 간 대여가 쉽게 이뤄진다. 대여하는 측에서도 이자를 받기 때문에 가만히 모셔두는 것보다 이익이다.
반면 개인은 주식을 빌리기 쉽지 않다. 증권사가 예치금·주식을 맡기는 한국증권금융에서 확보한 주식을 증권사를 통해 개인에게 대여된다. 기관의 물량에 비하면 종목 수나 수량이 제한적이다. ‘공매도’와 ‘대주거래’는 공매도에 필요한 각각의 단계를 칭하는 말이지만, 주식 대여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기관 투자자에겐 ‘공매도’라는 행위에, 주식 대여가 관건인 개인 투자자에겐 ‘대주’에 초점이 맞춰진 용어다.
# 2017년 6월 제도 강화로 개인 공매도 시장 축소
개인이 증권사에서 대주거래를 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대주거래 신청을 한 뒤 약관에 동의하고 예치금을 맡기면 바로 거래가 가능하다. 전자 거래 시스템(HTS)에서 ‘대주거래’ 메뉴를 통해 종목과 수량을 확인한 뒤 정해진 한도 내에서 거래하면 된다.
30일 장 마감 후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K 증권사 거래 시스템에서 대주 가능 종목을 조회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화학 같은 대형주는 대주거래가 불가능했다. 코스피에서 대주거래가 가능한 대기업주로는 LG전자, SK하이닉스, 현대제철, GS건설, 삼성SDI, 미래에셋대우, 삼성전기, 한화케미칼, OCI, 삼성중공업,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한국전력, 현대엘리베이터, 삼성물산, 카카오 등이 있었다.
코스닥에서는 포스코켐텍, 주성엔지니어링, 에스엠, 서울반도체, 안랩, 아가방컴퍼니, 파라다이스 등이 대표적으로 나와 있었다. 원하는 종목을 검색창에 넣으면 ‘신용대주 가능’ ‘신용대주 불가능’으로 표시된다.
대주거래를 직접 하지 않아도 대주 주문 메뉴는 공매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므로 주식 매매에 참고할 수 있다. LG전자의 ‘공매도 추이’를 보니 29일 공매도 매매비중은 전체의 9.75%였다. 그 전날인 28일엔 14.06%였다.
최근 개인 공매도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로는 먼저 2017년 6월 개인으로부터 동의 받은 주식에 한해 대여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개인 공매도는 2016년 9월 726종목, 1363만 주가 거래 가능했지만, 올해 4월 말 95종목, 205만 주로 대폭 감소했다. 대주거래 참여 증권사도 13개에서 5개(키움증권·대신증권·신한금융투자·유안타증권 등)로 줄었다.
# 개인 공매도 시장 미미해 개선방안에 관심 크지 않아
빌려줄 주식이 부족하다 보니 증권사들은 대여 주식 확보에 목을 맨다. 대주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 HTS를 켜면 ‘주식 대여 안내’가 팝업창으로 늘 뜬다. 증권사를 통한 것이므로 대여를 승인하면 개인은 떼일 염려 없이 대여 주식에 대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금융위 개선방안에 따르면 현재 100계좌의 동의를 받아야 주식 대여가 가능한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다. 자료에는 ‘예시’로 70계좌가 기재돼 있지만,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또한 현재 개인 물량만 대여하던 것을 증권사 등 기관으로부터 확보한 물량을 포함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개인 공매도 개선 방안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것까진 나오지 않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개인 공매도 시장 자체가 워낙 작다”고 평했다. 한국증권금융 측은 “개인 공매도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인력·시스템에 투자를 늘려야 하기 때문에 거래량이 작으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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