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KDB산업은행은 운전·청소·경비 등을 수행해온 용역업체를 없애고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용역업체 두레비즈 등에 소속된 500여 비정규직 직원들이 대상.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 과정이 각종 ‘꼼수’로 점철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산업은행의 용역업체 정규직 전환 방침은 지난해 9월 취임한 이동걸 산업은행장 겸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재가를 받아 확정됐다. 그러자 두레비즈 소속 비정규직 직원들은 산은의 정규직 전환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며 지난 4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먼저 두레비즈 비정규직 직원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지만, 회사는 주주인 산업은행 행우회에 2011년 11억 원, 2017년 45억 원 등 57억 원을 배당했다. 두레비즈는 산업은행 정규직 직원들이 친목과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구성한 행우회가 2005년 1월 총 6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용역회사로 행우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레비즈 대표는 산업은행 퇴직자들이 맡고, 사내이사 2명은 산업은행 현직 팀장이 겸임하고 있다.
행우회는 산업은행 전체 3030여 정규직 중 한국정책금융공사 출신 700여 직원을 제외한 23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0월 산업은행에서 분리됐다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월 산업은행에 재흡수됐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두레비즈는 최저임금이 올라도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휴식시간을 늘려 임금인상 효과를 줄이고 있다. 청소 비정규직의 경우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지만, 근무시간은 6.5시간밖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이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 출신을 제외한 행우회 가입 산업은행 정규직 직원들만 두레비즈 배당금을 1인당 평균 200만 원 넘게 수령했다. 행우회는 6억 원을 출자해 10배 가까운 배당금을 수령했다”며 “2011년 행우회의 배당금 수령으로 논란이 일자 몇 해 동안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현 정부 출범 이후 두레비즈를 자회사로 전환한다는 내부 방침이 정해지자 행우회는 마지막 배당이라고 생각하며 45억 원을 몰아 수령했다”고 질타했다.
산업은행은 두레비즈에 수의계약 등 특혜로 일감을 몰아주고 발생한 이익으로 행우회 배당을 줬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한 해와 2017년 6월까지 두레비즈는 산업은행과 총 132억 원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평균 계약금액도 6억 원으로 다른 수의계약액에 비해 3배나 높았다”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용역업체의 정규직 전환 건과 관련해 정규직 전환 협의기구를 꾸렸다. 협의기구 위원은 16명으로 구성됐는데 용역업체 측 비정규직은 두레비즈(2명), 동성티엠에스(1명), 아이가드시스템(1명) 등 4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2명은 사실상 산업은행 측 인원이어서 불공정 논란을 배가시킨다.
두레비즈 등 비정규직 인력들은 산업은행 소속의 직접 고용 형태가 아니면 달라질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운수노조의 다른 관계자는 “용역업체에서 자회사로 바뀐다고 해도 원청인 산업은행이 자회사 노동시간과 근로조건 등을 요구할 수 있고 현재와 같이 임원진을 산업은행이 장악하는 상황에서 별다른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행우회가 주식회사인 두레비즈의 주주로서 배당금을 수령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며 “정규직 전환 협의기구를 설립해 용역업체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이 기구는 협의를 위한 목적이지 다수결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시스템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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