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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오픈마켓 톱2' 이베이 변광윤 vs SK플래닛 이인찬

무서운 성장세, 더 무서운 적자폭…AI 활용한 맞춤 상품 추천 '화두'

2018.05.29(Tue) 17:40:30

[비즈한국] 클릭 한 번이면 필요한 모든 것이 집 앞까지 배달되는 세상. 치약, 생수부터 신발, 티셔츠는 물론 세탁기, 냉장고까지 인터넷 쇼핑몰엔 없는 것이 없다. 심지어 쉽고, 빠르고, 싸다. 

 

다양한 전자상거래 형태가 존재하지만 보통 인터넷 쇼핑몰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오픈마켓’이다. 오프마켓은 직접 물품을 팔지 않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첫 시작은 1998년 ‘옥션’​이다. ‘​지(G)마켓’​, ‘​11번가’​가 그 뒤를 이었다. 1세대 등장 이후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기업까지 사실상 오픈마켓 시장에 가세하면서 시장은 지난해 거래액 기준 연간 7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변광윤 이베이코리아 대표이사(왼쪽)와 이인찬 SK플래닛 대표이사. 사진=각 사 제공

 

오픈마켓 업계 ‘톱2’는 지마켓과 옥션을 함께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이베이코리아가 9518억 원, SK플래닛이 9915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베이코리아는 옥션과 지마켓을 합산한 매출 수치이며, SK플래닛의 매출은 11번가 이외에 다른 사업까지 포함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픈마켓의 전체 크기를 평가하는 주요 척도 중 하나인 거래액을 보면 옥션, 지마켓은 약 15조 원, 11번가는 약 8조 원으로 추산된다.

실속도 이베이코리아가 챙기는 중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396억 원 순이익을 거뒀다. 오픈마켓 업계 중 유일한 흑자다. SK플래닛은 5136억 원 순손실을 냈다.​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연평균 20% 정도 성장하면서 투자가 몰리고 있지만 정작 관련 업계는 울상이다. 지난해 쿠팡은 6735억 원, 티몬은 1205억 원, 위메프는 476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전체가 수년째 밑 빠진 독몰에 물을 붓는 중이다. 시장 규모는 커지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기형적인 구조가 나타났다. 

 

현재 오픈마켓 업계는 차별화 전략으로 고객을 끌어오는 것이 화두다. ‘고객 맞춤형 상품 소개’ 기술에 모두가 매진하는 한편 자사만의 상품배송 전략 혹은 기업 이미지 개선에 힘쓰고 있다.

 

# ‘업계 유일 흑자 행진​’ 이베이코리아 변광윤 대표이사

 

이베이코리아는 2011년 지마켓과 옥션이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그해 17억 원가량의 순손실을 낸 이래로 지금까지 흑자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합병 직후와 지난해 매출액을 비교해보면 두 배 차이가 날 만큼 성장했다. 오픈마켓 업계가 심각한 출혈경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보적인 기록이다.

 

변광윤 이베이코리아 대표이사는 1969년생으로 홍익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LG전선을 시작으로 1995년 삼성엔지니어링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0년 이베이코리아 전신인 옥션에 과장으로 들어와 사업본부장을 맡았고 지마켓과 합병 후엔 지마켓 사업총괄을 담당하며 국내 오픈마켓 역사와 함께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2013년 사장 자리에 올라 6년째 방향키를 잡고 있다. 

 

변광윤 이베이코리아 대표이사. 사진=이베이코리아 제공

 

내부 승진을 거쳐 수장이 된 만큼 변 대표는 직원 간 소통을 중시한다. 그는 직원과 주기적으로 ‘타운홀미팅’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SLS(Shared Learning Session)라는 일종의 사내 강연 시리즈를 통해 직원 간 전문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한 것도 그의 생각이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변 대표는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보단 내부 경영에 충실하다”며 “본인 스스로 ‘미니 MBA’ 코스를 만들어 직원에게 강연하기도 할 만큼 소통과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변 대표는 소모적 경쟁보다 내실 있는 기술 기반 상거래를 선호한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이베이코리아가 내놓은 자체 배송 브랜드인 ‘스마일배송’이다. 스마일배송은 독자 개발한 제3자 물류 시스템을 적용했다. 비용 절감을 위한 단순한 아웃소싱이 아닌, 물류에 집중해 효율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빠른 배송’이나 ‘할인 쿠폰’ 같은 단기적으로 무리한 정책을 펴기보단 GS25 편의점과 협력해 무인택배보관함인 ‘스마일박스’를 운영하는 점도 특징이다. 일부 기업이 배송에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과 비교된다. 

 

지마켓은 ‘슈퍼딜’, 옥션은 ‘올킬’이라는 이름으로 상품 추천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시행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묶음으로 만들어 구매자 취향과 선호를 파악한 뒤 자동으로 물건을 추천해준다. 현재 이베이코리아가 가장 집중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이 같은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거래된 금액만 1조 원을 넘었다. 

 

2014년 지마켓·옥션·G9 등 이베이코리아 서비스 전용 간편결제로 출발한 ‘스마일페이’​는 변 대표의 야심작이다. 배스킨라빈스·파리바게트·던킨도너츠·GS수퍼마켓 등 결제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면서 이용이 늘었다. 2017년 12월 기준 누적 거래액이 10조 원으로 추정된다. 

 

‘소셜임팩트’ 활동도 잊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히어 히어로’가 있다. 소방관 응원 프로젝트로 열화상 드론, 신발 건조기, 꼬임 방지 소방호스 등 소방의 본질인 출동과 소방관 대기공간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0억 원을 지방소방본부 몇몇 곳에 기부하기도 했다. 

 

# ‘그룹사 간 시너지 바탕으로 도약​’ SK플래닛 이인찬 대표이사

 

SK플래닛은 2016년 2월 11번가 운영자회사인 커머스플래닛을 합병하며 본격적으로 커머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SK플래닛은 11번가 적자구조를 탈피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12월 적임자도 새로 낙점하며 수년째 이어지는 적자 고리를 끊을 채비를 마쳤다.

 

 

이인찬 SK플래닛 대표이사는 경제 흐름을 읽는 데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62년생으로 고려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2000년 첫 직장으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을 택해 경력을 쌓았고 2006년 SK경영경제연구소 정보통신연구실장을 맡으면서 SK그룹과 인연을 시작했다. SK텔레콤 본부장,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를 거쳐 SK텔레콤 서비스부문장을 맡는 중에 SK플래닛 대표 자리에 부름을 받았다.

 

이인찬 SK플래닛 대표이사. 사진=SK플래닛 제공

 

이 대표는 SK그룹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2018년 SK플래닛은 고객에게 확연히 다른 차원의 가치와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 SK그룹의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과 더 큰 성장을 위한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을 두루 거치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변광윤 이베이코리아 대표와 마찬가지로 이 대표도 검색 기능과 상품 추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플랫폼 경쟁력 강화 및 ‘탐색에서 배송에 이르는 전 과정의 쇼핑 경험’을 최고 수준으로 높여 ‘1등 커머스 플랫폼’ 입지를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SK플래닛은 초기부터 모바일 플랫폼에 투자해 내세운 ‘쉬운 쇼핑’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해 월평균 방문자 1323만 명으로 3년 연속 업계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모바일을 통한 방문자가 55%를 기록하며 PC 사용자를 넘어서는가 하면 2017년에는 모바일 사용자가 62%로 늘었다. 모바일 중요도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모바일 사용 방문객이 높은 11번가 구조는 SK플래닛에게 기분 좋은 신호다. 

 

‘구매 파워’를 지닌 50~60대 고객을 모바일로 끌어들인 점 또한 성과다. 지난해 모바일을 통해 11번가 물건을 구매한 고객 중 11.1%가 50~60대였다. 신규 고객도 21만 명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기능과 결제를 간단하게 만든 ‘원스톱쇼핑’ 기능을 일찌감치 모바일에 추가하며 ‘쉬운 쇼핑’을 만든 결과다. 

 

이인찬 대표는 소비자뿐 아니라 판매자에게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데이터 관리·활용 체계의 고도화를 통해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으로 진화해 제휴사의 디지털 마케팅 니즈를 해결하고 고객에게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플래닛 수장이 된 지 6개월, 그룹사 간 시너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이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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