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아이코스가 국내 시장을 선점하다 보니 ‘궐련형 전자담배는 아이코스’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제품 수명이 1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 사용자들의 연쇄이동이 있을 것으로 본다.”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의 통상적인 교체 주기는 1년이다. 아이코스가 지난해 6월 5일 공식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기기 교체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먼저 출시됐고 업계 1위를 달리는 제품의 교체주기는 경쟁사들에게 점유율을 늘릴 기회다.
그동안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국내 최초 출시된 아이코스의 독주에 가까웠다. 한국필립모리스에 따르면, 아이코스는 지난해 6월 출시 후 현재까지 190만 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후발주자 KT&G의 ‘릴’과 BAT코리아의 ‘글로’도 각각 지난해 8월과 11월 출시 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정확한 점유율 집계는 공개되지 않지만 선두주자 아이코스가 약 70%, 릴과 글로가 각각 20%, 10%가량의 점유율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아이코스의 무상보증기간(1년)이 끝나감에 따라 아이코스 소비자들이 재구매를 선택할지, 아니면 릴이나 글로 등으로 갈아탈지에 관심이 쏠린다. 또 배터리 수명이 1년 안팎인 점도 관건이다. 이에 따라 6월과 7월 사이 갈아타는 소비자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아이코스는 출시 이후 유명세만큼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시달려 왔다. 가장 많은 불만은 블레이드(스틱을 가열하는 부분) 파손과 배터리 방전이었다. 블레이드 파손은 대부분 홀더에 낀 이물질을 청소하다 부러진 경우여서 내구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아이코스는 줄담배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불만으로 지적됐다. 아이코스는 한 번 사용 후 4분의 충전시간이 필요하다. 아울러 블레이드를 자주 청소해야 한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무상보증기간이 끝나거나 배터리 수명이 다했을 때 타 제품으로 갈아타겠다는 소비자들이 나타난다. 얼리어답터 성향이 강한 A 씨는 “아이코스가 출시되고 나서 바로 구입했다”며 “이후 다른 제품들이 나왔어도 바꿀 생각이 없었는데 배터리 1년 수명이 다 돼가는 만큼 조만간 다른 제품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종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감지된다. 최근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아이코스 빈박스’ 거래가 잇따른다. 현행법상 담배는 통신판매(전자상거래, 이메일, 전화주문에 의한 택배 등 대면판매가 아닌 경우) 등을 이용한 개인 거래가 금지되기 때문에 ‘빈박스’ 판매글을 올려 실제 기기를 거래하는 것이다.
한 판매자는 “대놓고 판매하면 규제 때문에 글이 삭제되거나 아이디 정지를 당한다”며 “빈박스 판매로 올려놓고, 구매자와 접촉해 제품 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 KT&G와 BAT코리아에게 아이코스 기기 교체 시기는 새로운 수요를 확보할 절호의 기회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KT&G 릴은 전자담배 3종 가운데 가장 늦게 출시된 만큼 아이코스와 글로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휴대와 관리가 편한 일체형 구조에 한번 사용하면 다시 충전해야 하는 아이코스와 달리 20번까지 연속 흡연이 가능하다.
최근 아이코스 교체 시기를 맞아 신제품 ‘릴 플러스’ 출시와 함께 오프라인 공식 서비스센터를 오픈하며 ‘고객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아울러 KT&G 측은 “올 하반기까지 설비를 추가해 커버리지를 확대할 것”이라며 “추가 설비를 통해 전국 유통망을 넓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글로를 판매하는 BAT코리아는 지난 4월 ‘던힐 네오스틱 캡슐(글로 전용)’ 2종을 출시하는 등 현재까지 총 8가지 제품을 내놓으며 제품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경쟁사들에 비해 다양한 제품을 보유했다는 게 강점이다. 또 시장 점유율 반전을 꾀하기 위해 차세대 모델 출시도 논의 중이다. 다만 BAT코리아 측은 “신제품 출시일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필립모리스 역시 아이코스 신제품을 선보이며 ‘집토끼’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한국필립모리스의 스위스 본사는 특허청에 ‘아이코스 멀티’ 상표를 출원한 상태다. 정일우 한국필립스모리스 대표는 23일 열린 아이코스 출시 1주년 기자회견에서 “연속 흡연, 배터리 등 문제점을 개선한 후속모델을 개발 중”이라며 “연내에 국내 시장에서도 선보일 것 같다”고 밝혔다.
궐련형 전자담배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시장판도 변화 탓이다. 일반 담배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담배 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6.1%였던 비중은 올 1월 9.1%까지 증가했고, 이 같은 현상이 지속돼 업계에선 2분기에 두 자릿수 점유율 달성을 확실시 여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담배가 감소하는 가운데 궐련형 담배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1세대 제품들의 보완점이 명확히 드러난 만큼 차세대 제품의 경쟁력에 따라 시장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과 정부 규제는 시장 확대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8월부터 전자담배의 유해성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일반 담배처럼 전자담배에도 경고 그림을 부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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