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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4] 김연옥-현대 감성을 담은 달항아리

2018.05.28(Mon) 16:53:51

[비즈한국] 작가들은 빈 캔버스로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설렌다고도 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작품 제작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4를 시작하는 마음도 같다. 초심으로 새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미술 응원의 진정한 바탕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고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내 조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을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조망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Old&new 0901: 130x48.5cm Acrylic MDF 2009


현재 활동하는 작가나 미술이론가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미감을 보여주는 전통미술 하나만 꼽으라면 많은 이가 달항아리를 말한다. 조선백자를 대표하는 달항아리는 왜 현대 작가들에게 인기가 많을까. 담박한 미감과 비대칭의 유려한 형태에서 요즘의 감성과 통하는 요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달항아리는 추상의 요소와도 통하는 아름다움도 가지고 있다. 김연옥의 소재도 전통 도자기인데 상당수가 달항아리다. 그의 달항아리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잘 생긴 달항아리 속에 산수풍경을 얹은 회화 작업이다. 

 

겹-운무: 180x200cm Acrylic on canvas 2017

 

그는 왜 도자기를 소재로 삼았을까. 자신의 체험이 녹아든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보인다. 그의 선친은 도예작가로 도자요를 운영했다. 김연옥은 많은 시간 이곳에서 도예작업을 직접 몸으로 익혔다. 도예의 모든 과정을 경험했지만 뛰어난 회화 재능 탓에 도자기에 산수풍경을 비롯, 문양 그리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은 특히 달항아리 색채의 오묘한 깊이를 몸에 익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탓에 그가 그려내는 달항아리의 은은한 색채와 부드러운 질감은 실제 달항아리를 눈앞에 놓고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사실감을 준다. 육화된 경험으로 이룬 회화의 경지다.

 

그런데 제목은 ‘겹’이라고 붙었다. 달항아리가 그림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 주제만으로도 뛰어난 묘사력과 표현의 깊이를 보이는데도 그의 회화가 목표로 삼는 지점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어디일까.

 

우리 미감을 오늘의 시각으로 바라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달항아리는 우리 미감을 감각적으로 바닥에 까는 작업일 뿐이다. 그의 달항아리는 그리는 기법과 만드는 방법을 병행해 완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겹-침묵: 180x180cm Acrylic on canvas 2017


 

자세히 보면 잘게 썬 캔버스 천을 여러 겹 세로로 붙여 바탕을 만든 후에 극사실 기법으로 그렸다. 캔버스 평면으로부터 1센티미터가량 도드라진 무수히 많은 선이 달항아리를 세로 지른다. 이 때문에 그의 화면에는 착시적 움직임이 나타난다. 옵티컬 아트의 추상성이다. 그리고 조명의 각도나 보는 방향에 따라 달항아리는 모양과 색채를 조금씩 바꾼다. 정적인 전통 소재는 움직임을 획득함으로써 역동적인 현대 감성을 보여준다. 

 

우리 미감이 박물관 진열장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작가의 의지가 담긴 실험적 작업인 셈이다. 이 시대와 호흡해야만 살아 있는 우리의 아름다움이 된다는 생각이 움직이는 달항아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통해 회화의 환영성과 현대미술의 물질성을 고루 보여주고 있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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