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남동발전이 화력발전소에 초고압 변압기, 차단기 등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입찰 기업이 담합을 한 정황을 파악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초고압 변압기란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장치이며, 차단기는 전기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전류를 연결하고 끊어주는 장치다. 수력·화력·원자력 등 각종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전달될 때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는 데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한국남동발전은 영흥화력 5·6호기에 초고압 변압기, 차단기 등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현대중공업과 효성중공업이 입찰 담합을 한 정황을 파악하고 지난 16일 공정위에 정식으로 조사 의뢰했다. 한국남동발전은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이며 영흥화력발전소는 대용량 유연탄 발전소다. 2014년 영흥화력 5·6호기 준공 이후 수도권 전력수요의 25%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효성중공업은 2010년 5월 ‘초고압 변압기’ 구매사업, 같은 해 12월 ‘초고압 차단기’ 구매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사전에 합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먼저 현대중공업이 초고압 변압기 사업에 낙찰 받을 수 있도록 효성이 먼저 들러리로 참여했고 7개월 뒤 비슷한 규모인 초고압 차단기 사업에 현대중공업이 들러리로 참여, 효성이 낙찰 받았다는 의혹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영흥화력 5·6호기 초고압 변압기 사업은 220억여 원에 현대중공업에 낙찰됐다. 초고압 차단기 사업은 효성중공업에 201억여 원에 낙찰됐다. 당시 두 사업을 통해 현대중공업과 효성중공업이 얻은 이익금은 각각 80억~90억 원, 이익률은 4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등을 납품한 업체가 얻는 이익률은 통상 10% 내외다.
한국남동발전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은 지난 3월 중순께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두 달간 계약부서와 발주부서 등을 조사한 결과 과도한 이익금과 담합 정황 등이 파악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정식으로 조사를 의뢰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28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내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의뢰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효성 측은 “처음 듣는 얘기로 확인해보겠다”고만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월 20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발주한 고리 원전 2호기 비상전원 공급용 승압변압기 구매 입찰에서 LS산전과 효성중공업의 담합행위를 적발, 과징금을 부과하고 효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수사에 착수한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문성)는 지난 3월 말 법인과 실무 관계자 등을 재판에 넘겼다.
문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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