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여름이 가까워지면 휴가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진다. 이제 해외여행은 일상적인 문화가 되었을 만큼 보편적인 일이다. 여행과 패션은 아주 중요한데도 의외로 이걸 망각하는 남자들이 많다.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어디를 갈지가 달라질 수도 있고, 그곳에서 나의 태도도 달라질 수 있다. 결정적으로 여행 사진도 더 멋지게 남는다. 대신 짐은 좀 많아진다. 하지만 어떠랴. 여름은 옷도 얇고 가벼워 겨울보다 멋 부리기 더 좋다. 매일 다른 옷을 입으면 너무 좋겠지만, 그건 좀 무리일 수 있다. 일주일 여행이면 세 가지 조합 이상은 준비하자.
무조건 편한 복장이 여행 패션의 최선이 절대 아닌데도 의외로 남자들 중에선 여행기간 내내 옷 한두 벌로 버티거나, 허름한 옷을 입고 최대한 편하기만을 바라는 이들이 꽤 있다. 당신이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라면 투박하지만 걷기 편한 운동화에 땀이나 먼지, 오염이 되어도 티 안 나는 허름한 옷에, 시커멓고 튼튼한 백팩만 메고 다녀도 된다. 하지만 여행 캐리어를 끌고 가서 멀쩡한 좋은 호텔에 머물며, 꽤 근사한 곳에서 밥도 먹고, 공연도 보고 전시도 보는 좀 더 여유로운 여행이라면 부디 패션에도 신경 좀 쓰자.
적어도 스포츠샌들과 등산용 반바지 같은 식의 조합은 버려라. 그런 스타일로 미술관과 공연장에 어슬렁거리는 것만큼 끔찍한 것도 없다. 남자들은 패션이 얼마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것이다. 멀쩡한 직장인들이나 멋쟁이 대학생들도 예비군 훈련 가서 전투복을 입고 있으면 아무데나 바닥에 털썩 앉고 행동도 말투도 달라진다. 패션은 그냥 옷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여행자에게는 패션도 여행 계획의 일부여야 한다.
밝고 발랄한 스트라이프 티셔츠도 좋고, 꽃무늬 예쁜 셔츠도 좋다. 편한 슬랙스나 청바지에 로퍼나 스니커즈를 신어도 좋다. 가방은 백팩보단 에코백이 훨씬 낫다. 백팩을 맬 거면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몸이 가벼울수록 여행자의 발걸음도 기분도 훨씬 더 경쾌해진다. 미술관이나 전시관을 가거나, 근사한 레스토랑을 갈 때도 큰 백팩은 부담스럽다. 부디 세련되고 적당히 작은 것을 권한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여행패션이 바로 이와 같다. 너무 과하게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신경 안 쓴 듯 멋을 적당히 부려야 하는 게 여행 패션이다. 남 보여주려고 입자는 게 아니다. 여행 가는 자신의 마음가짐과 기분을 살리는 데 패션은 중요한 요소이다.
여행지에서도 TPO에 맞는 패션이 필요하다. 아주 클래식한 공연장에서 우아하게 오페라를 본 후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근사한 바에서 한잔 하고 싶다면 슈트와 구두를 하나 챙겨가도 좋다. 캐리어에 어떤 옷을 챙겨가느냐에 따라 여행지에서의 경험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여행 계획을 짤 때, 어디를 가고 뭘 할지와 연결해서 뭘 입고 다닐지도 그날그날에 맞춰 계획해두는 것도 좋다. 여행지에서 좋은 호텔에 묶는 것이 여행 기분을 살리는 데 꽤 중요하듯, 멋지고 세련된 옷을 입고 아침에 호텔을 나서는 것도 여행자에겐 아주 여행 기분을 살리는 데 중요하다.
흰색 티셔츠에 파란색 라인이 스트라이프로 들어간 티셔츠를 화이트나 베이지 슬랙스에 곁들이고, 로퍼를 신어도 좋다. 팔을 살짝 걷어올린 긴팔 데님셔츠와 슬림한 청바지를 곁들이고, 스니커즈를 신어도 좋다. 꽃무늬가 이쁘게 들어간 캐주얼한 셔츠에 팔을 살짝 걷어올리고, 아래는 세련된 반바지와 함께 컨버스를 신어도 좋다. 얇고 긴 후드티 하나를 챙겨가면 날이 흐리거나 빗발 날리는 날에 꽤 유용하게 입을 수도 있다. 선글라스와 다용도로 쓸 작은 스카프 혹은 손수건도 필요하다.
여기에 평소 일상에선 엄두를 못 냈던 페도라를 곁들이거나 화이트 팬츠, 화이트 로퍼 같은 조합도 여행지에서 남자들이 시도할 만한 패션이다. 평소보다 좀 더 화려해도 되고, 좀 더 멋을 부려도 된다.
사실 난 지금 휴가 중이다. 부디 이번 여름휴가, 당신의 여행 패션에도 좀 더 멋을 부려보라. 일상을 반복하려고 여행을 가는 게 아니니, 여행지에선 일상의 당신보다 더 멋진 당신을 만나보길 바란다. 그 또한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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