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알고 보니 범죄자였다면, 나 역시 범죄자일까? 그럴 리 없다. 그를 좋아했다는 사실에 미안해할 이유도 없고 그저 그 가수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면 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농단했다고 해서, 그의 지지자까지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다. 성추행범인 모건 프리먼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우리가 그의 범죄를 옹호하지 않듯 말이다.
하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질문에 ‘죄가 된다’고 답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윤두준과 니엘을 둘러싼 논란이다. 그룹 ‘하이라이트’의 윤두준과 ‘틴탑’의 니엘은 최근 데이트 폭력으로 물의를 빚은 BJ 보겸의 팬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들은 보겸의 영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그의 채널을 구독했다고 비판받았다. 그의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타인에게 어떤 피해를 끼쳤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윤두준과 니엘은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여자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린은 소설책을 읽었다는 ‘죄’로, 소유와 루나는 특정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죄’로 대중에게 비난세례를 받았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은 어떠한 의사도 표명하지 않고 조용히 ‘좋아요’를 눌렀을 뿐이다. 단지 그들이 ‘좋아요’를 눌렀다는 사실이 뉴스가 되고 대중들에게 가십거리가 됐다.
A에게 ‘좋아요’를 눌렀으니 A를 열렬히 옹호하며 A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은 틀렸다. 마찬가지라면, 갤럭시를 사용하는 이들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무작정 옹호하는 사람들인가 되묻고 싶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애플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렀다면 그 사람들은 애플 폭스콘 공장의 노동자 착취에 찬성하는 입장인가 묻고 싶다. 두 가지 질문이 어처구니없다면, 연예인에 대한 일련의 논쟁에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야 마땅하다.
연예인에게 SNS는 사적인 공간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팬들과 만날 수 있기에 공개적이며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아요’와 클릭으로 그의 인성을 재단할 수 없다. 그가 본 책, 영상, 팔로잉 목록으로 그의 전체를 평가할 근거는 전혀 없다. 물론 팬으로서 실망하고 비판할 수 있으나 그를 모욕하거나 본인의 성향에 따라 ‘성형’시킬 권리는 없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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