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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IBM왓슨'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자 생긴 일

2011년 퀴즈쇼에서 챔피언 압도하며 유명세…의료·법률·CS로 영토 넓히는 중

2018.05.28(Mon) 10:48:34

[비즈한국] 인공지능(AI)의 대명사가 된 ‘알파고’​. 바둑으로 이세돌 9단을 이기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경우의 수가 무한해 인간이 더 잘할 수밖에 없다는 분야 바둑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기 때문이었죠. 바둑 이전에 인간이 이길 수밖에 없다고 불린 게임이 체스였습니다. 다들 아시지만 컴퓨터는 체스를 정복했습니다. 1997년, IBM의 체스 프로그램 ‘딥블루’가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승리한 거죠. 이후 IBM은 어떤 노력을 했을까요?

 

IBM왓슨. 사진=IBM 홈페이지


체스를 이긴 후, IBM은 기술력을 과시할 이벤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IBM은 미국 정부 등 거대 고객에게 기술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기업이기 때문이죠. 체스 이후 또 다른 ‘한 방’으로 회사를 홍보해야 할 시점이었습니다.

 

IBM 연구 담당 매니저인 찰스 리켈은 한 음식점에 갔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내부가 너무 고요했습니다. 모두가 미국의 인기 퀴즈 쇼 ‘​제퍼디(Jeopardy)’​를 보고 있었습니다. 당시 챔피언 켄 제닝스가 무려 74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모두가 숨을 죽이고 화면에 집중했습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2004년 찰스 리켈은 제퍼디에서 인간을 이기는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2005년, 임원진의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15명의 팀원에게 5년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정보를 완벽하게 저장할 수 있는 컴퓨터에게 퀴즈 프로그램은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인간은 인공지능과 경쟁하기보다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을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 사진=IBM 홈페이지


제퍼디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그날의 랜덤 퀴즈 카테고리가 여섯 개 나옵니다. 각 카테고리마다 다섯 개의 문제가 나오죠. 문제마다 난이도에 따라 상금이 달라집니다. 가장 많은 상금을 얻은 사람이 승리하지요.

 

제퍼디의 퀴즈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문장을 컴퓨터가 이해해서, 이에 맞는 답을 줄 수 있을까요? 이 부분이 왓슨의 기술적 난관이었습니다. 처음 왓슨의 정답률은 15%에 불과했습니다. 당시에 미국 정부가 운영하던 피콴트(Piquant)라는 시스템의 정답률 또한 35%에 불과했습니다. 대답에는 수분의 시간이 걸렸지요. 몇 초 만에 정확하게 답을 맞히는 인간과는 경쟁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2008년부터 왓슨은 제퍼디 제작진과 연락을 시작합니다. 인간 챔피언과 제퍼디 대결을 하고 싶다는 제안이었습니다. 하지만 대결은 쉽지 않았습니다. 양측 모두 ‘공정성’에 불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인간은 기계의 속도에 불만이었습니다. 기계는 인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버저를 누를 수 있는 게 문제라는 거죠. 제퍼디 고수의 대결에서는 버저를 울리는 속도가 특히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로봇은 인간보다 훨씬 빠르다는 겁니다. 왓슨은 기계적으로 버저를 누르는 장치를 달았습니다.

 

IBM 측에서도 불만이 있었습니다. 제퍼디 제작진이 퀴즈를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는 주제를 생각하며 만들면 컴퓨터 프로그램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무의식적으로 낼 수 있다는 불만입니다. 퀴즈 쇼 문제가 아니라 ‘로봇이 얼마나 인간에 가까운가?’를 테스트하는 ‘튜링 테스트’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거지요. 이 부분은 제작진이 미리 만들었지만 공개하지 않은 퀴즈 중에서 제3자가 무작위로 선택함으로써 해결했습니다.

 

인간 챔피언과 왓슨의 제퍼디 대결 영상.

 

2011년 1월, 역대 제퍼디 최강의 챔피언이던 켄 제닝스와 브래드 러터가 왓슨과 대결했습니다. 이 대결은 비공개로 1월에 녹화된 후 2월에 공개되었습니다. 결과는 왓슨의 압승이었습니다. 제닝스가 4800달러, 러터가 1만 400달러의 상금을 획득하는 동안 왓슨은 3만 5734 달러를 얻어 1위에 올랐습니다.

 

왓슨은 듣거나 볼 수 없습니다. 대신 호스트가 문장을 읽어줄 때 이와 같은 속도로 텍스트를 전달 받습니다. 인간보다 기계가 인간의 문장을 더 빠르게 이해하고, 이에 맞는 답을 줄 수 있었습니다. 놀라운 충격이었습니다.

 

이후 왓슨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기계’로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분야는 헬스케어입니다. 왓슨은 환자의 데이터를 판별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데이터를 모읍니다. 인간의 결정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심지어 과학자들이 해내지 못한 과학적 발견도 합니다. 7만 개의 논문을 한 달 만에 분석해 항암 유전자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해낸 거지요. 인간의 문장을 이해해서 데이터화할 수 있는 왓슨의 특기 덕분입니다.

 

놀라운 건 CS(커스터머 서비스)입니다. 유저의 질문에 답변해내는 능력이 놀랍습니다. 인간의 문장을 해석하는 퀴즈쇼에서 세계 챔피언이었던 왓슨이니 일상적인 CS 업무는 거뜬합니다. 조지아공대에서는 매년 이메일에 답변을 주는 조교 중 왓슨 AI 조교가 있습니다. 대학교가 사실은 ‘질’이라는 이름의 조교가 AI라는 사실을 말하기 전까지 학생 누구도 친절하게 이메일에 답변해주는 이 조교가 인공지능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IBM왓슨 소개영상.

 

대화가 가능한 컴퓨터는 컴퓨터의 특기를 갖되 인간이 목소리만으로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의 언어로 써놓은 기록을 기계가 믿을 수 없는 처리속도로 분석해 인간조차 몰랐던 새로운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인간과 기계 사이에 가교가 될 수 있는 거지요.

 

걱정도 있습니다. 왓슨은 CS 분야를 시작으로, 의료 법률 등의 데이터 분석까지 수많은 직업을 없앨 겁니다. 빠르고 편리하게 모든 걸 해낼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그만큼 인간이 덜 필요해진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그렇다고 불평만 할 수는 없겠죠. 왓슨과 싸워서 이기려 하기보다는 왓슨이 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찾는 게 더 빠를지 모릅니다. 퀴즈쇼 챔피언으로 시작해 이제는 의료기술, 법률, CS 업무까지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 왓슨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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