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확천금의 꿈. 지난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흥분이 전 세계를 가득 메웠다. 2016년 초 90만 원에 불과했던 대표적인 암호화폐(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정확히 1년 만인 지난 1월 2600만 원까지 치솟으며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현재 ‘코인마켓캡’에서 확인되는 암호화폐만 1623개일 만큼 거래가 활발하지만, 당시는 암호화폐를 ‘비트코인’이라 통칭할 만큼 개념이 모호했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투자 감각’이란 말로 덮으며 보이지 않는 ‘전자 신호’에 돈을 쏟았다. 정부 제재와 금융 전문가의 우려가 흘러나오자 암호화폐 시장의 거품은 사그라지는 듯했다.
882조 원까지 치솟았던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5일 현재 300조~400조 원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800만~1000만 원 사이를 오가며 ‘제 가격’을 찾는 중이다. 예전처럼 미친 듯한 수익률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적지만, 암호화폐 열기는 아직 완전히 식지 않았다. 최근엔 시가총액이 큰 유명코인에 투자하기보단 막 상장되는 신생 코인에 투자해 일명 ‘상장빨’을 받아 단타로 치고 빠지는 방식이 유행이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스캠(사기)’에도 쉽게 노출되는 실정이다.
시가총액 1조 원이 넘는 암호화폐는 24개. 한 달 전과 비교해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기준 가격이 오른 코인은 6개에 불과하다. 그 중 가격 상승률 20%를 넘는 코인은 지캐시(ZEC)와 트론(TRX)이다. 각각 21.47%(업비트 기준), 20.59%(빗썸 기준) 올랐다.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이제는 덩치 큰 코인은 ‘안정빵’으로 돈을 묶어 두는 용도로 투자하고, 가능성 있는 신생 코인에 베팅하는 게 돈 버는 방법”이라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같이 유명한 코인이 급등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코인이 갑자기 오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코인마켓캡 기준 일주일 동안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10개 코인 중 8개가 지난 1월 이후 만들어진 신생 코인이다. 그 중 3개는 5월에 발행됐고 평균 시가총액은 124억 원에 불과하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상위 10개 코인 평균 시가총액이 15조 6828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듣보잡’ 코인이라고 하겠지만 평균 가격 상승률이 145%다. 일주일 만에 1.5배 정도 수익이 난 셈이다.
암호화폐로 3억 원을 벌었다는 한 투자자는 “최근엔 상장되기 전이나 ICO(암호화폐공개) 전에 정보를 입수해 코인을 사두는 것이 포인트”라며 “사람들 투기 심리 때문에 거래소에 상장만 되면 잠깐 사이에 가격이 폭등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 시세차익을 챙긴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 상장된 암호화폐 10개 차트를 분석해보면 이런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8개 차트에서 하루 내에 급격히 가격이 올랐다가 내려가는 지점이 발견된다. 2일 전 상장된 레늄(XRH)의 경우 270원이던 가격이 한순간 1450원까지 올랐다가 20분 만에 380원으로 떨어졌다.
투자자가 신생 코인에 몰리다 보니 스캠 코인에 당할 위험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스몰코인의 스캠화는 상당하다고 본다. 블록체인 기술 활용보다 이익을 위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집단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며 “정부 규제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는 스스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전문가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지금은 20분이면 누구나 코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스캠이 난무하는 것이 현실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코인이 스캠이라고 판명돼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스캠이 난무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사회에 적용하려는 의도를 가진 코인 사업자를 포함해 암호화폐 자체가 사기로 인식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연구반 관계자는 “현재 암호화폐 관련 정부의 정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금감원이 어떤 제재를 가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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