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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드레이크의 이유 있는 변신 '갓스 플랜'

힙합에서 금기시되던 사랑 노래부터 정치사회적 메시지까지

2018.05.21(Mon) 18:48:21

[비즈한국] 어린 시절 봤던 창작 어린이 소설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주제는 ‘창작 동요제’였습니다. 자연히 아이들 동요에 대해서 다루었지요. 이 책의 저자는 힙합에 부정적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 목소리를 빌어 ‘소프트 록 등 나이 들어서 들어도 좋은 음악도 있지만 힙합 같은 쓰레기 음악은 들어서는 안 된다’고 부르짖으며 동요를 가르쳤습니다.

 

이런 의식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힙합은 잘난 척 으스대는 음악, 양아치 음악, 저질 음악이라는 인식 말이죠. ‘진지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밴드 음악이나 클래식, 재즈 등에 비해 수준이 낮다는 생각도 널려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미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드레이크의 ‘갓스 플랜(God’s Plan)’ 싱글 앨범 커버. 사진=드레이크 인스타그램

 

이런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우선 의식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힙합 스타, 켄드릭 라마가 있습니다. 그는 대중음악가로는 사상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받고, ‘험블’을 통해 빌보드 1위를 하는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힙합 스타가 진중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래퍼 드레이크입니다. 힙합에서 금기시되던 ‘사랑 노래’를 부르던 래퍼. 힙합인데도 가사를 써주는 대필 작가가 있다는 소문에 시달리는 커머셜 래퍼. 진지한 이야기보다는 자기 자랑에 치중하던 그가 어떻게 바뀐 걸까요?

 

 

시작은 2017년 발표한 플레이리스트라는 이름의 앨범, ‘모어 라이프(More Life)’였습니다. 이 앨범은 드레이크의 이름값에 비해 성공적이지 못했죠. 기존의 성공 공식인 달콤하고 멜랑꼴리한 팝 랩만 해서 식상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드레이크는 8개월간 음악을 발매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1년에 두 개씩 앨범을 발매하던 워커홀릭에게는 긴 휴식이었습니다.

 

올 1월, 드레이크는 오랜 공백을 깨고 싱글을 발표했습니다. ‘갓스 플랜(God’​s Plan)’이었습니다. 이 싱글은 기존 드레이크의 음악과 비슷하면서도 달랐습니다. 어떤 면 때문이었을까요?

 

2018년 1월 드레이크가 오랜 공백을 깨고 발표한 싱글 ‘갓스 플랜(God’s Plan)’은 기존 드레이크의 음악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사진=드레이크 인스타그램

 

음악적으로는 기존 드레이크의 음악과 비슷한 면이 많았습니다. 최신 트랩 사운드를 따릅니다. 여기에 달콤한 멜로디를 얹습니다. 따라하기 좋은 단순한 훅도 넣지요. 드레이크는 자신에게 오는 수많은 비트 중 하나를 찾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변화시키는 특유의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카도(Cardo)라는 래퍼가 처음 준 비트를 활용했지만, 노아 셰빕(Noah “40” Shebib) 등 원래 본인의 음악을 만들던 프로듀서가 곡을 드레이크 스타일로 바꾸어 주었지요. 자연스럽게 본인의 스타일에 맞는 음악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갓스 플랜은 기존 드레이크의 음악과 다르기도 했습니다. 가사가 그렇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신의 계획’에 따른 것이며, 자신의 부를 남과 나누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부를 랩 가사로 만든 겁니다.

 

뮤직비디오 또한 이런 느낌을 따랐습니다. 갓스 플랜의 뮤직비디오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뮤직비디오 예산으로 약 12억 원 정도 잡혔어. 다 남에게 줬지. 회사에는 비밀이야.” 그리고 뮤직비디오는 드레이크가 학교, 편모 가정 등 돈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영상이 끝없이 나옵니다. 기부하는 행동을 콘텐츠로 만들어버린 거죠.

 

드레이크는 자신의 팝적인 대중성, 영향력을 ‘남을 돕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했습니다. 이로써 팝 스타였던 드레이크에게 진중함이 가미되었습니다. 그는 과도하게 자신을 성인으로 포장하지 않고, ‘내가 죽기 전에도 사람들이 나를 그리워했으면 좋겠어’라고 솔직하게 자기 선행의 의도를 말합니다. 자신에 솔직함을 드러내고, 여기에 긍정적인 바이브(vibe)를 가미해서 새로운 캐릭터를 자신에게 부여했습니다.

 

갓스 플랜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이 곡은 드레이크의 곡 최초로 빌보드 1위로 차트에 진입했습니다. 무려 11주간 1위를 지켰지요. 이 곡의 기록을 멈춘 곡은 드레이크가 새로 발표한 곡 ‘나이스 포 왓(Nice For What)’이었습니다.

 

 

나이스 포 왓은 ‘페미니즘’을 담고 있습니다. 여성들에게 가치와 힘이 있다고 외치는 노래지요. 이 노래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래퍼였던 로린 힐의 히트곡 ‘엑스 팩터(Ex Factor)’의 한 부분을 샘플링하고, 뮤직비디오에서는 여성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을 넣었습니다. 여전히 자신의 대중적인 파급력과 영향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는 책임감을 보여주는 방식의 콘텐츠였습니다.

 

혹자는 이런 방식의 음악이 위선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음악은 음악 그 자체로 존재해야지, 과도하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넣어야 하냐는 지적이죠. 이런 지적은 타당성이 있습니다.

 

드레이크의 ‘나이스 포 왓(Nice For What)’ 싱글 앨범 커버. 사진=드레이크 인스타그램

 

다만 드레이크는 갑자기 구린 음악을 하거나, 음악에 신경을 덜 쓴 게 아닙니다. 갓스 플랜과 나이스 포 왓 모두 기존 드레이크의 강력한 팝다움, 대중성을 가진 트랙이죠. 여기에 과거에 드레이크는 힙합에서 금기시하던 ‘달콤한 사랑’을 외치듯, 이제는 긍정적인 메시지,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드레이크라는 본인의 캐릭터에 새로운 느낌을 가미했죠. 이는 충분히 좋은 상업적 전략으로 여겨집니다. 덕분에 미지근한 반응이던 기존 앨범과는 달리 다시 드레이크는 팝의 절정에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틀스도 처음에는 진지한 음악과 가사를 쓰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그들은 흑인 밴드 음악을 카피하던 아이돌 밴드였죠. 활동 기간을 거쳐 음악이 성숙하면서 비로소 우리가 아는 진중한 록 음악이 나왔습니다. 어쩌면 지금 힙합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유희적인 음악에 비해 메시지가 있는 음악이 더 우월한 건 아닙니다. 다만 더욱 다양한 종류의 음악이 나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겠죠.

 

힙합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듯, 드레이크의 ‘나이스 포 왓’의 아성을 넘어서 새롭게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노래는 드레이크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가진 힙합 곡,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의 ‘디스 이즈 아메리카(This is America)’였습니다. 다음 주는 이 곡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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