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월 안미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논란’이 일단락됐다. 지난 19일 전문자문단이 12시간 가까이 진행된 마라톤 회의 끝에 외압 의혹을 받은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과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전 춘천지검장)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한 것이다. 대검찰청 수뇌부의 기소 여부를 놓고 빚어진 문무일 검찰총장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검사장) 충돌 역시 문 총장의 ‘정당한 수사지휘’로 결론이 났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네티즌 여론은 전문자문단의 결론을 그리 신뢰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임은정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종래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뒤집고, 대검이 위원 과반을 위촉하는 ‘전문자문단’을 맞춤형으로 급조해 원하던 결론을 도출”했다며 대검을 비판했다.
대검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할 만하다. 임 검사의 비판 역시 다소 과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거 검찰이 유력 정치인이나 제 식구를 수사하며 스텝이 꼬인 적이 많았기에 그만큼 불신의 골이 깊다. 대표적으로 지난 정권에서도 ‘정윤회 문건’ 수사나 ‘김학의 전 차관의 접대’ 사건 등에서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의혹이 있다. 대검은 검찰의 업보라고 생각하고 국민들의 불신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진지하게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바둑을 다 두고 나면 복기를 한다. 복기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왜 이겼는지, 반대로 왜 졌는지를 분석하고 다음부터는 잘못된 수를 두지 않으려는 데 있다. 이번 사건에 수사 외압이 없었다고 결론이 났더라도 국민이 느낀 불신의 지점과 검찰 내부의 문제점도 복기하다 보면 해결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안미현 검사는 이례적으로 언론에 노출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수사 외압을 주장했다. 특히 기자회견에서는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 소환조사를 위해 통화를 했는데 이후 반부패부 연구관이 전화해 대검에 먼저 보고하지 않고 소환하려 한 이유를 추궁했다. 반부패부 연구관이 연락한 것은 당시 문무일 총장이 이영주 춘천지검장을 질책한 이후여서 김우현 반부패부장이 관여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수사단도 이 과정에서 김 부장이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봤다. 또 지난해 10월 안 검사가 채용비리에 연루된 브로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하자 김 부장이 이를 보류시킨 부분도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우선 검사가 조직 내부에서 상급자와 이견이 있을 때 이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검사는 진실과 정의에 따르는 것이 기본적 의무이므로 자신의 법적 확신이나 양심에 반하는 상사의 지시를 따라서는 안 된다. 검찰청법도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대하여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검 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검사의 이의제기권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즉 △이의제기 전 숙의 △서면에 의한 이의제기 △기관장의 필요 조치 △수명의무 및 불이익 금지 등의 내용으로 대검 지침을 제정하고 관련 법규 개정을 법무부에 건의하도록 했다.
또한 영장청구, 기소 여부 등 수사과정에서 이뤄지는 모든 결재 과정에서 주임검사와 상급자간 이견이 있는 경우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각각의 의견을 모두 기록화하고 보존할 것을 권고했다. 대검은 올 1월부터 ‘검사의 이의제기절차 등에 관한 지침’을 신설해 시행하고 있다.
대검은 이 사건을 계기로 검사의 이의제기권이 실무에서 제 기능을 하는지, 보다 실효성 있게 정비할 필요는 없는지 검토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국 평검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한편 결정문에 서명하지 않는 상급자가 수사를 보류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 이는 보완수사라는 명목으로 자칫 수사검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대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 필요성을 더욱 확실하게 했다. 법무부 안대로라면 공수처와 검찰은 상호 경쟁관계다. 권한분산과 견제는 검찰이 제 역할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진지한 복기를 하지 않으면 ‘제2의 안미현 검사’가 또 다시 나올 것이다. 이는 검찰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불행할 일임이 너무나 자명하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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