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엘시티 비리 사건’이 터진 지 2년여가 흐른 가운데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2심에서 감형을 받고, 배광덕 전 국회의원의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는 등 관련자들 재판이 마무리돼 가고 있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열린 이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 회장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박수근 청안건설 대표 역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이 회장은 엘시티 시행사와 관련된 회삿돈 704억 원을 빼돌리거나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사기), 정·관계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5억 3000만 원대 금품 로비 혐의(정치자금법위반·뇌물공여)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재판부는 “이 씨가 거액의 대출금, 신탁자금을 편취하고 관계회사의 자금을 횡령했지만 실질적인 피해 정도가 범행 규모에는 이르지 않았다”며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사업 이익금이 수천억 원으로 예상되는 점, 사업 관계자인 대주단이나 시공사에 현실적인 피해가 초래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대규모 위법행위를 여러 차례 감행해 취득한 이익이 적지 않고 대규모 건설사 시행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돼 합당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16일에는 이 회장으로부터 금품 등 편의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된 배광덕 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이 최종 확정됐다. 배 전 의원은 2016년 2~3월 4회에 걸쳐 이 회장으로부터 뇌물 및 정치자금으로 5000만 원을 받은 혐의, 2011년 1월부터 2016년 10월 이 회장이 소유한 건물 식당에서 총 2490만여 원 상당의 식대 중 50%를 할인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할인분은 이 회장이 대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배 전 의원은 1심과 2심에서 징역 6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됐으나, 대법원은 배 전 의원이 반성의 의미로 지난 1월 국회의원 사직서를 제출해 수리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5년, 벌금 1억 원으로 감형했다.
이처럼 엘시티 비리 관련자들 재판이 마무리되는 상황이지만 시행사 엘시티 PFV의 경영조직에는 변화가 없다. 또 엘시티PFV 주주사 대부분이 이 회장 차명 법인 혹은 페이퍼컴퍼니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실질적 지배구조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엘시티PFV의 주주사는 이젠위드(37%), 강화(25%), 에코하우스(24%), 아시아엘에스디엔씨(6%), 부산은행(6%) 등이다. 하지만 1심 판결문과 이들 회사의 지주현황을 살펴보면, 부산은행을 제외한 주주사들이 이 회장의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상황으로 여전히 엘시티의 실질적 지배구조는 이 회장이 장악하고 있다.
현재 엘시티PFV는 조 아무개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조 씨 취임 전에는 이 회장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박수근 청안건설 대표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1심 재판부는 박 대표가 청안건설이 보유 중인 엘시티PFV 지분을 이젠위드에 양도했고, 조 씨를 명의상 대표이사로 보고 이젠위드 또한 속칭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에코하우스 또한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특수관계회사로 알려졌다. 에코하우스에 각각 29%와 20%의 지분이 있는 데코시너지와 부흥주택 또한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는 회사다. 이 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박 아무개 씨의 아들 김 아무개 씨가 데코시너지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재임돼 있고, 이사로 등재됐던 다른 3명 또한 엘시티나 청안건설 소속 직원이다.
아시아엘에스디엔티의 경우 이 회장의 딸 이 아무개 씨가 올해 4월 13일 새롭게 사내이사로 등기됐다. 나머지 주주사인 강화도 호 아무개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실체가 모호해 이 회장 차명 법인 중 한 곳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부산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영복 회장이 엘시티에서 손을 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이 회장의 최측근인 박수근 대표와 이 회장의 아들 등이 여전히 엘시티PFV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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