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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삼성물산 합병 데자뷰'인 이유 넷

경영승계·합병비율·엘리엇·국민연금, 똑같은 논란 반복되나

2018.05.16(Wed) 18:57:40

[비즈한국] 지난 3월 28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부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가 흡수합병하는 것이다. 이로써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현대모비스가 지주회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방안의 주요 내용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부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가 흡수합병하는 것이다. 사진=현대자동차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은 여러모로 2015년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비슷한 점이 많다. 승계 작업과 관련이 있다는 뒷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 반대 의견을 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 공통점 1. 승계 작업에 유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후 대기업들에게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해왔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발표 후에도 공정위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도 정부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현대차는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순환출자 등 정부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재편에 나섰다”며 “그룹의 재원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각 그룹사의 사업 역량과 독립성·자율성을 제고하고 대주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전과 후 비교. 사진=현대자동차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경영승계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가진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면 간단히 승계가 해결될 일”이라며 “현대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이 대주주였기에 지금껏 성장이 가능했는데 정 부회장이 빠지면 주가 하락은 불 보듯 뻔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입하려는 이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2009년 기아차, 2014년에는 현대제철 이사회에서 빠졌다. 올 3월에는 현대건설 기타비상무이사에서 물러났다. 반면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 4개사의 임원이다. 공식적으로는 정 회장보다 정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이후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 정 회장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소문도 꾸준히 나온다. 소문의 진실과는 별개로 정 회장 입장에서 경영승계 작업에 착수할 시기다.

 

비슷한 사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 지분 16.4%를 얻었다. 이 부회장은 구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지만 제일모직 지분 23.23%를 갖고 있었다. 옛 삼성물산의 자산이 제일모직의 3배가 넘었지만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1 대 삼성물산 0.35로 정해져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 공통점 2. 합병 비율 논란

 

삼성물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현대모비스 합병에도 비율 논란이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부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은 0.61 대 1이다. 현대차는 “합병 비율은 전문 회계법인이 자본시장법에 준거해 각각 본질가치 및 기준주가를 반영해 산정했다”며 “현대모비스 주식의 경우 분할비율만큼 주식 숫자는 줄어들지만 지분율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홍순탁 회계사는 참여연대가 주최한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방안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현대차가 개편안을 발표한 전날인 3월 27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현대글로비스의 평균 주가는 15만 4991원, 현대모비스는 23만 7390원”이라며 “이에 따라 계산하면 현대모비스 분할 사업부(모듈·AS부품 사업부)의 가치는 9만 5242원, 존속 사업부는 14만 2148원으로 분할 사업부 가치는 현대모비스 전체의 40%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6~2017년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 중 분할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98% 내외로 거의 전부”라며 “2017년 영업이익율은 분할 사업부가 10.2%, 존속 사업부가 0.7%로 극단적인 수익성 차이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인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지난해 현대모비스 분할 사업부의 세전이익은 1조 4400억 원이고, 27.5%의 세율을 적용하면 1조 400억 원 수준으로 올해 예상 실적으로는 1조 2000억 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분할 사업부의 가치를 9조 2700억 원으로 평가했는데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AS부품 사업을 넘기면서 받은 가치평가로는 조금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가진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30%지만 현대모비스 지분은 6.96%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대모비스 가치를 낮게, 현대글로비스 가치를 높게 측정할수록 정 회장 일가에게 유리하다.

 

합병 후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현대차 측의 설명에 따르면 적극적인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인 핵심부품 분야와 부품 조달, 제조 효율성 향상이 중요한 모듈 분야, 대표적 후방 사업인 AS부품 분야는 사업적 특성이 서로 다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미래 핵심 기술 확보 차원의 투자 및 M&A, 타 완성차 납품을 위한 투자 및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핵심부품 사업에 대한 집중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자산 유동성이 부족한 기아자동차로선 유동성이 풍부하고 안정적인 후방사업을 영위하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현대글로비스로부터의 꾸준한 배당 수입과 주요 주주로서 적극적인 사업 시너지 창출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김종보 변호사는 “회사를 인적분할하는 것과 자동차 핵심 기술 분야에 더 집중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며 “각종 AS부품은 대부분 하청업체에서 생산하기에 현대모비스의 부품 유통사업 부문이 현대글로비스로 이전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론했다.

 

# 공통점 3.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최근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11일 △타당한 사업 논리 결여 △모든 주주에게 공정한 합병 조건을 제시하지 못함 △실질적으로 기업경영구조를 간소화시키지 못함 △현저한 가치 저평가에 대한 종합적 대책 결여 △자본관리 최적화, 주주환원 향상 및 기업경영구조 개선 방안 결여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후 지주회사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사업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한 지주회사 전환 등을 요구하는 엘리엇의 제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3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 현대자동차 부스. 사진=박정훈 기자

 

엘리엇은 삼성물산 합병 때도 반대 의견을 냈다. 당시 엘리엇은 구 삼성물산 지분 7.12%를 갖고 있었다.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모비스나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지만 1%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한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10억 달러(약 1조 775억 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의 주장은 시민단체에서도 큰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재벌들이 꼼수를 사용해서 세습을 하다보니까 해외 헤지펀드들이 여러 허점을 발견해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며 “현대차를 노리는 헤지펀드가 엘리엇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미국 헤지펀드들이 나에게 현대차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싶다며 연락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 공통점 4.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이번 지배구조 개편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참석하고 참석 지분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현대모비스 지분은 정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30.17%, 국민연금이 9.82%를 갖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과 특수관계자 39.34%, 국민연금이 10.80%, 노르웨이의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AS가 12.04%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공교롭게도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은 옛 삼성물산 지분 11.6%를 갖고 있었다. 당시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해 많은 뒷말을 낳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순탁 회계사는 “국민연금은 단순히 재무적인 부분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포괄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규정에 들어가 있다”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 전반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만큼, 다른 주식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가를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개혁연대 소속 이상훈 변호사는 “두 회사의 지분을 다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어느 쪽을 위해 결정할 것인가가 중요한 판단으로 여러 곳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렇다고 국민연금의 10%가 아주 결정적인 역할은 아니기에 현대차가 남은 기간 주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망성을 보이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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