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구직자들이 능력과 실력을 중심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지난해 초 ‘탈스펙화’를 선언, 공공부문의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정책에 따라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시행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대기업까지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해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 동참하고 나섰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아직까지 현실화하지 않은 중소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마련을 위해 ‘블라인드 채용 확산 추진단’을 구성하고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고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온라인 취업 사이트 잡코리아가 기업 채용공고에 재직자들의 출신 대학 및 전공 순위를 공개하는 커리어패스 서비스를 선보여 논란이 인다.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기업이 못 하는 스펙 걸러내기를 잡코리아가 대신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잡코리아에 공개된 삼성전자 채용공고 3건(5월 16일 기준)을 살펴보면 채용공고 메인 화면 하단에 ‘삼성전자 직원들은 어떤 대학교를 다녔을까요?’라는 질문과 함께 ‘1위 한양대학교, 2위 성균관대학교, 3위 고려대학교’라는 답변이 달려 있다. 위 질문 옆의 ‘커리어패스 자세히 보기’를 클릭하면 삼성전자 커리어패스 서비스 페이지로 연결되는데, 여기에서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출신 대학을 10위권까지 볼 수 있다. 더불어 전공 순위와 함께 외국어 및 자격증 보유 스펙도 공개돼 있다.
지방의 한 대학교 휴학생 오 아무개 씨(23)는 “정부는 탈스펙화를 통해 채용의 기회를 넓히려고 노력하는데, 많은 구직자가 이용하는 잡코리아는 재직 직원들의 스펙을 공개함으로써 구직자들에게 박탈감을 안기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출신대학 순위를 보고 나서 지방대학 출신들은 지원서조차 낼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잡코리아가 직원들의 출신 대학 및 전공을 공개하면서 기업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기업에서는 출신 대학 및 전공 순위를 공개할 수 없다”며 “잡코리아 회원들이 등록한 이력서의 학력 및 경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라고 털어놨다.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에 대해 잡코리아 관계자는 “박탈감을 느끼는 구직자들보다 대학 선배들이 어떤 기업에 취업했는지, 또 그들이 어떤 기업으로 이직 또는 전직했는지를 궁금해하는 구직자들이 더 많기 때문”이라며 “아직은 베타서비스 단계다. 조만간 구직자들이 취업하길 희망하는 기업의 출신 직원이나 재직 직원들과의 커뮤니티 공간을 확보하는 등 커리어패스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잡코리아의 주요 경쟁사인 온라인 취업 사이트 사람인도 공개채용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들의 합격 스펙을 공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기업별 채용공고에서는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
[인디아 프리즘] 모디 정부 목 조르는 트럼프, '브로맨스도 타이밍'
·
[부동산 인사이트] '역대급'으로 혼란한 시장, 정부는 '등대'가 돼야 한다
·
[리얼 실리콘밸리] '유튜브 레드' 탄생시킨 경영진 딸의 한마디는?
·
'그린북' 수정 소동 부른 '회복흐름'의 진실
·
비정규직 적은 대형 건설사 1위 아이에스동서, 근속연수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