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2위 암호화폐(가상화페) 거래소 ‘빗썸’이 15일 암호화폐 ‘팝체인’ 상장 계획을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연기했다. 당초 빗썸은 자본력이 검증되지 않은 팝체인 발행 주체인 ‘더이앤엠’과 함께 폰지사기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빗썸은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이라며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결국 상장을 연기해 개운하지 않은 뒷맛을 남겼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암호화폐공개(ICO)도 하지 않은 ‘듣보잡’을 왜?
보통의 경우, 신규 암호화폐가 발행되면 거래소 상장 전 암호화폐공개(ICO)를 거친다. ICO는 투자자에게 신규 암호화폐를 우선적으로 팔아 자금을 확보하는 단계다. 빗썸이 ‘세계 최초’로 상장하려고 했던 팝체인은 ICO를 거치지 않았다. 팝체인 상장 시도는 빗썸이 암호화폐 상장에 비교적 보수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 팝체인 투자자는 단 18명, 그중 2명이 팝체인 88% 보유
지난 15일 오후 7시 30분 기준, 팝체인을 보유한 가상지갑은 18개에 불과했다. 그 중 2개 지갑에 들어 있는 팝체인 코인 양은 18억 5000여 개. 총 발행량 20억 개 중 88%에 해당한다. 팝체인이 상장돼 가격이 오르면 단 두 명의 투자자에게 돈을 몰아주는 형태다. 두 투자자가 팝체인을 모두 팔고 나가면 가격 하락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 몫이 된다.
논란이 된 16일 새벽부터 팝체인 거래가 급격히 활발해지면서 16일 오후 1시 50분 팝체인을 보유한 가상 지갑 숫자는 222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가상 지갑은 한 명이 여러 개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지갑 222개를 222명이 소유했다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 순손실 207억, ‘더이앤엠’ 믿을 수 있나?
팝체인을 발행한 건 팝체인 재단이다. 사실상 발행 주체로 지목되는 건 팝체인 재단의 전략적 파트너사인 더이앤엠이다. 더이앤엠은 MCN 방송 플랫폼인 ‘팝콘티비’와 ‘셀럽티비’를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문제는 더이앤엠 자금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이다.
더이앤엠은 지난해 207억 원 순손실을 냈다. 자본금이 91억 원이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자본 잠식 상태로 추정된다. 내부회계 관리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20일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가 5월 16일 해제되기도 했다. 현재는 전환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 빗썸 개발자가 팝체인 개발에 참여, 우연일까?
빗썸이 자체 개발해 발행한 암호화폐 ‘빗썸코인’ 개발자 중 3명이 팝체인 개발에 참여했다는 점도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싱가포르 법인의 개발자 가운데 팀 리더인 Kwuaint Li, 엔지니어 Lialvin, 엔지니어 Su Mingrui가 팝체인 소스코드를 수정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팝체인 전체 1억 560만여 개의 5.2%를 소유한 사람이 빗썸코인 15억 개를 갖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빗썸코인은 ICO가 이뤄지지 않은 비상장 코인이기 때문에 내부자나 기관투자자 외에는 갖기 어렵다. 사실상 빗썸이 주도적으로 팝체인을 만들어 한몫 챙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는 부분이다.
# 자본금 91억 원 회사가 6000억 원을 끌어들였다?
팝체인 시가총액은 6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팝체인 관계자에 따르면 코인 1개당 0.3달러에 거래됐다. 결과적으로 자본금 91억짜리 회사가 6000억 원을 조달받았다. 김병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공개(ICO)와 같다고 할 순 없겠지만 기업공개(IPO) 경우 시가총액에 20~30%를 투자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더이앤엠 시가총액은 1171억 원에 불과하다.
빗썸 관계자는 “더이앤엠 자금 사정은 상장심의위원회를 거치며 알고 있었지만 영상콘텐츠라는 비즈니스 부분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상장을 결정했다. 다만, 투자자 불안감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사실상 빗썸이 주도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결백하다”고 설명했다. 빗썸은 결국 16일 오후 1시경 팝체인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
한편 더이앤엠 주가는 16일 장중 1175원에서 한때 1400원까지 올랐다가 8.51% 증가한 1275원으로 마감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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