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취업사기’다. 경쟁에서 이기면 기회를 주겠다고 대대적으로 선포해놓고, 프로그램이 풀리지 않으니 아무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 직접 만나 여러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무조건적인 데뷔가 우승 상품이었다. 주어진 룰에 따라 열심히 미션을 수행하고 치열하게 경쟁한 연습생들만 황당하게 됐다. ‘믹스나인’ 얘기다.
믹스나인은 지난해 JTBC와 YG가 함께 만든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Mnet에서 ‘프로듀스101’을 만든 PD와 JTBC 그리고 YG와 합작했다는 사실이 큰 이목을 끌었다. 더군다나 비슷한 시기에 KBS에서 ‘더 유닛’을 방송했기에 경쟁 구도도 형성됐다. 경연을 뚫고 올라간 9명의 연습생은 지난 4월 YG 소속 그룹으로 데뷔해 최소 4개월 동안 활동하고 15개국에서 콘서트를 펼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시청률은 매우 낮았고 어떠한 관심도 끌지 못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구도 믹스나인 우승 멤버의 이름을 전부 기억하지 못한다에 500원을 걸겠다. 프로그램이 흥행에 실패하니 YG가 말을 바꿨다. 우승 연습생의 소속사들과 미팅을 가져, 3년 동안 매년 앨범을 발매하고 한 해 6개월은 믹스나인 소속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새로운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원 소속사와 이견 차이를 보였고 결국 최종 데뷔는 무산됐다.
원안대로 데뷔시키면 아무 문제가 없을 일이다. 왜 굳이 계약 조건을 바꿔 데뷔를 무산시켰을까. 굳이 비꼬아보자면 그냥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믹스나인으로 큰 손해를 본 YG는 화제성이 없는 그룹에 더 투자할 유인이 없었다. 하지만 자진해서 데뷔를 멈출 수 없기에 무산시킬 수밖에 없는 명분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원 소속사와의 갈등이다.
명분은 명분대로 챙기고 책임은 분산할 수 있으니 더없이 좋은 한 수다. 실제로 YG는 믹스나인으로 인해 110억 원의 손실을 냈다. 데뷔와 콘서트 등 앞으로 추가 비용을 투자하기 싫으니 거절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제시해 손절한 셈이다.
YG가 피해자일까. 전혀 아니다. 프로그램을 성공시키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제작사에 있다. 피해자는 연습생들이다. 데뷔 하나만을 보고 온 연습생들은 또다시 데뷔 무산이라는 좌절을 겪었다. 규칙에 따라 열심히 노력한 일이 전부인 연습생들의 ‘좌절 비용’은 얼마일까. 110억 원이라는 숫자보다 깊으면 깊었지 얕진 않을 테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예전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자사 시가총액인 8000억 원보다 젊음이 부럽다고 말했다. 사회의 어른이자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리더이고 선배로서 연습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YG는 이제 답해야 한다. 8000억 원보다 값진 젊음을 어떻게 보상할지, 그들에게 어떻게 사죄할지 말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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