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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신체발부수지부모? 타투는 '타인의 취향'

밀레니얼세대는 몸으로 표현…칭찬이 아니면 입 다물자

2018.05.14(Mon) 14:33:52

[비즈한국] 얼마 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타투 사진이 화제가 됐다.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 6주년을 맞아 원년 멤버 6명 중 스칼렛 요한슨, 크리스 에반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레미 레너, 크리스 햄스워스 등 5명이 차례로 어벤저스를 상징하는 타투를 새긴 것이다. 이른바 ‘우정 타투’인 셈이다. 영화 캐릭터로 보자면 아이언맨, 호크아이, 토르, 블랙 위도우, 캡틴 아메리카가 같은 타투를 몸에 새긴 것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 ‘어벤저스’ 멤버들과 함께 타투를 새겼다. 사진=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인스타그램


한국의 기성세대들이라면 과거에 친구들끼리 우정반지 맞춘 기억을 가진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여자들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많이 했다. 커플반지, 우정반지 등 액세서리를 통한 공동의 증표는 꽤 오래된 애정표현법 중 하나다. 타투도 이제 마찬가지 의미다. 액세서리나 타투나, 몸에 부착하나 몸에 새기나, 결국 중요한 건 의도와 의미이지 방법과 형태 자체는 아니다.

 

타투, 다른 말로 문신이다. 여전히 용이나 뱀이 그려진 조직폭력배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타투에 대한 시각은 크게 달라졌다. 이제 타투는 패션이자 자기 표현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사실 서양은 우리보다 타투에 관대하다. 외국의 유명 뮤지션이나 영화배우 등 셀럽들의 타투는 오래전부터 패션으로 받아들였다. 타투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기도 하다. 패션과 액세서리, 메이크업, 스타일링 등이 모두에게 기본이 된 시대, 타투의 확산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에서도 타투 인구를 100만 명 이상으로 본다.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들도 타투를 많이 하는데, 밀레니얼세대 연예인들에겐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다. 예전엔 타투가 있으면 방송 출연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음악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타투를 한 부위에 테이프를 붙이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아주 옛날 얘기가 아니다. 불과 수년 전까지도 방송에선 그랬고, 지금도 그런 곳도 있다. 2030들의 타투가 패션이 되어 확산되는데 기성세대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흥미럽게도, 요즘 4050들도 타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대놓고 겉으로 드러나는 부위에는 못해도 발목이나 등, 팔목 등 옷으로 가릴 수 있는 곳에 작은 타투 하나 숨겨둔 4050들이 꽤 생겼다. 심지어 눈썹 반영구 문신을 하는 중년남자들도 증가했다. 눈썹 반영구 문신은 여성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유행이었다. 분명 문신이지만 화장법 차원으로 받아들였기에 좀 더 관대했다. 바로 그 눈썹 문신을 중년 남자들이 하는 것이다. 

 

60대 이상 남자들 사이에서도 눈썹 문신이 확산 중인데, ‘효도문신’이란 이름으로 노년의 아버지를 위해 자식이 손잡고 모시고 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눈썹은 인상을 크게 좌우하는데, 나이가 들어 눈썹이 빠지고 옅어지면서 인상이 바뀌는 중년과 노년 세대에게 눈썹 문신이 선호되고 있어서다. 

 

시작은 눈썹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타투에 대한 기성세대의 태도가 서서히 바뀔 가능성은 크다. 본인이 직접 타투를 하진 않더라도 다른 이의 타투에 대한 시각이 좀 더 관대해지고 개방될 수 있는 것이다. 타투 얘기만 나오면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얘기하는 사람들 꼭 있다. 공자는 2500여 년 전 사람이다. 아마 공자가 지금 살아 있다면 타투를 지지했을지도 모른다.

 

십자가, 세례명, 좌우명 등 밀레니얼세대는 몸에 취향을 새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타투를 두려워하지 말고 공동체와 대화를 위한 기회로 보라고 얘기했다. 사제의 입장에서 타투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물은 신학생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분명 타투의 시초는 부정적인 의미였을지라도, 이젠 더 이상 타투를 부정적으로 보고 선을 긋지 말잔 의미다. 십자가를 타투로 새긴 이들도, 자신의 세례명을 타투로 새기는 이들도 꽤 있다.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자신의 좌우명을 레터링으로 새기는 이들도 늘었다. 

 

과거에 기성세대가 가훈을 집에 붙여두었듯, 요즘 밀레니얼세대는 집 대신 몸에 새긴다. 기성세대에게 내 집 마련이 중요했고 가정과 가족이 중요했듯, 지금 세대에겐 자기 자신과 취향, 개인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니 가훈이나 타투 레터링이나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도 무리도 아니다. 타투가 좋고 나쁘고, 해야 하고 말아야 하고의 문제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타투는 하나의 표현이자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우리는 자신이 안 해본 것을 과도하게 두려워할 때가 있다. 내가 안 하는 것을 하는 이들에게 경계심을 가질 때도 있다. 하지만 문화는 다양성이 중요하고, 개개인의 표현과 선택권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모든 걸 내 기준으로만 두고 섣불리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여름이 다가오면 타투를 볼 기회가 많아진다. 솔직히 나는 당신이 타투를 하건 말건 관심 없다. 타인의 타투를 칭찬할 것 아니면 그냥 모른 체, 못 본 체하는 게 더 낫다. 어떤 이유로도 타인의 스타일과 외모, 취향을 함부로 평가하고 지적할 자격은 없다. 그런 평가와 지적은 애정도 관심도 아니다. 시비이자 언어폭력일 수 있다. 우린 결코 미인대회 심사위원이 아니다. 타투는 그냥 패션일 뿐이고, 문화일 뿐이다. 괜히 심각해지지 말자.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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