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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50억대 서산오토밸리 산업폐기물매립장 공사 직권 취소 파문

담당 기관들 '네 탓 공방'…200억 원대 행정소송 예고

2018.05.11(Fri) 17:29:08

[비즈한국] 국내 최대 규모 자동차 특화 산업단지인 충남 서산오토밸리의 산업폐기물매립장(산폐장) 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산폐장은 법정 의무시설로 이미 공사가 절반 이상 진행됐는데, 사업 허가를 내줬던 행정청이 최근 입장을 바꿔 취소 처분을 내렸다. 

 

사업 승인 과정에서 행정청인 충남도청과 서산시청, 금강유역환경청 등의 ‘행정 착오’가 있었다는 게 취소 이유다. 하지만 행정청들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가 하면, 취소 원인은 폐기물 매립지 사업자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충남 서산 오토밸리 조성 당시 전경. 사진=서산시


서산 오토밸리는 충남 서산시 지곡면 무장리 일대에 국내 최대 규모인 405만여㎡로 조성됐다. 현재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SK이노베이션과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현대파워텍, 현대위아 등 대기업 및 계열사 10여 개, 중소기업 400여 개가 입주했다. 서산시는 오토밸리 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해 지난해 기준 전국 매출 1조 원 이상 기업이 가장 많은 지방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산폐장은 산업단지 면적 50만㎡ 이상, 단지 내 폐기물 발생량 연간 2만t 이상일 경우 법정 의무시설이다. 오토밸리 산폐장은 ‘서산EST’가 사업자로 선정돼 132만여㎥(지하 40m, 지상 5m)의 에어돔 형태로 공사를 절반가량 진행했다. 내년 6월 완공까지 총 사업비 350억여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런데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0일 서산EST의 산폐장 사업을 직권 취소했다. 서산EST가 지난해 제출한 산폐장 사업계획에 대해 환경청은 지난해 10월 적합하다는 통보를 하고 사업 승인을 내렸는데, 갑자기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 법적 근거 없는​ ‘행정 착오​로 취소?  

 

번복 이유는 행정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환경청의 취소 처분, 취소 사전통지 공문 등을 보면, 환경청은 “서산EST가 환경청에 제출한 사업 계획 내용과 서산시청, 충남도청에 각각 제출한 사업 계획 내용이 각각 달라 행정행위에 하자가 발생했다. 행정행위의 통일성과 일관성 확보를 위해 사업계획서 적정 통보를 취소한다”는 취지로 취소 사유를 밝혔다. 


금강유역환경청이 작성한 공문. 환경청은 행정행위에 착오가 있었다며 지난 10일 사업 계획 적정통보를 번복하고 취소 처분을 내렸다.

 

오토밸리 산폐장 사업 계획은 ‘서산시→충남도청→환경청’​ 순으로 승인이 이뤄졌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곳은 환경청이다. 환경청은 서산EST가 지난 2014년 서산시와 충남도청과 맺은 입주 계약, 승인 서류 등이 2016년 환경청에 제출한 사업 계획서 내용과 다른데,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승인을 내린 행정 착오’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쟁점이 된 ‘내용’은 ‘산업폐기물 처리범위’다. 서산EST는 산업폐기물 처리범위에 대해 충남도에는 ‘산업단지 내부’로 제한하겠다는 ‘조건부 신고’를 한 반면, 환경청에는 ‘산업단지 인근’까지로 명시해 구역을 넓혀 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산업폐기물 처리범위’를 법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폐기물처리법에 따르면 폐기물 처리범위, 즉 ‘폐기물매립장 영업구역’은 제한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 매립장 영업구역을 제한하면 전국 모든 지역에 폐기물 매립장을 각각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서울과 경기도 폐기물은 인천에 위치한 폐기물매립장으로 보내는 것처럼 대부분의 폐기물매립장을 ‘광역화’해 운영한다.

 

지자체별로 폐기물매립장 영업구역을 제한하는 ‘재량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제18, 19대 국회에서 지자체에 폐기물매립장 영업구역 제한 재량권을 주자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앞서와 같은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와 무산됐다.

 

폐기물 처리범위를 제한할 법적 근거도,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령도 없다는 얘기다. 서산EST가 산업단지 내부든, 인근 지역까지든 산폐장 영업구역을 제한한 서류를 제출했더라도, 사업 취소를 내릴 근거로는 부족하다는 게 사업자 측 주장이다. 여기에 환경청은 최종 승인 검토 과정에서 사업자가 서산시청과 충남도청에 제출한 서류 등을 함께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청이 주장하는 ‘행정 착오’가 있었다면 사전에 미리 차단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 각 행정청은 “사업자 잘못” 한목소리

 

각 행정청은 행정 과정에서 실수와 착오가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다른 청에 떠넘기고, 취소 원인은 개인 사업자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강유역환경청 환경관리과 관계자는 11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영업구역 제한은 법적 근거가 없는 게 맞다. 그러나 같은 내용인데 행정기관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없어 통일성과 일관성을 갖춰야 했다”고 설명했다. 

 

승인 검토 과정에서 서산시와 충남도에 제출된 서류와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충남도가 폐기물 처리범위를 산업단지 내부로 제한하는 ‘조건부 승인’ 내용을 몰랐다. 충남도에서 일단 이상 없이 승인이 되었기에 적정통보를 했다”며 “검토 과정에서도 서산시와 충남도에 타법 저촉 여부 검토의뢰서 등을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당시엔 법령에 따라 승인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사업자가 스스로 영업구역을 제한해 서산시와 충남도에 서류를 제출해놓고, 환경청에는 영업구역을 더 넓혀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환경부 법무담당관실에 법적 자문을 구한 결과 영업구역이 충남도와 환경청이 다른 것은 사업자가 거짓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며 이 경우 직권 취소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영업구역 제한과 별개의 문제”라며 “취소 처분에 앞서 사업자에게 영업 구역을 ‘산업단지 내부’로 수정하지 않으면 취소될 수 있다고 두 차례 안내했고, 청문도 열었다. 하지만 사업자가 따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충남도청도 사업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충남도청 투자입지과 관계자는 11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사업자에게 폐기물 처리범위를 ‘산업단지 내부’로 제한해달라고 요구했고, 사업자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사업자가 스스로 영업구역을 제한했다’는 환경청의 주장과 배치된다.

 

지자체가 폐기물 처리범위는 제한할 수 없고, 재량권 행사도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관련법(산폐장은 산업단지 면적 50만㎡ 이상, 단지 내 폐기물 발생량 연간 2만t 이상일 경우 법정 의무시설) 해석 차이였다. 충남도청은 승인 당시 이 규정에 대해 산폐장을 ‘산업단지 내부’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로 해석했다”며 “해석을 잘못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건 맞다. 그러나 사업자가 당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동의했다. 이의제기를 했으면 그에 따라 처리를 했겠지만 그런 과정 없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서류를 바꿔 낸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종 결정 권한은 환경청에 있었다. 환경청에서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6·13 지방선거 앞두고 첨예한 갈등…200억 원대 소송 예고

 

공사가 50%나 진행됐는데도 환경청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6·13 지방선거가 얽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폐장 찬반을 두고 국회의원과 일부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서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산EST는 ‘산업단지 내 발생하는 폐기물만 매립’이라는 충남도 조건부 승인을 지키라”고 경고하자 동시에 지역민들의 압박이 거세졌다. 성 의원의 지역구는 서산·태안이며 충남도당위원장이다.​ 앞서의 금강유역환경청의 취소 처분 검토는 이 기자회견 직후 시작됐다.

 

이에 대해 찬성 측인 서산오토밸리 산업폐기물 매립장 안전대책위원회와 지곡면 이장단협의회는 지난 4월 24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 의원이 지난해 12월 29일과 올해 3월 9일 ​담당 공무원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시행사와 유착했냐. 내가 이 사업을 막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위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성 의원은 이 기자회견에 대해 “특정 정당이 6·13 지방선거에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지역 주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산EST는 환경청 처분 결과에 따라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이의제기를 하려면 행정심판법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청구를 하거나, 행정소송법에 따라 관할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서산EST 측은 행정소송과 손해배상을 제기할 예정이다. 환경청과 충남도청 등은 공통적으로 “사업자의 잘못으로 행정 착오가 발생했으며, 행정청의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 사법부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송 규모는 200억 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한 변호사는 “행정청이 패소할 경우 지자체나 환경청 예산 등으로 지급해야 하며, 사업자도 새로 선정해야 한다. 사업자는 패소할 경우 파산 가능성이 높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승자 없이 상처만 남는 소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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