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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결제 매장 150여 곳? "사용법 모르고 해본 적도 없어"

'비트코인 결제 환영' 안내문 보고 들어갔지만 취급 안 해…"아직 과제 많아"

2018.05.11(Fri) 17:36:14

[비즈한국]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 기조가 변함없는 가운데 국내 암호화폐 결제 가능 업체는 증가 추세로, 쇼핑몰, 식음료점, 숙박, 의료 등 실물경제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예상보다 사용자가 많지 않고,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탓에 실제 결제수단으로 정착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현황을 보여주는 ‘코인맵’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으로 결제 가능한 국내 매장은 150여 곳에 이른다. 서울이 68곳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경기가 40곳, 대전 11곳, 광주 10곳, 울산 5곳, 부산·거제가 각각 4곳, 제주 3곳 등이었다. 취급 업종도 음식점, 슈퍼마켓, 카페, 숙박업소,​ 학원, 당구장, 화장품, 금은방, 안경점 등 다양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현황을 보여주는 ‘코인맵’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으로 결제 가능한 국내 매장은 150여 곳에 이른다. 사진=코인맵 캡처


지난해 12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쇼핑몰 ‘​고투몰’​​​도 비트코인 상품 대금 결제를 도입, 시행 중이다. 이곳에는 의류, 잡화, 식당 등 총 620개 상점이 모여 있다. 고투몰에 따르면 고객이 휴대전화로 상품에 붙은 QR코드를 인식하면 비트코인으로 결제되는 방식이 사용된다. 고객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거래소인 HTS코인에 전송되고 이곳에서 비트코인을 현금화해 점주들 계좌로 보내는 방식이다.

 

서울 노원구는 독특하게 올 2월부터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노원코인’​​​​을 사용하고 있다. 시행 두 달이 지난 현재 음식점, 의료원, 학원 등 총 ​233개의 가맹점이 등록돼 있고 이용자도 4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코인은 지역화폐 앱(애플리케이션)이나 카드를 통해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암호화폐로 자원봉사와 재능기부 1시간에 700노원코인을 제공, 가맹점에서 돈처럼 쓸 수 있다. 노원코인이 인기를 끌자 서울, 부산 등 지자체장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도 공약의 하나로 지역 암호화폐 발행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도 단순 거래 중개 역할에 그치지 않고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 플랫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올 들어 암호화폐 거래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수수료 이익이 급감한 만큼 신사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쇼핑몰 ‘​고투몰’은 비트코인 간편 결제 시스템을 도입, 현재 시행 중이다. 사진=고성준 기자


대표적인 거래소가 빗썸이다. 지난 1월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를 시작으로 숙박예약 앱 ‘여기어때’, B2B 전문 쇼핑몰 ‘인터파크 비즈마켓’ 등과 잇따라 결제 제휴를 맺으며 암호화폐 사용처를 늘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이 같은 제휴가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 암호화폐가 활용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비트코인 거래는 전 세계적 추세다. 코인맵에 등록된 전 세계 비트코인 취급 업소는 1만 개가 넘는다. 글로벌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와 온라인 쇼핑몰인 ‘오버스탁’, 여행 예약사이트 ‘익스피디아’ 등도 일찌감치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 현금 결제만 통용되던 시절, 카드 결제가 서서히 자리 잡은 것과 같이 암호화폐도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에게 익숙한 결제수단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결제수단으로 정착될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암호화폐 결제를 도입한 곳 가운데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곳이 많지 않고, 정부가 암호화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다.  

 

‘​비즈한국’​​​이 11일 찾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고투몰’​​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상점에는 모두 ‘​비트코인 결제 가능’​ 표시가 부착돼 있었지만 정작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상인들도 관심 밖이었다. 의류점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55)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교육 받긴 했는데, 사용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각 매장 입구에는 비트코인 결제 가능 표시가 붙어 있지만, 실제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진=김상훈 기자


한 식료품 매장에선 비트코인 결제 여부를 묻자 “우리 가게는 비트코인 결제를 취급하지 않는다”며 “현금이나 카드 결제만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비트코인 결제 가능하다는 표시를 보고 들어왔다’고 말하자 “지금까지 써본 적도 없고 잘 모른다”고만 답했다. 

 

이 같은 분이기는 ‘고투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코인맵​’​에 등록된 서울의 한 음식점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비트코인이 한창일 때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등록한 것 같다”며 “지금은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고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몇몇 업체들은 폐업하거나 주인이 바뀌면서, 또는 실제 쓰는 고객이 없어서 비트코인 사용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결제 도입 업체들 중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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