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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네이버 '뉴스 편집 포기 선언' 막후의 고차방정식

검색 중심 화면 도입, 언론사·AI에 편집권 이양하면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2018.05.09(Wed) 17:28:38

[비즈한국] 권한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 바꿔 말하면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또 다시 반복된 네이버의 문제 해결 방식이다.

 

네이버가 앞으로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9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모바일 첫 화면 개편을 골자로 하는 뉴스 및 댓글 개선안을 발표했다.

 

한 대표는 “이용자 3000만 명이 동일한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보는 구조로는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며 “앞으로 네이버는 공간과 기술만 제공하는 역할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선안 발표는 최근 매크로 댓글조작 사건으로 촉발된 정치권 갈등이 네이버에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서 촉발됐다. 이를 계기로 일부 야당이 네이버의 정치적 편향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동조하는 일부 언론사가 기사링크 방식까지 문제 삼으면서 파장이 커졌다.

 

# 네이버 첫 화면, 어떻게 바뀌나

 

우선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은 검색창과 날씨 등 극히 간단한 정보만 보여주는 구조로 바뀐다. 마치 구글을 떠올리게 한다. 대신 각 ‘주제 판’이 담긴 탭 형태는 그대로 유지된다.

 

뉴스를 보기 위해서는 화면을 왼쪽으로 한 번 밀어야 한다. 이때 각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뉴스 판’이 등장한다. 어떤 언론사가 화면에 나오는지는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뉴스캐스트 시절처럼 무작위로 보여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사용자가 선호하는 언론사를 설정을 할 수 있도록 추천해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언론사가 편집한 뉴스를 누르면 해당 기사로 연결된다. 다만 ‘인링크’가 될지 ‘아웃링크’가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인링크는 네이버 뉴스 페이지로 연결하고, 아웃링크는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뉴스 및 뉴스 댓글 서비스 관련 기자간담회’​에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뉴스 및 댓글 서비스 개선안을 발표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한 번 더 왼쪽으로 밀면 ‘뉴스피드 판’으로 연결된다. 뉴스피드는 네이버의 인공지능 개인화 뉴스 추천 알고리즘인 ‘에어스(AiRS)’를 서비스한다. 따라서 사용자마다 다른 화면을 보게 된다. 특정 기사에 트래픽이 몰리는 데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고, 사람이 직접 편집하지 않기 때문에 편향성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네이버는 추후 에어스의 구체적인 알고리즘을 공개할 방침이다.

 

댓글 서비스도 개편된다. 당장 선거를 앞두고 정치 및 선거 관련 기사는 5개의 댓글 노출이 폐지되고, 별도의 댓글 모음 페이지에서만 볼 수 있다. 또 오로지 최신순 정렬만 제공된다. 작성된 지 오래된 댓글은 확인하기가 매우 불편해지기 때문에 특정 댓글에 ‘찬성’을 집중시켜 노출을 늘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선거 기간에는 24시간 매크로 모니터링 체계가 가동된다.

 

장기적으로는 댓글 허용 여부 및 정렬 방식도 언론사가 결정하게 할 방침이다. △소셜 계정 사용한 댓글 폐지 △동일 전화번호로 가입된 계정의 댓글 제한 정책 통합 △동일 내용 반복성 댓글 제한 등, 뉴스 댓글 서비스가 더 엄격하게 제공될 예정이다.

 

여론 집중의 핵심이 되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폐지되지 않고, 일단 뉴스 화면에서 가려둔 다음 원하는 이용자만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축소된다.

 

# 네이버가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

 

네이버가 포털 시장을 석권한 순간부터 뉴스 서비스는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단순히 네이버와 언론사의 갈등이 아니다. 여기에는 네이버 이외에도 기득권을 가진 주류 언론사, 그렇지 못한 신흥 언론사, 뉴스에 많은 영향을 받는 정치인과 기업,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읽는 절대 다수의 이용자 간의 복잡한 고차원 방정식이 숨어 있다.

 

네이버가 뉴스 편집에서 손을 떼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1월 최휘영 NHN 당시 대표는 “포털이 사회적 의제 설정이라는 언론의 역할을 한다는 지적에 따라 서비스 정책을 바꾸기로 했다”며 네이버 뉴스캐스트 도입과 함께 언론사에 뉴스 편집권을 양보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30분간 준비된 발표에 이어 1시간이 넘게 질의응답을 이어나갔다. 사진=고성준 기자

 

하지만 편집 권한을 받은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과 광고로 도배된 홈페이지를 운영했다. 선정성 논란이 계속되자 네이버는 2013년 PC 첫 화면에서 직접적인 뉴스 노출을 막는 ‘뉴스 스탠드’를 도입했다.

 

한번 언론사에 편집 권한을 넘겨줬다가 시행착오를 겪은 네이버는 모바일에서만큼은 편집 권한 및 인링크 서비스를 고수했다. 여기에는 검색 시장이 PC에서 모바일로 완전히 넘어가면서, 네이버가 자칫 1등 자리에서 내려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깔렸다.

 

모바일에서 1등을 차지한 네이버는 과거 PC 시절과 똑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이번에도 해법은 권한 내려놓기다. 편집권을 다시 언론사에 양보함으로써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계산이다.

 

댓글 서비스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언론사에게 아예 댓글 정책 및 허용 여부까지 위임하기로 했다. 매크로 사건에서 네이버는 책임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과 다수의 이용자들은 네이버의 책임 유기, 나아가 암묵적으로 허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비판 여론에는 과거 네이버 일부 편집자의 일탈 사건으로 신뢰가 추락한 것도 적잖게 작용했다.

 

# 언론사의 탐욕과 정치인의 억지

 

무책임한 결정을 했다고 비판만 받기에는 ​네이버로선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 광고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포털 사업자가 더 많은 이용자를 지속적으로 끌어 모으기 위해 뉴스와 댓글 서비스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업적 선택이다.

 

이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가 드러나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네이버 영향력이 나라 전체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졌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네이버가 편집권을 언론사에 넘겨주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방법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뉴스 서비스 개편안이 발표되자마자 많은 이용자들은 다시 선정적이고 광고에 가려 제대로 뉴스조차 읽을 수 없는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2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끊임없이 터지는 플래시로 인해 ​한 대표는 ​눈조차 ​제대로 ​뜨기 어려워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일부 야당의 주장도 네이버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의 요구대로 앞으로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완전한 아웃링크는 네이버가 원해도 언론사의 반대로 도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매월 정해진 액수를 받는 전재료 대신 광고 수익을 분배받는 방식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오히려 언론사 입장에서는 쏟아지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서버 및 회선 비용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광고를 더 붙이게 되면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겪는다. 네이버는 아웃링크 도입과 함께 글로벌 기준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기사를 가려 오클릭을 유도하는 광고나 ‘뒤로가기’를 누르면 광고페이지로 이동하는 등의 과도한 광고는 금지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네이버가 70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의향 조사를 한 결과 아웃링크를 원한 언론사는 단 한 곳에 불과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기자간담회 시종일관 차분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소 침울한 어조로 담담하게 발표를 이어나갔다. 행간에는 억울함도 읽힌다. 이러한 개편이 네이버의 트래픽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대표는 “아직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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