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은 한화건설 소유다. 이 집 주위를 한화그룹 계열 보안업체인 한화에스테이트가 경비하고 있다. 그런데 한화건설은 김 회장으로부터 임대료를, 한화에스테이트는 경비 비용을 제대로 받고 있을까. 아무리 재벌 총수라도 계열사와의 거래는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즈한국’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김승연 회장 자택을 찾았다. 한옥마을로 유명한 곳이지만, 김 회장 집 근처는 인적이 드문 곳. 김 회장 집으로 통하는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정장 차림의 경비원들이 다가왔다. 그들에게 ‘김승연 회장 집을 지키는 것이냐’고 묻자 “우리는 김 회장과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그들은 한화에스테이트 소속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이 일대는 외교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그들을 경비하고 있고 그들이 관리비를 내고 있다”며 “김 회장은 관리비를 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의 집은 경비초소를 낀 막다른 골목 안에 있다. 그는 “막다른 길이라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이 한화건설 소유의 건물에서 거주한 것은 19년째다. 한화그룹 측에 따르면 김 회장이 거주하는 집은 김 회장이 한화건설에 기부(증여)한 것이다. 한화 측은 “원래 김 회장 소유였던 것을 증여한 것이라 특혜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1997년 12월 새 집을 지으려 자신이 소유하던 가회동 토지 2필지를 담보로 한화로부터 71억 5000만 원을 대출 받았다. 1963년 12월에 지어진 바로 옆 목조 주택에서 34년 동안 살던 김 회장이 새 집의 건축사업비로 쓰기 위해서였다. 한창 공사가 진행되던 중 IMF 외환위기가 터졌고, 한화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1998년 6월 공사 중인 새 집과 부지를 한화에 증여했다.
토지와 건물을 증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1999년 7월 공사가 완공되자 새 집으로 이사했다. 현재 19년째 이 집에서 그의 부인 서영민 씨, 둘째 아들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셋째 아들 김동선 씨와 함께 살고 있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자택은 연면적 1181.02㎡(약 357평),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 일부는 업무시설(사무소), 지상 1층 나머지와 지상 2층은 주택이다. 집무실 겸 자택이다. 전체 부지 면적은 2420.4㎡(732평)이다.
한화건설 측은 ‘사택 제공’이 아닌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는 입장이다. 전세보증금에 대해 한화건설 관계자는 “외부 감정평가기관에 전세보증금 산정을 의뢰하고 있다”면서도 “전세계약서와 전세보증금의 규모는 대외비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김 회장이 전세권설정을 하지 않아 실제 전세 계약을 했는지도 알 수 없다. 한화 측은 “건물주와 세입자일 뿐”이라고 얘기하지만, 건물주인 한화건설은 김 회장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다.
한편 경비 인력이 대기하는 건물도 한화건설이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비 비용에 대해 한화건설 측의 설명은 현장의 이야기와 거리가 있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한화에스테이트 소속 경비 인력은 김 회장의 자택뿐만 아니라 한화건설이 소유한 인근 건물까지 모두 경비한다”며 “한화건설 소유 건물에서 15가구가 사는데, 김 회장을 포함한 15가구가 관리비를 납부하고 있고, 이 돈으로 경비 인력의 인건비가 충당된다”고 설명했다. 한화건설 소유 건물에서 근무를 서는 점에 대해서는 “임대료를 받고 있을 것”이라며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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