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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빕스 대 애슐리' CJ푸드빌 구창근 vs 이랜드파크 김현수

'애널리스트' 출신 최연소 CEO 구창근...호텔·패션 전문가서 '밥 장사'로 종목 바꾼 김현수

2018.05.02(Wed) 18:01:49

[비즈한국] 1997년 CJ푸드빌이 론칭한 패밀리레스토랑 ‘빕스’의 성공 이후 2003년 이랜드파크는 ‘애슐리’를 론칭했다. 샐러드 뷔페라는 콘셉트가 빕스와 비슷했으나 빕스보다 저렴한 가격과 20대 초중반의 젊은 층을 겨냥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2013년 CJ푸드빌이 다시 한 번 한식뷔페 ‘계절밥상’을 론칭하자 이랜드파크는 2014년 ‘자연별곡’을 론칭하며 패밀리레스토랑 열풍이 지나간 자리를 한식뷔페로 메우며 외식업계 제2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국내 외식업계는 시장 성장세가 연간 1% 미만으로 크지 않고, 진입장벽이 낮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자본과 인력을 들여 출점한 기업형 프랜차이즈의 성장세가 주춤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들의 차별화 모색도 한창인 상황. 패밀리레스토랑과 한식뷔페의 전성기를 이끈 CJ푸드빌과 이랜드파크도 마찬가지다. 구창근 CJ푸드빌 대표와 김현수 이랜드파크 대표는 이러한 중대차한 시기에 회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로서 두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구창근 CJ푸드빌 대표(왼쪽)와 김현수 이랜드파크 대표. 사진=각 사 제공


# ‘애널리스트 출신’ CJ푸드빌 구창근…해외 적자 이번엔 끝낼까

 

구창근 CJ푸드빌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1973년생인 구 대표는 1991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동대학원 경영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같은 해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코스닥, 인터넷 담당 애널리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구 대표는 2000년대 중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을 비롯한 유통 분야로 외연을 확장했다. CJ그룹과 인연이 시작된 것도 이때쯤이다. 당시 구 대표가 담당한 기업은 CJ E&M, CJ오쇼핑, CJ CGV 등 CJ그룹 산하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다.  

 

구창근 CJ푸드빌 대표. 사진=CJ푸드빌 제공


이후 2006년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계속해서 이전과 같은 산업 분야를 담당했다. 당시 구 대표는 미디어 산업과 업계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CJ그룹이 가고자 하는 미래 방향과 비전을 잘 파악해 CJ그룹 내에서도 인지도가 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가 CJ로 적을 옮기게 된 건 2010년 8월 CJ 기획팀으로 합류하면서다. 이후 2011년 CJ 사업팀에서 근무하며 CJ대한통운 인수 등에 핵심 역할을 맡았고 이후 CJ GLS 사업담당을 거쳐 CJ 사업팀장으로 복귀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CJ 전략1실장을 맡다가 지난해 7월 CJ푸드빌 대표이사에 발탁됐다. 

 

업계에선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그간 CJ푸드빌의 과제였던 해외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구 대표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만큼 다양한 산업에 이해가 깊고 균형 잡힌 사업 감각을 지녔다는 평가다. 

 

하지만 구 대표 취임 이후에도 CJ푸드빌의 실적은 여전히 암흑 속이다. 2017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CJ푸드빌은 연결기준 영업손실 약 38억 원을 기록해 전년(약 23억 원)보다 적자폭이 64.9% 늘었다. 2015년 이후 3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약 325억 2145만 원 적자로 전환됐다. 전년에는 13억 2749만 원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만성적자의 배경으로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해외법인 손실이 꼽힌다. CJ푸드빌은 2020년까지 해외매장을 4000개로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해외투자에 집중하고 있지만 글로벌 영업적자는 2014년 172억 원, 2015년 203억 원, 2016년 153억 원 등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CJ푸드빌은 해외진출 10년째를 맞는 2020년에 투자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3년도 남지 않은 단기간에 실적이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구 대표의 어깨도 무거운 상황. 업계에선 구 대표의 이력을 감안할 때 최근 몇 년간 확장 중심의 경영방침을 지양하고 내실화를 다지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 일환으로 구 대표는 부임 2개월 만인 지난해 9월 혁신TF를 가동하는 등 CJ푸드빌의 체질개선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이어 11월 말 주요 사업부문 중 하나인 투썸플레이스를 물적 분할한다는 솔루션을 내놨고, 투썸플레이스는 예정대로 올 2월 1일을 기점으로 물적 분할해 CJ푸드빌의 ​100% ​자회사가 됐다. 

 

투썸플레이스는 CJ푸드빌이 보유한 외식 브랜드 가운데 실적이 가장 우수한 알짜배기 사업부로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 투자자에게 투썸플레이스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거래도 병행해 1300억 원의 자금을 손에 쥐게 됐다. 그 덕에 재무상황은 숨통이 트였지만 중·장기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사라져 과거와 같은 투자를 지속하는 데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 대표가 CJ푸드빌을 이끈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며 “만성적자 해결과 함께 해외사업 흑자전환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고 있어 올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각종 악재 속 ‘외식사업부 살리기’ 나선 김현수 대표  

 

이랜드파크를 이끄는 김현수 대표도 구창근 CJ푸드빌 대표​와 마찬가지로 외식업계에 잔뼈가 굵은 스타일은 아니다. 다만, 김 대표도 구 대표처럼 이랜드그룹 내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현수 이랜드파크 대표. 사진=이랜드파크 제공


1961년생인 김현수 대표는 구 대표와 같은 서울대학교(국사학 전공)를 졸업했다. 1987년 이랜드그룹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구 대표는 입사 뒤 아동복 사업부 본부장, 이랜드월드 대표이사를 거쳤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중국 사업부 전략기획실장 및 패션영업본부장 등을 지내며 중국 사업부의 주요 보직을 경험했다. 2016년 10월 이랜드파크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김 대표가 취임할 당시만 해도 이랜드파크는 김현수, 박형식, 김일규 3인 공동대표 체제였다. 이후 김일규 대표가 지난해 이랜드월드 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김현수, 박형식 두 대표 체제를 유지하다 2016년 말 터진 아르바이트생 임금 미지급 사태로 외식사업부를 이끌던 박 대표가 해임됐다. 이때부터 이랜드파크는 사상 첫 단독 대표 체제로 김 대표의 진두지휘가 이뤄지게 됐다. 

  

김 대표의 경력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호텔과 패션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이랜드파크 대표가 된 이후에도 호텔사업부에 집중해왔다. 지난해 단독 대표가 되며 외식사업부를 이끌던 박 대표의 경영공백까지 메우게 돼 김 대표의 어깨는 한층 무거워졌다. 

  

이랜드파크는 각종 악재 속에서도 지난해 외식사업부 살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표 브랜드인 애슐리의 재정비다. 지난해 초 애슐리는 죽전점, 구로2001아울렛점, 수원2001아울렛점, 안양2001아울렛점 등을 폐점했다. 2016년 말 135개에 달했던 매장을 현재 120개로 줄였다.  

 

테스트베드(시험장) 차원에서 오픈했던 마카롱 브랜드 ‘모뉴망’과 ‘글로버거’ 평촌점도 문을 닫았다. 모뉴망은 1개 매장을, 글로버거는 2개였던 매장을 1개로 정리했다. 지난 4월에는 강남에 있던 브런치 카페 ‘비사이드’ 매장도 영업을 종료한 상태다.

 

애슐리와 함께 이랜드파크의 주요 브랜드로 꼽히는 자연별곡은 지난해 8월 압구정점과 10월 김포점을 폐점하며 매장이 46개로 줄었으나 신규 메뉴를 늘리며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반면 올 초 애슐리, 자연별곡 등 이랜드 주요 브랜드의 장점을 한 곳에 모아놓은 새로운 형태의 플래그십 뷔페 ‘페어링6’를 압구정에 오픈하며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이와 함께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증가 추세에 맞춰 집에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 개발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김 대표의 사업다각화를 통한 공격적인 행보가 그동안 터진 아르바이트생 임금 미지급, 외식사업부 매각설 등 악재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의 이러한 시도와 노력이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외식시장은 단순히 가성비만으로 승부를 보기는 어려운 추세”​라며 “​신메뉴 개발과 맛 차별화, 이미지 쇄신 등의 노력이 없다면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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