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불공정거래 요소가 없는지 공정거래위원회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현대·기아차그룹이 계열사 현대캐피탈에 대한 자동차 할부금융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지원에 관련한 혐의들을 포착해 집중 조사중이다. 공정위는 국내 자동차 시장 8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현대차와 기아차에 전적으로 의지해 온 현대캐피탈의 영업 방식에 대해 일감캡티브 마켓,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캐피털 업계에서 관행처럼 이뤄져 온 이른 바 ‘캡티브(전속시장) 마켓’과 관련해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에 대해 정조준하고 있다.
캡티브 마켓이란 기업 자체 수요에 의해 형성되는 계열사 간 내부 시장을 말한다. 자동차 제조사는 구매 고객에게 필요한 할부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금융계열사 형태로 캡티브 마켓을 설립하고 있다. 캡티브 마켓으로 지정되면 전속할부약정 등이 맺어져 자연스럽게 소비자 할부 금리는 더 낮아져 소비자 효용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절대 강자인 현대·기아차그룹의 계열사란 점에서 공정위는 예의주시해 왔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에 대해 전적으로 의존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2년 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할부, 리스, 오토론 등 자동차 금융 취급 건수 51만 3816 건 중 현대차와 기아차를 취급한 건수는 50만6347건으로 98.5%에 달했다. 현대캐피탈의 총 할부 금융 수익 3589억 원 중 자동차 할부 금융수익이 3570억 원으로 99.5%를 차지또한 현대차와 기아차도 할부 금융으로 판매한 자동차 65만 3325대 중 현대캐피탈이 처리한 비중은 50만 6247대로 77.5%를 차지했다. 이렇듯 현대캐피탈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이유는 원래 현대기아차의 내부 할부금융팀에서 출발했고 영업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분사된 원인도 있기는 하다.
외국계 자동차 제조사들도 대부분 캡티브 마켓을 갖고 있다.당시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서 캡티브 영업사인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의 벤츠 취급 비중은 54.4%, BMW파이낸셜의 BMW 취급비중은 76.9% 수준이었다. 현대캐피탈과 차이가 현저한 셈이다.공정위는 현대캐피탈의 총자산에서 그룹 관련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해 현대캐피탈의 캡티브 영업을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로 보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02년 9월 자동차를 판매하면서 계열 할부금융사 이용 고객에게만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열사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지원한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해 7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04년 10월 서울 고등법원은 공정위가 현대기아차에 부과한 과징금 75억 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현대차를 할부로 살 때는 현그러나 현 정부 들어 불공정 거래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최우선 척결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공정위의 조사가 탄력받고 있다.당시 국감 현장에서 김기준 의원은 “지난 2004년 대법원에 의해 전속할부약정에 따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는 있었지만 9년전에는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며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취급 비율 98.5%는 정도를 벗어나 공정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캡티브 마켓은 모회사의 우월적 지위에 따른 불공정 성격의 영업도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캐피털사는 우선 신차구매를 중개할 때 할부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동차 딜러에게 수수료를 지급한다.통상적으로 계열 캐피털사를 이용하면 경쟁사에 비해 수수료가 낮은 게 통상적이다. 딜러가 이익을 더 내려면 당연히 계열사가 아닌 곳을 선택해야 하지만 모회사의 우월적 지위 때문에 계열 캐피털사를 주로 이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에 따라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관련업계는 전한다.
고객 개인 정보 제공 혐의도 조사
공정위는 현대차를 할부 구매한 고객의 개인 정보를 현대캐피탈에 무단으로 넘겨 부당지원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주요 영업소들은 현대캐피탈이 아닌 다른 금융사와 할부 계약을 맺은 구매고객의 세부 계약 내역을 현대캐피탈 영업소에 지속적으로 넘겨왔다. 계약정보를 파악한 현대캐피탈은 기존 계약보다 낮은 금리 조건을 제시하는 방법을 동원해 이미 타 할부사와 가계약을 맺은 고객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꼼수’영업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로 결론날 경우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을 적용해 두 회사에 대해 제재할 수 있다. 또한 금융당국은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에 대해 개인신용정보법 위반으로 제재할 수 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국감 현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캐피탈 지원 행위 여부와 관련해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조사 사실을 확인했다.
노 위원장은 “차량 할부고객 정보를 빼 현대캐피탈 이용을 강제했는지 문제와 아울러 현대차의 부당 지원행위가 있었는지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며 “몇 가지 사안이 중첩적으로 있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