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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할부금융의 ‘함정’

선결제 서비스 자칫하면 ‘현금+이자’까지 갚아야

2014.06.18(Wed) 13:19:28

사례 1

지난 1월 현대자동차 카마스터를 통해 그랜저차량을 구입한 김모씨는 아직까지 남아 있는 세이브오토 상환금에 짜증이 난다. 차량금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구입하려 했으나 카마스터가 현대카드로 결제 후 쌓인 포인트로 세이브오토 금액(50만점 상당)을 상환하라는 권유에 솔깃했다. 어차피 카드를 사용해 포인트로 50만점을 갚으면 따로 현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

다음 달 현대카드 명세서를 받아 본 김씨는 선결제로 받은 세이브오토 50만점이 모두 상환됐을 것으로 생각했다가 포인트가 34만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씨는 세이브오토가 잘못 계산된 것으로 생각하고 현대카드에 문의를 했다. 현대카드는 “세이브오토는 18만점만 상환됐다”고 말했다.현대카드는 “김씨가 앞으로 상환해야 할 포인트가 25만점이 남아 있으며 매월 사용금액의 2%만 적립 상환되며, 카드 사용금액 중 무이자할부금에는 포인트가 적립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의 설명대로 남아 있는 세이브오토 25만점을 상환하려면 김씨는 현대카드를 1200만 원 넘게 사용해야 세이브오토를 전액 상환할 수 있다.

카드사용금액도 유이자 할부와 일시불 금액만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 할부 기간 동안 현대카드 세이브오토를 전부 상환하지 못할 경우에는 현금에 이자까지 더해 갚아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현대카드 세이브오토는 현대차의 신차 구매시 고객에게 선포인트로 차량을 구매하고 카드 사용한 금액만큼 매달 포인트로 상환하는 차량구매 프로그램이다.차종에 따라 이용 금액은 다르나 50만 원,30만 원, 20만 원을 제공한다. 매월 신용카드 이용액(일시불+유이자할부)에 따라 일괄 2%씩 적립되는 포인트로 상환할 수 있다. 그러나 무이자 할부는 포인트가 적립되지 않는다.

김씨는 차량 구입 시 현대카드나 현대자동차 어느 곳도 세이브오토 상환과 관련 상세한 설명이 없었다는 사실에 사기당한 기분마저 들었다. 김씨는 뒤늦게 “현대자동차가 세이브오토 선할인 공제라는 미끼를 통해 현대카드만을 사용하라는 거 아니냐. 더욱이 상환방법을 자세히 고지하지 않은 건 고객을 기만한 행위 아니냐 ”라고 항의했으나 현대자동차의 성의 있는 해명은 들을 수 없었다.현대카드로 현대자동차를 구입한 고객 중에는 김씨와 비슷한 사례를 겪은 이들이 적지 않다.

사례 2

나모씨는 싼타페 차량을 구입하려고 만난 카마스터로부터 희한한 이야기를 들었다. 카마스터가 자신의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 할부금융을 이용하라고 권유한 것. 어리둥절해진 나씨는 현대캐피탈 할부 이율은 얼마인지 물었다. 이에 카마스터는 현대캐피탈 수수료는 5.9%이지만 신한카드 할부 상품이 조금 더 싸다고 권했다. 나씨는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에 권유에 따랐고 차량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왜 현대자동차 직원인 카마스터들이 타사의 할부 상품을 소개해 주는 걸까. 이유는 현대캐피탈의 금리가 비싸기도 하지만 카마스터들이 받는 수수료 때문이다. 카마스터들은 현대캐피탈을 소개할 경우 받는 수수료보다 타사 할부 상품을 소개해주고 받는 수수료가 최고 2배에 달한다.

현대자동차 대리점 관계자는“수수료 문제로 타사 캐피탈 상품을 많이 소개해 주다 보니 본사로부터 현대캐피탈을 이용하라는 제재가 들어왔다. 현대차는 타사 할부금융으로의 이탈을 막기 위해 대리점의 경우는 무조건 현대캐피탈을 이용하라고 지시가 내려간다”고 말했다.

   


사례 3

새내기 여성 직장인 윤모씨는 수입차 할부 광고에 혹해 낭패를 본 케이스다. ‘월 30만 원이면 수입차를 드립니다’라는 광고를 본 윤씨는 즉각 전화를 벌어 문의했다. 윤씨가 본 광고는 ‘원금유예할부제’였다.‘원금유예할부제’는 차를 살 때 차량가액의 30%를 일시에 지불한 후 나머지 원금 중 10% 정도는 할부기간(36~60개월) 동안 이자와 함께 상환하고 할부기간 종료시 잔여 60%에 해당하는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그런데 수입차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업체들은 ‘월 30만에 수입차를 드린다’고 광고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는 것.

윤씨는 이 광고를 믿고 5000만 원대 아우디A4를 구입했다. 이후 윤씨는 할부금을 포함해 자동차에만 매달 100만 원을 넘어 지출하고 있다. 따로 저축을 하기 어려워진 윤씨는 뒤늦게 후회했으나 계약을 해지하면 더 큰 손해를 볼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윤씨와 같은 사례가 급증하자 금융감독원까지 나서 충동구매를 삼가줄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은 ‘자동차 유예 할부·리스 이용현황 및 소비자 유의사항’이라는 자료를 내고 “최근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수입차를 구입하면서 약정기간 중에는 이자만 부담하고 약정기간 종료시 원금을 일시에 상환하는 유예 할부, 리스 이용이 급증함에 따라 ‘카푸어’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일반적으로 자동차 할부금융상품은 할부기간 동안 원금과 이자를 정기적으로 상환하는 구조인데 반해 유예 할부상품은 할부기간 종료시 잔여 60%에 달하는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구조여서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것. 이는 '원금유예할부제'를 잘 파악하지 않고 충동 구매할 경우 '카푸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최윤정 기자

you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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