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 나라에서 부동산 관련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주체는 크게 정부, 기업, 국민으로 나뉜다. 세 집단이 모두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모두에게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할 뿐, 어떤 집단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정부는 정치적인 집단이다. 장기적인 국가 살림살이가 아니라 다음 정권을 획득하는 것이 영순위다. 부동산 정책이 국민들에게 표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타운 정책이다. 2003년부터 시작된 뉴타운은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정부·기업·국민에게 모두 이익이 될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못했다. 10년 훨씬 지난 지금에서야 뉴타운이 부분적으로 추진될 뿐이다. 이전에 참여했던 국민들은 대부분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표심을 얻기 위한 단기 정책 추진의 결과였다.
부동산이 안정화되면 정부의 행정 집행을 원만하게 할 수 있고, 국민들의 생활도 안정이 되므로 정상적인 세금 조달이 가능하다.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부동산 안정화에 노력해야 하는 실질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들은 대한민국 부동산의 안정화가 아닌 고부가가치 산업의 한 분야로 부동산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이윤만을 추구했다.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주택 공급이 아닌,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택 분양에 관심이 많았다.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양적 공급에만 신경 쓰는 기업의 운영 방식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과거에 비해 수요의 절대량이 줄어든 지금은 국민들의 주거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이윤의 일부는 당연히 주거 복지 향상에 쓰여야 한다. 이것이 건설회사가 장수할 장기 전략일 것이다.
국민에게 부동산은 삶의 보금자리이고, 생존을 위한 3대 필수 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다. 현대에 와서는 단순히 삶의 터전을 넘어, 한 집안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자산의 역할도 한다. 최근 부동산이 주목을 받는 건 가장 영향력 있는 자산 증가 수단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앞의 수익에 눈에 멀어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가 아닌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는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부동산 활황장에서는 더욱 빈번하다.
투기성 투자는 도박과 같다.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전문 투기꾼이 아닌 일반인까지 투기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 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궁극적으로 대부분 손해를 보게 된다. 개인에게 부동산이 주 수입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에게 집은 보금자리여야 하고,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형태로만 투자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합리적인 임대와 임차의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을 단순히 상승과 하락의 이분적인 구도로 보아서도 안 된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기업·국민 중 한 주체만으로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입장에서 부동산 시장을 활용하려 한다. 집값이 폭락해야 내가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집을 사지 못하더라도 남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안 들었으면 좋겠다. 부동산으로 돈 번 사람들은 모두 사악한 사람들이고, 부동산 투기로 부자들만 돈을 벌고, 건설사 대기업 재벌들만 이윤을 얻고 있으며, 이런 부자들과 대기업 재벌들만을 위해 정부가 정책을 펴는 것만 같다.
아직도 이런 선악의 논리로 부동산 시장을 이해할 것인가? 부정적인 인식이 안정적인 부동산 시장을 위해 필요한 시각인가? 그런 비판을 하면 정부와 기업과 부자들이 반성하고, 서민들을 위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고 저렴한 전세·월세를 공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부동산이 폭락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부동산이 폭락하면 폭락을 기대한 사람들은 부동산을 살 수 있을까? 부동산이 폭락하면 부자와 부자가 아닌 자 중에 누가 이익이고 누가 손해일까?
이 칼럼을 쓰는 나도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떨어지길 희망한다. 솔직한 심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지역의, 내가 희망하는 수준의 주택을 사서 그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다. 집값이 내가 가진 돈만큼만 떨어지면 살 수 있을 테니까. 과연 그렇게 될까? 아쉽지만 시장이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 같다.
어떤 시장도 개개인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부도,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과거 모습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움직임을 통해 우리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부동산의 본질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내 욕심만으로 세상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내가 좋아하면 남도 좋아할 확률이 높다. 남들도 가지고 싶은 걸 나만 저렴한 가격에 매수할 수는 없다.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에게는 임대주택이 많이 공급되어야 한다. 공공임대는 정부가 공급을 해야 하고, 민간임대는 다주택자들이 공급을 해야 한다. 정부는 세금을 많이 걷어야 임대주택을 건설할 수 있고, 다주택자들은 이익이 있어야 전월세 물량을 시장에 내어놓을 수 있다.
만약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정책이 특정 일부 계층만을 위한 정책이라면 다음 선거에서 그 정부의 정치인을 뽑지 않으면 된다. 인기 많은 건설사가 말도 안 되는 폭리를 취하려고 하면 불매를 하면 된다. 그리고 시민단체에 고발을 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사회적인 활동은 사회적인 활동대로 해야 할 일이고, 내가 살 집은 내가 어떻게든 구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비판만 하지는 말자. 반드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무언가 실행을 해야 한다. 모든 부동산 시장이 비뚤어져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버리자. 그게 의사결정을 위한 첫 번째 단추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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