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시가 지난 8일 종로 일대에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통했다. 종로1가(광화문 우체국)~6가(동대문종합상가) 사이의 길이 2.6km의 자전거 전용차로다. 적색으로 표시된 폭 1m 남짓의 전용차로는 오직 자전거만이 통행할 수 있다. 6월 30일까지 계도기간을 갖고 7월부터는 차로위반에 승합차 6만 원, 승용차 5만 원, 오토바이 4만 원 등 과태료를 부과한다.
서울시는 자전거 전용차로를 활용한 도심의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차량 출입을 줄이고 녹색교통 인프라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선 사고 직전의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비즈한국’은 27일 직접 2.6km에 달하는 자전거 전용차로를 따라가 실태를 확인해봤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종로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시작된다. 시작점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계도원을 만날 수 있었다. 종각역 사거리까지 가는 길에 2명의 계도원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었다. 그러나 전용차로를 따라간 지 얼마 안 돼 택시 한 대가 적색 차로를 침범했다. 승객을 태우기 위해서였다.
편도 3차선 도로에서 차량이 많을 땐 ‘오토바이 전용차로’가 되기도 했다. 오토바이의 침범을 목격한 계도원은 손짓으로 침범하지 말라는 표시만 했을 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계도원은 “계도기간이라 벌금을 부과하지는 않고 경고장만 발부한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침범에 경고장을 왜 안 줬느냐는 물음에는 “너무 빈번해 일일이 경고장 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종각역 사거리에선 자전거 전용차로를 표시한 적색 도로가 직선으로 연결되지 않고 횡단보도를 따라 길을 건너게끔 만들어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색 차로는 종로4가 부근 세운상가 앞에서 끊겼다. 세운상가 앞부터는 자전거 전용차로가 아닌 자전거 우선도로가 이어졌다. 다른 도로에 비해 폭이 좁아 자전거 전용차로 공간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전거 우선도로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같은 차선에서 달리는 차로다.
하지만 말만 ‘자전거 우선’일 뿐 쌩쌩 달리는 차에 자전거는 도로 끝 쪽으로 밀려날 뿐이었다. 이 구간에는 계도원도 없었다. 종로4가 일부 구간부터 자전거 전용차로가 끝나는 종로6가까지는 물건을 상하차하는 트럭을 빈번하게 볼 수 있었다. 적색 차로에 트럭이 정차해 있는데도 계도원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종로6가 종점 인근에서 만난 한 계도원은 자전거 전용차로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차로 폭이 너무 좁다는 민원을 많이 듣는다. 펜스 없이 차로와 맞닿은 곳은 차와 부딪힐 위험이 커 개선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때 자전거를 끌고 나타난 한 시민이 계도원에게 역방향으로 타고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계도원은 “인도 이용하는 게 낫다. 역방향은 더 위험하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자전거는 ‘차마(車馬)’로 간주돼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불법이다. 또 평일 낮 유동인구가 많고 폭이 좁은 종로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인파를 헤쳐 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자전거 전용차로가 종로1가에서 6가까지 한 방향으로만 놓였다는 한계도 있다. 서울시도 이를 인지하고 청계천로 북쪽 도로에 자전거 차로 설치를 고려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차선만 그어져 있을 뿐 자동차 도로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도로 폭과 차량 통행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정된 탓이다. 자전거 문화가 발달한 해외와 달리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신호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사고 가능성이 커 보였다.
특히 야간에는 계도원들이 근무하지 않아 더 위험하다. 이날 만난 계도원들에 따르면 이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2교대로 근무한다. 근무 중에는 매 시간 10분씩 휴식을 가진다. 저녁 9시 이후에는 계도원들이 없어 자전거 전용차로는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
이 같은 지적에 서울시는 “도로 인근 상인들과 협의해 자전거 우선도로도 전용차로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신호나 도로구조 등 고쳐 나갈 부분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해외처럼 자전거를 배려하는 운전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만난 한 시민은 자전거 전용차로에 대해 ‘맞지 않은 옷을 입힌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쌩쌩 달리는 차들에 공포감이 밀려온다”며 “한강공원 생각하고 왔다가 타는 걸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은 유럽처럼 아기자기한 중소도시도 아니고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범람하는 베트남도 아니다. 중국과는 또 다르다”며 “차량 통행이 너무 많아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어도 현실적으로 자동차 수가 줄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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