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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는 그룹 총수일가의 '부품'? 불만 터져나오는 까닭

헐값 분할·합병 논란, 현대라이프 출자 등 '상처'…현대모비스 "아무 문제 없어"

2018.04.27(Fri) 16:29:31

[비즈한국]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정의선 부회장→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기타 계열사들’ 형태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 총수일가의 ‘봉’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그룹의 지배회사로서 위상을 확보했지만 외형의 대폭적인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또 정몽구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부회장의 의지로 출범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라이프생명의 자본잠식으로, 현대모비스가 지분 확보에 출자한 2500억 원이 휴지 조각이 된 상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현대모비스 사옥. 사진=최준필 기자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투자·핵심부품 사업부문(존속법인)과 모듈·AS부품 사업부문(분할법인)으로 나눠 분할법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각각 6.71%, 23.29%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 부자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30%를 팔아 확보한 자금으로 기아자동차 등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16.88%을 보유한 기아자동차다. 그 외 정몽구 회장(6.96%), 현대제철(5.66%), 현대글로비스(0.67%)가 지분을 갖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은 없었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계열사 물량으로 성장한 물류 전문기업이다. 2017년 연결기준 매출 16조 3582억 원 중 CKD사업(해외공장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부품 등을 일괄 물류 서비스를 통해 현지공장에 납입) 47.3%, 국내·외 물류 사업 38.8% 등 물류 사업에서 86.1%를 거뒀다.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5조 1445억 원 중 분할되는 모듈·AS부품 사업부문은 40% 정도인 14조 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을 흡수하면 현대글로비스는 연매출 30조 원을 넘는 회사로 두 배에 가까이 외형이 성장하게 된다. 

 

현대글로비스는 2003년 이후 매해 배당을 실시하면서 정의선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매해 1125억 원을 배당하는 등 15년간 6000억 원이 넘는 배당을 실시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금까지 현대글로비스로부터 15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았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높고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낮을수록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모듈·AS부품 사업 외형 확장이 현대글로비스 주가에는 호재, 현대모비스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분할된 모듈·AS부품 사업부문과 현대글로비스 합병비율은 0.61 대 1이다. 현대모비스의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의 세전이익 비중은 0.46 대 0.54다. 현대모비스가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현대글로비스에 떼어 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참여연대는 합병 비율이 총수일가에게 유리하게 결정될수록 현대모비스 일반주주들이 손해를 본다고 지적한다. 거래 관계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비율을 동일한 외부평가기관인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우리 단체가 어떠한 수치를 사용해도 현대모비스 분할법인의 가치가 삼일회계법인의 추정치를 일관되게 상회한다”며 “합병 비율의 바람직한 산정을 위해 현대모비스가 회사의 이익을 대리하는 외부평가기관을 다시 선정해 분할·합병비율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입장자료를 통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출자구조 재편과 관련해 세 차례 투명경영위원회와 한 차례 이사회를 열어 충분히 검토하고 설명하는 등 관련 법령과 절차를 준수했다”고 반박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를 통해 합병 비율이 결정됐다. 이사회를 거쳤고 오는 5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주총 승인이 완료되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을 거쳐 7월 1일자로 분할·합병된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기업설명회(IR)를 ​활발하게 ​개최하면서 “미래 자동차산업 기술 경쟁력을 선도하고 전략적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매년 8% 성장을 달성해 2025년 존속법인의 매출을 44조 원까지 늘리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당사는 글로벌 종합물류유통기업으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모듈·AS부품을 흡수해 제조업도 하게 되면 당사를 어떻게 소개해야 될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노조와 연대해 합병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현대차와 2사 1노조로서 현대차 단체협약을 적용받는다. 현대모비스 노조 관계자는 “모듈·AS부품 사업의 글로비스 분할·합병안에 대해 사측은 노조에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며 “이는 단체협약 위반이며 ​재벌 승계를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성토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분합 합병안의 이사회 통과는 현행법상 어떠한 문제도 없다. 노조와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왼쪽)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 사진=비즈한국DB·현대자동차


한편 현대차그룹은 2012년 2390억 원을 들여 녹십자생명 지분 96%를 인수해 현대라이프생명을 출범했다. 현대라이프생명 출범에는 정몽구 회장의 사위이자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대표이사인 정태영 부회장의 의지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라이프생명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 전반에 관여했지만 현대라이프생명은 출범 이후 6년간 단 한 해도 흑자를 못 냈고 누적 당기순손실만 2800억 원에 달한다. 

 

현대라이프생명은 현대차그룹의 결정에 따라 현대모비스가 출자했기에 출범할 수 있었다. 현대라이프생명 출범 초기 현대모비스는 58.61%를 보유한 최대주주였고 2012년 10월과 2014년 6월 각각 1000억 원가량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총 2500억 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현대라이프생명이 2016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현대모비스 보유 지분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현대라이프생명의 3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불참해 지분율이 30.3%에서 17.1%로 줄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의 불황 가운데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현대라이프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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