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남북정상회담 몇 달 전부터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남북경협 관련 테마주가 화두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남북경협주로 꼽히는 남광토건은 2017년 내내 6000~8000원 수준의 주가를 유지했다. 지난 3월 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한 대북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후 상황이 바뀌었다. 3월 5일 6590원이었던 남광토건의 주가는 일주일 후인 3월 12일에 1만 700원으로 올랐고, 4월 19일 2만 6050원, 20일 3만 1450원이 됐다. 이후 하락세를 거듭해 남광토건의 27일 종가는 2만 6050원이다.
주택·토목 건설업체인 남광토건은 2007년 개성공단에 철골공장을 설립했다. 또 북한 516건설기업소와 도급 계약을 맺고 합작회사 설립까지 검토했다. 남광토건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770억 원, 21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회사가 어려웠지만 2017년 1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2015년 3024억 원에서 2017년 1156억 원으로 하락했다.
남광토건과 비슷한 예로 좋은사람들이 있다. 속옷 전문기업 좋은사람들은 2007년 개성공단에 공장을 설립했다. 좋은사람들은 개그맨 주병진 씨가 1991년 설립한 회사. 주 씨는 2008년 의료업체 이스트스타어패럴에 경영권을 넘겼고, 현재는 방송프로그램 제조업체 컨텐츠제이케이가 최대주주다.
3월 5일 좋은사람들의 주가는 3965원이었지만 꾸준히 상승해 4월 19일에는 8640원을 기록했다. 남광토건과 마찬가지로 이후에는 하락세를 보여 27일 6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3월 5일 대호에이엘의 주가는 1355원. 1년 전인 2017년 3월 6일의 1535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들린 후 꾸준히 상승을 거듭해 4월 19일 종가는 4230원을 기록했다. 대호에이엘은 4월 26일 3450원까지 하락했지만 남북정상회담 당일인 27일 3920원으로 다시 올랐다.
비료 생산업체 경농과 남해화학도 남북경협주로 꼽힌다.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이 본격화하면 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병만 경농 회장이 북한에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2016년 초 경농은 전 임직원이 모금한 1500만 원을 통일나눔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남해화학의 국내 비료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3월 5일 5820원이던 경농의 주가는 4월 19일 7490원까지 올랐다. 남해화학 역시 같은 기간 1만 2500원에서 1만 8900원으로 뛰었다. 경농과 남해화학의 27일 종가는 각각 6850원, 1만 6450원이었다.
레저기업 에머슨퍼시픽은 2008년 5월 금강산 관광단지에 금강산 아난티 골프 & 온천 리조트를 건설해 운영에 들어갔다. 두 달 후인,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리조트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영업도 재개되기에 남북경협주 1순위로 꼽힌다.
에머슨퍼시픽의 주가는 지난 3월 5일 2만 8000원에서 4월 19일 4만 1300원으로 올랐다. 다른 남북경협주와 마찬가지로 최근 일주일간은 하락세를 보여 26일 3만 6150원으로 떨어졌다. 남북정상회담 당일인 27일에는 3만 7700원으로 올랐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세계평화공원 조성은 2013년부터 논의된 내용으로 당시 생태공원 조성업체인 자연과환경이 테마주로 꼽혔다. 세계평화공원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부분은 없으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선정되지 않았다.
자연과환경의 주가는 지난 3월 5일 1795원에서 4월 19일 2580원으로 올랐다. 자연과환경의 27일 종가는 2475원이다.
남북경협주들은 대부분 4월 19일까지 상승세를 기록하고 이후 하락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는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세인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리스크와 낮은 배당성향의 변화 가능성에도 외국인 매도세는 한국 시장의 전망을 단기적으로 흐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모든 논리를 외국인 매도가 압도해버린다”며 “긴축 강화, 달러화 강세,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실적악화가 외국인이 매도를 보이는 이유로 거론된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으로 남북경협주의 상승을 예상하지만 무조건적인 투자는 경계한다. 하나금융투자는 25일 발표한 리포트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시대 개막과 투자전략’을 통해 “한반도 내부 항구적 평화 기조 고착화 가능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해소·완화의 직간접적 계기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며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시대 개막과 분명한 연결고리를 지닌 옥석 가리기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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