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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의 탈을 쓴 임대업' 법적 지위 모호한 셰어하우스 실태

임대차 계약서 없고 세액공제 어려워…국토부 "규제할 방법 없다"

2018.04.26(Thu) 18:50:06

[비즈한국] “앞마당에 불이 크게 났어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 어려울 만큼. 소화기가 없었고 물을 퍼 나르면서 소방차를 기다렸어요. 이러다가 죽겠구나 싶었습니다.” 

 

김 아무개 씨(25)는 24평(81.72㎡) 남짓한 ‘셰어하우스’에 본인 포함 남자 9명이 함께 살았다. 석 달 전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가 큰 불로 번졌지만 집에 소화기가 없었다. 화재 이후 셰어하우스 운영자가 소화기를 사줬다. 김 씨는 “그 전에는 누구 하나 소화기 살 생각을 안 했다. 내 집이라기보다는 셰어하우스고 업체에서 관리해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서울시내 한 셰어하우스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박현광 기자

 

셰어하우스는 말 그대로 집을 함께 쓰는 주거 공유다.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자연스레 인맥도 형성할 수 있어 젊은 층에서 각광받는다. 최근엔 청년 주거 대책으로 급부상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서 셰어하우스를 공급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셰어하우스 업체가 큰 집을 빌려서 여러 명에게 재임대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1인실, 2인실, 4인실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지만 홍대 앞과 신촌 일대 셰어하우스는 월세 60만 원, 보증금 100만~150만 원이다. 이 지역 원룸 시세는 월세 60만 원에 보증금 1000만 원선. 신촌 지역 셰어하우스에 8개월째 살고 있는 차 아무개 씨(22)는 “학생이라 비싼 보증금이 부담돼서 셰어하우스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한 집에 사는 인원은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9명. 홍대 앞에 위치한 한 셰어하우스 직원은 “보통 학생들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있다가 나간다. 남녀 공용도 있고 분리된 집도 있다”며 “관리비를 따로 받아 냉장고부터 수저까지 우리가 다 공급해준다. 공용 개념이 강해서 관리해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 셰어하우스 검색 사이트엔 수도권 지역 매물만 1385개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한 셰어하우스 검색 사이트에 나온 매물은 ​수도권 지역만 1385개. 수요와 공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규제는 전무한 상태다.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주무관은 “셰어하우스 사업은 개인과 개인 간 임대차계약으로 이뤄지기에 숙박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숙박시설이 아니기에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위생, 안전, 화재 등을 점검할 필요는 없다.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민간임대정책과 관계자는 “임대업은 따로 사업자등록을 할 필요가 없다. 개인 간의 계약이기에 규제를 하기 어렵다. 물론 셰어하우스는 새로운 개념이라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미비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현재로선 임대를 하는 행위 자체가 위법하진 않다”고 보탰다.

 

관련 규제가 없다 보니 셰어하우스 운영은 제각각이다. ‘​비즈한국’​이 방문한 홍대 앞과 신촌 일대 셰어하우스 5곳 중 임대차계약서를 쓰는 곳은 없었고, 계약서 자체를 쓰지 않는 곳도 있었다. 소화기가 비치된 집은 단 2곳에 불과했다.

 

임대차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셰어하우스에 맡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숙명여대 근처 셰어하우스에서 2년째 사는 한 직장인(28·여)은 “개인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라 계약서를 쓴 적도 없다. 그래서 소득공제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월세의 경우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월세 52만 원인 신촌 지역 한 셰어하우스 2인실. 모든 가구는 업체에서 공급한다. 사진=박현광 기자

 

홍대 일대 셰어하우스에 사는 이 아무개 씨(27)는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선 임대업일지 몰라도 사는 사람 입장에선 모든 물품을 업체에서 공급해주고 관리해주기에 숙박시설로 느껴진다”며 “자체적으로 생활지침을 만들지만 아무래도 공동생활이기에 예상치 못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국내 1인 가구는 539만으로 전체 가구의 27.8%에 해당한다. 2025년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월별 평균 서울 유입 인구는 12만 3000명. 공동 주거 필요성이 강조되는 실정이다. 경남 창원에서 서울로 올라온 김태광 씨(24)는 “서울에 혼자 올라온 지방 사람은 힘들고 외로운데 셰어하우스에서 살면 사람들과 가족같이 지낼 수 있어 위로가 된다”며 “셰어하우스가 경제적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보탰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과 교수는 ​“셰어하우스 사업은 일반 주거 건축물 어디서나 가능하기에 건물을 규제하기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맞다”며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보면 화재나 사고 발생률이 높아진다. 국토부든 소방청이든 관련 부처가 협력해 셰어하우스라는 업종에 안전, 위생, 화제 규제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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