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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가 뭐길래…' 삼성 지배구조 걸린 보험업법 개정안 비사

19대 국회서 갑론을박 끝에 무산…20대 국회도 이견 좁히지 못해 논의 지지부진

2018.04.26(Thu) 17:38:20

[비즈한국]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삼성 지배구조 논란의 핵심적인 부분이고, 삼성도 논란으로부터 자유롭게 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시행하기 전에 삼성 스스로 자발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삼성이 발칵 뒤집힐 만한 발언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여야의 갑론을박으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 의견차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종걸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의 지배구조를 뒤흔들 메가톤급 파워를 지니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국회선진화법 시행 후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 본회의 상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삼성 입장에서는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안심하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 삼성생명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취득가’와 ‘시가’의 차이

 

이종걸 의원이 19대, 20대에 연이어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자산을 ‘취득가’가 아닌 ‘시장가’로 산정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대주주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 및 주식 소유의 합계액’이 ‘자기자본의 60%와 총자산의 3% 중 적은 것’을 넘지 않도록 되어 있다. 이를 삼성생명에 적용하면 삼성전자 주식을 자산의 3% 이상 보유할 수 없다. 법률의 취지는 고객의 자산을 대규모로 가진 보험사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부실 계열사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약 1062만 2814주(2017년 말 기준, 지분율 8.59%)를 소유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시기는 ‘1980년 이전’으로 ‘최초취득금액’ 기준 주식가치는 5690억 원이다. 2017년 말 삼성생명 자산 282조 7138억 원(2017년 말 기준)의 0.20%에 불과하다. 

 

동일한 사업보고서에서 삼성생명은 현재가를 반영한 삼성전자의 ‘장부가액’을 27조 669억 원으로 기재했다. 이는 총자산의 9.57%에 해당한다.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산의 3%(약 8조 4814억 원)를 초과하는 18조 5855억 원대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8.23%에서 2.58%로 낮아지게 된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계열사 포함)의 지분은 20.11%(2017년 말 기준)에서 15.46%로 낮아지게 된다. 특수관계인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삼성생명의 지분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이건희 회장 등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 19대 국회-김기식 의원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19대 국회 때 삼성생명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은 2014년 4월 7일 이종걸(대표발의)·홍종학·배기운·황주홍·민병두·이학영·추미애·심상정·김제남·박영선·김기준·김현미·김기식·은수미 의원(14명)이 발의했다. 

 

발의 내용을 살펴보면,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총자산 및 자기자본은 시가를 반영하지만 다른 회사의 채권·주식은 취득원가를 평가기준으로 하고 있어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해 11월 25일 정무위원회 상정 당시 검토보고서를 보면, 은행·상호저축은행 등 타 금융회사는 주식·채권 소유금액에 대해 시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반면, 보험회사는 ‘아무런 이유 없이’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개정안의 부칙에서는 보험사가 보유자산을 시가로 반영할 경우에 초과된 부분은 매년 20% 이상 5년에 걸쳐 매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토보고서에는 반대 의견도 포함하고 있는데, ‘보험회사의 대주주 및 계열회사에 대한 투자한도 규제는 부당지원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취지상 취득시점의 규제에 해당하므로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부당지원’을 판단하려면 지출 시점에 실제로 사용된 금액만 따지면 된다는 논리다. 

 

반대 의견의 두 번째 이유로, 보험사가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계열사 주식을 보유했는데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위법 행위가 되어 대량의 주식을 강제로 매각하게 되면 신뢰보호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모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2013년 말 기준으로 약 14.4조 원의 계열회사 주식을 향후 매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특정 회사에 대한 과도한 조치가 될 수 있음’이라고 씌어 있다. 여기서 ‘모 생명보험회사’ ‘특정 회사’는 삼성생명이다. 

 

또 보험사의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대주주 및 계열회사에 대한 투자한도 규제는 연혁상으로나 규제목적상으로도 취득시점의 규제로 이행되며, 보험은 장기계약의 성격을 가지므로 단순한 자산가치 변동에 따라 규제준수 여부가 좌우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이 기술돼 있다. 일본의 경우도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 포함됐다.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위 법안이 실질적으로 논의된 것은 법안 발의 후 1년이 갓 지난 2015년 4월 27일이다. 2014년 12월 1일 소위원회에서 언급됐지만, 배석한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정부 측 입장을 정리한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요청으로 검토가 마무리된다. 검토할 법률안이 125개인 데다 주요 법안들조차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김용태 소위원회 위원장(당시 새누리당)은 “우리가 굉장히 많은 법을 다뤄야 되는 거를 확인했다. 법안들 내용 하나하나가 간단치 않다. 이제 정부 관계자 입장을 들어야 되는데 이걸 무슨 수로 다 듣겠느냐”며 정찬우 부위원장에게 “서면자료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도 실무 공직자들이 좀 힘들겠지만 각각 법안에 대한 입장을, 수용·부분수용·​수용불가를 적시한 자료를 다음 심사 때 제출해 주기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2015년 4월 27일 회의에는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이 출석해 이 법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원장이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보아 법안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금융위원장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임 위원장은 “2005년 한 번 논의됐는데 그때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시가로 투자한도를 결정하면 굉장히 변동성이 커지고, 보험업의 경우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이 “일본의 경우도 취득원가를 적용한다”고 얘기하자 김기식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본은 보험사만이 아니고 다른 데(은행 등)도 다 취득원가를 쓰지 않나? 보험사만이 아니고. (우리는) 다른 데는 다 시가로 하면서 유독 보험사만 취득원가로 한다. 일본처럼 법률체계를 다 취득원가로 하면 그게 일률적인 거다”라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삼성생명 자산평가는 시가로 하지 않나. 취득원가로 하면 삼성생명 자산이 어마무시하게 줄게 된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볼 수 있겠나. 다른 업권은 다 시가로 하고 보험사조차도 총자산은 시가로 하면서 자산운용 규제와 관련해서만 취득원가로 한 것은 누가 봐도 명백히 삼성을 위한 삼성의 입법 아니냐”라고 말을 이었다. 서류상으로 ‘모 보험회사’로 표현된 것을 ‘삼성생명’으로 콕 집어 ‘삼성 봐주기’라고 꼬집은 셈이다.

 

이후의 논의는 입법조사관이 제출한 검토보고서에 나온 찬반 내용과 유사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김기식 의원은 끝까지 삼성을 물고 늘어졌다. 그는 “삼성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에 이런 희한한 법체계가 만들어진 거다, 솔직한 얘기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지분을 유지해야만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유지되기 때문에 법으로 온갖 예외를 만들어 이 체제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적어도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슨 특정 재벌도 아니고 특정 가문의 지배권을 위해 존재할 수 없다면 단계적으로라도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갈 거냐라는 안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로 돌아와, 삼성 입장에서 이런 김 의원이 금융감독원장에서 낙마한 것은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일임을 회의록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반대 의견을 가진 김용태 소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관계를 통해 지배구조의 큰 축을 갖고 있는데, 이 법이 변동될 거라는 가능성이 나오는 순간 삼성생명, 삼성전자 주가에 큰 변동이 있을 거라고 본다. 이걸 보유한 사람들은 항상성을 전제로 주식을 보유하거나 자산운용을 하고 있을 텐데 법이 이 부분을 매우 중대하게 변경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수많은 법률안을 심의해야 하는 국회 입장에서는 통과 가능성이 없는 법률안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는다. 이후 이 법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 없이 19대 국회가 마무리됐다. 

 

# 20대 국회-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음을 확인한 자리

 

20대 국회에서도 이종걸 의원이 대표발의로 동일한 법안이 2016년 6월 22일 발의됐다. 발의자는 이종걸·전재수·제윤경·김경진·심상정·안규백·한정애·민병두·노회찬·신경민·박용진 의원(11인)이다. 19대와 비교해 이종걸·민병두·심상정 의원이 동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법안 내용은 19대 때와 동일하고, 소유 제한 주식을 해소하는 시간이 5년에서 7년으로 는 것이 차이다.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 법안이 다뤄진 것은 2016년 11월 21일이다. 익숙한 법안이어서 그런지 의원들이 한 마디씩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서 심의가 이뤄졌다. 

 

19대 발의 때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던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자산평가를 하는데 내 것은 시가로 잡고 남의 것은 지금 몇 배로 커졌을 텐데 옛날 가격으로 잡아 내 보유 자산의 안정성을 기하는 것 아닌가? 국민들이 이거 모른다, 주식투자, 자산보유 이런 거에 별로 관심이 없으니까. 그런데 국민들이 알면 이것은 국가기관이, 국회마저도 특정 회사 봐주기라고 욕먹는다. 이거 늘 안 된다고만 하지 말자, 이제는 우리가 전향적으로 어떻게 단계적으로 해소할 것인가 고민하자 하는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은 “작년 4월달 언론 내용인데, 보험업법 개정 당시 재경부 고위관계자가 (중략) 보험업법만 취득원가로 한 것은 단 하나의 회사 때문에 했다라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이것이 삼성생명에게 굉장히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부칙에도 무려 7년이나 회수할 수 있는 기간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계속 이런 식으로 끌고 갈 문제는 아니다. 삼성그룹도 일정 부분 스스로 그룹의 소유구조 개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되고, 그런 과정에 이런 법안들도 정상화시켜서 촉매역할을 해야 되지 계속 뒤따라갈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논의해서 반드시 통과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종석 의원(자유한국당)은 “이 개정안의 취지가 뭔지 잘 모르겠다. 이것으로 투자가 활성화되는지 일자리 창출이 되는지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는지. 기업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자는 좋은 취지인 것은 알겠는데, 보험업이 은행이나 금융투자업과 다른 장기투자이고 더군다나 보험 가입자들의 자산인데 이것을 강제매각하게 한다는 것은 입법취지가 아니라고 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지상욱 의원(바른미래당)은 “입법취지, 타 금융과의 형평성 문제 등 다 이해한다. 그런데 이 경우 시가평가를 하면 보험사의 적립금이 과다하게 늘어나는 부작용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자꾸 한 회사를 들여다보고 삼성을 봐주느니 이런 것을 떠나 이것을 했을 때 우리 경제·사회에 어떤 큰 문제점이 도래할 수 있느냐 하는 차원에서 신중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삼성하고 관련 두지 말자”고 말했다. 

 

채이배·지상욱 의원은 현재 소속 정당(바른미래당)이 동일하지만, 회의 당시 채 의원은 국민의당, 지 의원은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결국 찬반 의견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채 이 법안에 대한 논의는 마무리됐다. 2017년 2월 22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목록에 이 법안이 올랐지만 회의에서 논의되지는 않았다. 이후 대통령 탄핵과 대선 등이 있었고, 해당 법률은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전례에 비춰보면, 20대 국회에서 삼성생명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내용이 복잡해 일반 국민의 여론이 국회를 떠밀 가능성도 낮다. 삼성 입장에서는 조급해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지금은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재판을 앞둔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정책적인 수단으로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삼성이 어떤 대응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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