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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무기체계를 얼마나 바꿀까

단기적 영향력은 제한적…전략무기와 5대 게임 체인저는 유지될 듯

2018.04.26(Thu) 07:25:20

[비즈한국]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 남북정상회담 자체는 이번이 세 번째지만, 10년 6개월 만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자, 회담의 상황 자체가 지난 정상회담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이 가까워진 남북관계로 상호 교류가 활발한 상태에서, 그 결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으로 남북 간의 긴장이 심화되고 북폭과 전쟁의 위기설이 팽배한 시점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으로 긴장이 완화된 결과 이루어진 드라마틱한 결과다. 즉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의 ‘결과’라면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많은 변화의 ‘원인’이 될 것이다.

 

킬체인의 주력이 될 보라매 전투기. 사진=KAI


그래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비핵화를 포함한 군사적 긴장상황의 해소라고 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될 것인가에 대해 남북한은 물론 전 세계가 초유의 관심사를 가지고 회담 결과에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감히 예측하기로는 회담 결과와 관계없이 우리 군의 국방개혁과 전력증강의 방향성이 수정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당장 큰 성과가 나와 비핵화가 진전되거나, 반대로 좋지 않은 결과로 남북갈등이 커지더라도 국방개혁으로 군의 체질을 개선하고, 신개념 무기체계를 도입할 필요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일단 ‘비핵화’가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언급되는 만큼, 비핵화에 대해서 소폭 혹은 큰 폭의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당장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항하여 우리가 준비 중인 신개념 무기체계와 군사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은 없다.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비핵화 과정에서 필요한 제반 여건과 위험요소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서 큰 틀의 합을 하고, 이를 지킨다는 선언 자체만으로도 지난해의 남북 간 긴장관계보다 크게 진전된 일이지만, 북한은 이미 예전에 핵사찰을 받아들여 일부 핵시설에 대해서 외국 전문가들의 실사를 받거나, 핵물질 제조 시설 일부를 해체한 전력이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즉 북한의 비핵화 선언은 환영할 일이지만 일부 핵시설의 해체나 핵물질 저장소가 일부 공개되는 상태에서 북한은 얼마든지 다시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 시도에 대비해 미사일 방어체계인 KAMD와 핵무기 발사 징후 감지 시 선제타격을 하는 ‘킬체인’ 전력에 중점을 두는 현재의 국방개혁의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 상상하기 싫지만 만약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동결 혹은 중지했다가 다시 가동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핵무기를 통한 선제공격과 전쟁까지 대비하는 상황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모형 핵탄두를 보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KCNA


북한이 예상 이상으로 진전된 비핵화 의지와 행동을 보인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지만, 결론적으로 한국군은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대비태세를 놓칠 수가 없다. 

 

가령 김정은 위원장이 과거보다 훨씬 진전된 비핵화 방법론을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큰 틀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핵보유국의 지위 포기’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 핵무기와 ICBM 보유를 시도했다가 중도에 포기한 것이 아니라, 핵무기와 ICBM을 완성했음에도 포기했다는 사실을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에 강조하여, 비핵국가로 새롭게 바뀌게 될 북한과 북한을 여전히 지배할 김정은 정권에게 많은 대가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핵물질 및 미사일 제조시설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과 검사가 외국 감시단에 의해서 이루어질 것인데, 북한이 협조를 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제조한 모든 핵물질과 장거리 미사일의 수집과 해체, 불능화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런 전면적인 비핵화 상태가 진행된다면 북한과 남한, 우리 한민족 전체에게는 크나큰 복이겠지만 이런 상황을 싫어할 사람들이 과연 이것을 용납할지는 의문이다. 가령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군부세력에 대한 대량 숙청작업을 벌였는데, 비핵화 과정에서 외국인들의 출입과 군사시설에 대한 개입은 군부세력들의 반발과 쿠데타, 특히 핵무기 탈취를 위한 쿠데타의 유혹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핵무장에 반사이익을 얻는 외부 세력들의 공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북한이 전면적인 비핵화 의지와 진행을 보인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예의주시하면서 육군이 만들고 있는 ‘5대 게임체인저’ 중 하나인 특임여단, 드론봇 전투단, 공정사단 등으로 유사시 북한지역에 개입, 핵무기를 사용하고자 하는 외부세력 및 북한 세력에 대한 참수작전을 수행하고, 비핵화 의지가 있는 세력과 연합작전을 벌여 북한지역의 안정화 및 중요 요인에 대한 보호를 수행할 필요성이 크다.

 

다시 말해 우리 군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와 비핵화 성과에 관계없이, 북한의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전력과 신무기, 신개념 부대를 육성하는 데에 당분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천궁 포대. 사진=국방과학연구소


세부적 내용으로 보자면 우리 군이 새롭게 주목해야 할 신개념 무기체계들은 몇 가지 있다. 가령 비핵화와 별개로 종전 선언과 북한과의 상호 긴장완화 노력이 진전될 수 있는데, 남북한이 DMZ(비무장지대) 내외에 배치된 전력을 상호 합의하에 철수 혹은 축소하게 된다면 우리 군의 남침 시 방어전력이 상당 부분 수정되어야 한다. 

 

DMZ가 최전선이자 완벽하게 지켜야 하는 방어선으로 GP와 GOP에 밀집된 병력을 배치하는 현재의 상황이 달라지면, 우리 군은 장갑차와 고기동 차량으로 무장한 기동부대가 유사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기동방어 전략으로 바꾸고, DMZ를 완벽히 방어하는 개념을 포기하는 대신 DMZ를 뚫고 내려온 탈북자나 귀순자를 일정 범위 내에서 추적하는 국경 방어개념의 전력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이때 기동방어를 상정하는 것은 사실상 DMZ에서 우리 군의 병력이 철수 혹은 후퇴할 경우, 북한의 특수부대나 탈북자들이 DMZ를 쉽게 넘어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넘어온 적에 대한 신속한 소탕을 목적으로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DMZ 병력 철수 후 그 임무를 이어받게 될 기동 방어부대는 장갑차와 차량으로 신속한 기동이 가능함은 물론, 장갑차에는 북한 특작부대의 IED·로켓 테러를 막기 위한 능동 방어장비와 함께, 무인 지상 전투차량으로 순찰지에 매설된 급조폭발물을 제거하는 기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이 국경 방어에 무인정찰기를 사용 중인 것을 감안하여, 우리 역시 군단급 무인기에 수풀 속에 숨은 사람을 찾아낼 수 있는 초 광대역 레이더를 장착하여 감시임무에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물질을 검사할 수 있는 WC-135W. 사진=theaviationist


그 밖에, 남북한 NLL(북방한계선) 구역에서의 긴장완화를 위한 약속이 이루어진다면, 불필요한 남북한 병력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무인 수상정으로 NLL 경비 및 불법 어로작업을 하는 어선을 단속해야 할 수도 있다. 무인 수상정으로 NLL을 경비한다면 우선은 북한 해군과의 충돌 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여 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무인 수상정에 각종 비살상 무기를 장착하고 충돌 및 어선 추진기를 EMP로 불능화하는 등의 기능으로 불법어로작업을 단속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성실하게 수행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핵물질 및 방사능물질 원격 탐지기술을 개발하여 이를 상시 가동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425계획’으로 불리는 국산 정찰위성에 초분광 카메라를 장착하여 특수 물질의 유출 여부를 파악하고, 미국이 보유한 WC-135W 콘스턴트 피닉스와 같이 핵물질을 원거리에서 수집할 수 있는 무인·유인 정찰기의 개발도 필요하다. 

 

현재 건조중인 ‘장보고3’급 차세대 잠수함을 개량해 핵물질을 포집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를 운용하거나, 잠수함의 잠망경에 대기물질 수집 센서를 장착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걱정거리는 일본이다. 일본은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에 자신들의 의제를 올리기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데, 우려할 만한 것은 북한이 ICBM뿐만 아니라 모든 중단거리 탄도탄 폐기도 요구한다는 점이다. 만약 이것이 실체화되면 북한과 중국, 미국은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의 중단거리 탄도탄인 ‘현무-2’, ‘현무-3’에 대한 감축 혹은 폐기에 대해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속칭 ‘일타 쌍피’를 노리는 셈인데, 우리는 이런 일본의 요구에 신중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할 필요가 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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