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재계 1위와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사다. 두 회사의 출발은 EPC(설계·조달·시공) 중심이었으나 주택사업까지 영위하는 현대엔지니어링과 달리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중심의 사업 위주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해 외형을 두 배 이상 확대한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사업의 부실로 수년째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주춤한 삼성엔지니어링을 매출 등 외형 면에서 추월했다. 2017년 시공능력평가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7위, 삼성엔지니어링은 14위다.
수년간 지속되어 온 저유가 시대는 중동 오일머니의 약세로 이어지면서 두 회사 모두에게 매출 역성장이란 타격을 줬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중공업이나 삼성물산과 합병설이 제기되는 곳이다. 현대엔지니어링과 삼성엔지니어링은 2017년 창사 이후 각각 43년, 47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노총 건설기업노조 지부 형태로 노동조합이 출범하면서 사측은 긴장하고 있다.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사장과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회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로서 두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 성상록, 35년간 화공플랜트 한 우물
성상록 사장은 2017년 2월 현대차그룹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선임됐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신임 사장이 선임된 것은 4년 만의 일이었기에 당시 인사를 두고 화제가 됐다. 성 사장은 1982년 현대엔지니어링에 입사해 화공사업부에서 근무를 시작해 35년간 한 분야에서만 주요 경력을 쌓아 온 화공플랜트 전문가다. 그는 화공사업부에서 상무보,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친 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성 사장은 우선 매출 확대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2014년 2월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와 합병하면서 합병 직전인 2013년 매출 2조 5899억 원에서 합병 첫 해인 2014년 5조 6775억 원으로 급증했고 2015년 7조 3485억 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2016년 6조 9406억 원, 2017년 6조 2862억 원 등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성 사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내부적으로 2년 연속 외형적 성장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와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돼 국내외 건설시장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성상록 사장은 ‘현장통’으로 해외 발주처와의 수주협상 일선에서 진두지휘한 경험도 풍부해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신규 수주 회복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 사장의 취임 이후 괄목할 만한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7년 3월 국내 건설사로서는 이란에서 수주한 역대 최대인 3조 8000억여 원 규모의 사우스파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올 들어 4월 태국 방착 정유공장 프로젝트에 대한 EPC 공사를 2900억여 원 규모에 수주하는 등 해외 사업에서 날개를 달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대주주인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를 공동 사용하고 있다. 성 사장 취임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울 신반포 22차 재건축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돼 처음으로 강남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는 등 재건축사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성상록 사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선언했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 지분이 각각 2.28%와 1.74%밖에 없어 11.72%를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을 자금원으로 활용해 왔다.
증권가에선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의 단독 상장 또는 현대건설과 합병 후 우회 상장을 통해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과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 최성안, 구조조정 효과 위에 재도약 추진
최성안 사장은 2017년 12월 전임 박중흠 사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에 내정돼 2018년 1월 열린 이사회에서 공식 선임됐다.
최성안 사장은 1989년 4월 삼성엔지니어링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전 사업부문을 두루 거쳤다. 그는 에너지사업팀 상무보와 상무, 조달부문장과 조달본부장 전무를 거쳐 화공사업본부장 부사장과 플랜트사업1본부장 부사장으로 재직해오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최성안 사장의 선임을 두고 삼성엔지니어링의 주력사업인 화공플랜트의 경쟁력 회복과 수주 확대에 초점을 둔 인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3년과 2015년에 각각 1조 280억 원, 1조 4543억 원대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해외사업 부실 탓이었다. 대규모 적자로 인해 한국신용평가의 산용등급평가에서 BBB+ 등급을 받는 등 신용평가에도 악영향을 받았다.
전임인 박중흠 사장은 2013년 삼성엔지니어링의 구원투수로 영입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내실을 다졌고 2016년 1조 26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금난에 숨통을 틔웠다.
전임 사장의 구조조정의 토대 위에 최성안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의 명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 사장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1월 태국 최대 국영에너지기업인 PTT 자회사 PTTGC로부터 6704억 원 규모의 올레핀 플랜트 건설공사 계약을 따냈고 2월 아랍에미리트 국영정유회사로부터 3조 4000억 원 규모의 정유플랜트를 수주하는 등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12억 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71.4%(88억 원) 증가했다. 최 사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차별적 경쟁력 확보로 지속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설계와 구매, 시공의 각 기능별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수익성 강화를 통해 신용등급 회복 등에 나서겠다”고 부연했다.
삼성그룹은 2018년 1월 EPC 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TP)팀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업영역 재조정과 함께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 문제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그룹 내 재편이 일어날 경우 삼성엔지니어링 CEO로서 최성안 사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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