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는 종종 미국, 일본과 비교되곤 한다. 특히 일본 부동산 시장은 거품 붕괴의 대표 사례로 비교 대상이 된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대한민국 경제가 일본을 따라가는 형태로 발전해 왔기에 일본 경제의 주요 모습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예측하는 잣대로 자주 활용된다.
특히 ‘잃어버린 10년’이니 ‘20년’이니 하는 경제 불황의 단면은 한국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경고가 되고 있다. 한국도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처럼 부동산 폭락을 겪게 될 것인가. 일본의 부동산 폭락 사례를 보면서 스스로 판단해 보자.
일본은 197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세계 경제의 중심지였다. 무역 규모라는 양적인 면에서는 미국이 당연히 세계 최대였지만, 질적인 면에서 일본이 압도적인 1위 국가라는 것은 그 당시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일본이 세계를 제패했던 주요 상품은 전자제품이었다.
그 중 대표 주자는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인 워크맨이었다. 전 세계의 중심인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스포티한 옷을 입고 조깅을 하는 멋진 몸매의 남녀 사진에는 어김없이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세계 최대 경제 강국, 최대 소비국인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람들이 워크맨을 사용했다.
당시 워크맨의 위상은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했던 것보다 대단했다.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이 닥치기 전까지 누구도 일본 경제에 불황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1970~1980년대에 일본은 남아도는 유동성 자금을 대부분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했다. 주식은 미국 지수보다 더 높게 올라갔고 부동산은 단기간에 몇 배씩 상승했다. 부동산 수요가 폭발하자 일본의 중심인 도쿄는 물론이고 도쿄 주변 지역에 여러 신도시를 개발했다.
신도시의 부동산 가격도 도쿄를 위협할 만큼 올라갔다. 이러한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올라타기 위해 기업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 일반 중산층, 심지어는 경제력이 부족한 경제적 하류층도 부동산 매입에 동참했다. 돈이 없어도 은행에서 주택 평가금액만큼 대출이 가능했고, 심지어는 주택시세 이상도 대출을 해주었기 때문에 누구나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일본 국민 대부분이 부동산 투자에 뛰어든 것이다.
전문 투자기업이나 전업 투자자가 아닌 일반인이 대규모로 시장에 참여하면 통상적으로 거품경제가 형성된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평가한다. 거품이 형성되면 상품의 가치평가와 무관하게 시세 상승만을 기대하는 투기성 투자만이 남게 된다. 거품경제에서 투자 이유는 단 하나다. 시세 차익을 보기 위한 투기성 투자다.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투자는 투기성 투자가 대부분이었다. 실수요가 아닌 가수요였기 때문이다.
경제 불황이 오자 투기성 거품으로 올라간 경제지수가 급속하게 하락했다. 폭락이 계속되었고, 최고가의 20분의 1 가격으로 내려간 곳도 있었다. 실제 사용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매입한 대가였다.
대한민국 사례를 보자. 대한민국 아파트 역사 40년 동안 최고점을 찍은 때는 2006년이다. 평균 시세는 2018년 4월 현재가 높을 수도 있겠지만, 물가 수준을 감안한다면 2006년이다. 또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대한민국 부동산의 중심지인 서울만 보면 2006년도가 고점이었다.
1980년대 일본과 2006년의 한국을 비교해 보자. 2006년 서울의 부동산이, 일본처럼 폭락에 폭락을 할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과열된 시장이었나? 당시 서울이 과열된 시장이었던 것은 맞다. 일반 세대도 누구나 투자를 하고 싶어 했으니까. 그래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일본만큼 과열된 시장은 아니었다. 두 나라를 비교할 때는 조건이 유사해야 한다. 일본은 한국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만한 수준의 나라가 아니다. 당시 세계 경제 규모를 비교해 보면 미국이 압도적인 1등이었다. 미국의 위상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경제력을 합한 것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당시 3위국은 독일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독일은 당시 유럽 모든 나라의 경제력을 합한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동독을 흡수 통일할 수 있었다.
일본의 경제 규모가 어떤 수준이었느냐 하면, 그렇게 대단했던 독일을 포함해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모든 나라 경제력을 합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넘쳐나는 부동성 자금이 있었기에 말도 안 되는 부동산 거품이 생겼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부동산 시장을 참고만 해야지, 그렇게 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무지한 분석이다. 일본 부동산의 면면을 보면서 배워야 할 점은 우리나라의 부동산도 일본처럼 폭락한다가 아니라 어떻게 거품이 형성되었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느냐다.
일본은 부동산 폭락을 경험했음에도 여전히 잘나가는 선진국이다. 세계에서 빚이 제일 많은 나라 중 한 곳인데도 부강하다. 도쿄의 부동산 가격은 현재도 계속 오르고 있다. 폭락한 것은 신도시들이다. 일본 부동산이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현상은, 우리나라 부동산을 지역별로 분석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투기성 부동산 투자는 거품으로 연결되고 금융 문제까지 이어진다. 일본 사례보다 미국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더 생생한 교훈을 주었다. 미국 금융권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금융에 영향을 주었다. 서브 프라임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인 저축은행들은 한국에서도 부동산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하는 회사들이었다. 수익이 나지 않는 부동산 사업은 저축은행과 주요 건설사들을 도산하게 만들었다. 그 여파로 한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왔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금융위기는 오히려 한국 부동산 시장의 성장에 좋은 기회가 되었다. 부동산 과열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확실하게 교훈이 됐으며, 지역별 부동산 정책이 달라져야 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미국과 일본을 통해 알 수 있는 교훈은, 투자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일반 세대가 맹목적 투기에 참여하게 놓아두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삶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돼야지, 손쉽게 돈을 버는 수단으로 변질되면 반드시 거품이 발생한다. 거품일 때는 절대 거품인 줄 모른다. 사고가 난 후에야 거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일본, 미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집을 통해 누구나 쉽게 부를 증식할 수 있다는 메시지보다, 거주가 우선이 되는 부동산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건설사는 투자의 제1 목적이 시세차익이 아니라 행복한 주거 생활임을 적극적으로 캠페인 해야 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투자 목적이 아니라 거주 목적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잊지 말아야 할 투자의 정석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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