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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뉴페이스] 오쿠라 키쿠오 소니코리아 대표 "스마트폰 인정받는 날 온다"

오사카외대 한국어 전공한 지한파 CEO…소탈한 성품과 한국 시장 이해도 '강점'

2018.04.20(Fri) 19:33:58

[비즈한국] 1992년은 일본 버블경제가 무너진 해다. 우리나라가 겪은 IMF 외환위기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충격이 일본 경제 전반을 강타했다. 부동산부터 주식시장에 걸쳐 무려 1500조 엔(약 1경 6500조 원)의 자산가치가 허공에 사라졌다. 교토 출신으로 오사카외국어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대학생 오쿠라 키쿠오가 소니에 입사한 해도 같은 1992년이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입사 2년 만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홍콩, 라틴아메리카, 말레이시아 해외 각국으로 발령돼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26년 만인 올해 3월 소니코리아 대표이사에 올랐다.

 

지난 3월 새롭게 소니코리아 대표이사에 취임한 오쿠라 키쿠오 사장. 사진=이종현 기자

 

오쿠라 사장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일상적인 대화도 거의 대부분 알아듣는 것은 물론 비즈니스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 결코 어려움이 없다. 지금까지 모든 외국계 기업 지사장 중 가장 한국어를 잘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2010년까지 소니코리아 CEO(최고경영자)를 맡은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이후로 가장 잘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 전 세계 누빈 26년 ‘소니맨’

 

소니는 다른 일본 기업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재미있고 유별난 기업이다. 오쿠라 지사장이 신입사원 시절인 1992년에도 직급을 막론하고 직원 간 상호 호칭은 ‘OO 상(씨)’이었다. 사장이나 회장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위계질서가 확실한 일본 조직문화에서 이는 대단히 파격적인 조치다.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거나 도와주는 문화도 없다. 일은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는 주의다. 당시 소니 신입사원들은 선배들로부터 늘 회사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빨리 그만두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들어야 했다.

 

오쿠라 사장은 젊은 시절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어를 전공한 이유도 그래서다. 특별히 한국과 인연이 있어서가 아니라, 영어는 기본, 제2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고른 전공이다.

 

19일 서울국제사진영상전에 오쿠라 키쿠오 신임 지사장이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소니 부스를 방문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해외 지사에 근무할 때도 늘 현지 언어를 습득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어와 한국어를 비롯해 중국어, 스페인어도 구사 가능하다. 사석에서 오쿠라 사장에게 언어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 나라에서 일할 때는 곧잘 하다가도 다른 나라로 발령 나면 전부 잊어버린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오쿠라 사장은 카메라 마니아이기도 하다.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사진 찍기를 즐겼다. 지금 소니의 주력 사업 분야 중 하나가 ‘알파’ 시리즈로 잘 알려진 디지털 카메라인 것은 우연이자 그에게는 축복이다. 당시만 해도 소니가 카메라를 만든다는 것은 일본에서조차 상상하기 힘들었다.

 

소니가 코니카미놀타 광학 부문을 인수하고 첫 DSLR 카메라 ‘알파100’을 출시한 지도 12년이 흘렀다. 이제 소니는 캐논, 니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카메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결과적으로 오쿠라 사장에게 소니는 몸에 딱 맞는 옷과 같은 직장이었다.

 

# 한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최대 강점

 

2012년 히라이 카즈오 CEO 취임 이후로 소니는 대대적인 경영 쇄신을 진행했다. 돈이 되는 사업부는 살리고, 그렇지 않은 사업부는 철저히 도려냈다. 대신 각각의 사업부 간에 사업 연계를 극대화하는 ‘원 소니(One Sony)’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소니의 군살은 이제 거의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자로 발목을 잡는 사업부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스마트폰 사업조차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물론, TV는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 3월 히라이 카즈오 CEO는 회사를 완전히 흑자로 되돌려 놓은 공로로 이사회 회장에 추대되며 경영 일선에서 화려하게 물러난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오쿠라 키쿠오 소니코리아 사장은 평소 한국인 직원과 스스럼 없이 의견을 주고받는다. 사진=이종현 기자

 

2007년부터 5년 동안 소니코리아에서 컨슈머 프로덕트 본부장으로 근무한 오쿠라 사장은 ‘원 소니’가 시작된 2012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소니 지사장을 거쳐 지난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역동성도 좋았지만, 돌아오게 돼 가장 좋았던 점이 음식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에 친숙하다.

 

비단 언어뿐 아니라 소니코리아에서 다른 한국 직원들과 근무한 경력이 길기에 소통 면에서는 이전 사장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 내부에서도 소탈하면서도 솔직한 성품을 가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업무 역량적인 측면에서 오쿠라 사장의 최대 강점은 한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다. 과거 소니가 국내에 TV를 판매하던 2000년 후반에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들과 직접 경쟁을 해본 경험도 가지고 있다. 당시 소니가 내놓은 브라비아 TV는 지나치게 가격이 비싸기도 했지만, 국내 양대 가전사의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 “스마트폰 통해 고객 경험 확대할 것”

 

소니코리아는 국내 가전사와의 무리한 경쟁보다는 잘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히라이 카즈오 회장의 경영 전략과도 같은 맥락이다. 컨슈머 부문에서는 TV 판매를 중단하고 카메라와 오디오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캠코더나 방송장비 등 이미 소니가 독보적인 시장에서는 방어를 철저히 했다. 그 결과 소니코리아는 2010년 이후로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소니는 TV 시장에서 OLED 디스플레이를 내세운 프리미엄 전략이 맞아떨어지며 크게 선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쿠라 사장은 다시 한국에서 TV 사업을 시작하는 것에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오쿠라 사장은 고객 경험 확대를 위해 스마트폰 분야에 더욱 주력할 뜻을 밝혔다. 사진=이종현 기자


새롭게 소니코리아 대표이사를 맡은 오쿠라 사장에게 주어진 임무는 단순히 매출 확대나 이익률 개선이 아니다. 그는 소니 제품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고객층 확대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답을 TV보다는 스마트폰에서 찾을 계획이다. 스마트폰은 TV 못지않게 한국 기업이 잘하는 분야다. 애플과 쌍벽을 이루는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내수 시장 비율이 무려 65%에 달한다.

 

오쿠라 사장은 “소니가 DSLR을 처음 시장에 내놓을 때만 해도 아무도 지금처럼 잘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며 “스마트폰 역시 꾸준히 만들다 보면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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