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7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창규 KT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KT의 전·현직 임원들이 법인자금 4억 3000만 원을 국회의원 90여 명에게 불법 후원했다는 혐의에 따른 것이다.
다음날인 18일, KT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황 회장은) KT 회장직을 유지한 채 사정당국에 소환된 첫 회장으로, 이를 바라보는 KT 노동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며 “이제라도 즉각 이사회를 개최해 황 회장의 거취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KT새노조는 이어 “황 회장은 최순실 재단에 거액을 출연했을 뿐 아니라 최순실 씨가 추천한 이를 광고담당 전무로 특채해 최순실의 회사에 광고를 몰아줬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말하는 ‘광고담당 전무’는 이동수 씨로 최순실 씨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이 전 전무는 현재 L 사에 근무 중이다.
# L 사는 어떤 회사?
L 사의 역사는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아무개 대표는 1990년 7월 콜센터 장비업체 L 사를 창업했다. 그는 1995년 영화제작사를 설립해 유명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영화제작사는 2005년 KT에 인수됐다.
2006년 검찰은 약 530억 원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김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2007년 2월 법원은 김 대표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고, 김 대표는 2008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L 사는 2006년 음원업체 창업자 박 아무개 씨에게 인수됐고, 2012년 곽 아무개 씨가 다시 인수했다. 사명이 변경된 L 사의 이후 구체적인 근황은 전해지지 않는다.
2009년 5월 김 대표는 과거 그가 설립한 회사와 사명이 같은 L 사를 설립했다. L 사는 애니메이션 제작 및 영상캐릭터 완구 등을 유통하는 회사다. 2014년 말, L 사는 과거 KT에 매각했던 영화제작사를 되찾았다. L 사는 이 밖에 게임개발사 L 게임즈, M 광고대행사와 H 사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L 사의 2017년 매출은 273억 원, 영업이익은 13억 원이다.
# 차은택과 L 사, 자회사 H 사의 관계
2016년 말 차은택 전 단장은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이동수 씨를 KT 전무로 취직시키고,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에 광고를 몰아주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 조사 결과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는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2016년 2월 KT는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와 O 사 두 곳을 광고대행사로 선정했다. O 사는 2011년 2월 설립된 광고대행사로 2014년 7월 서울시 중구 장충동에 있는 웰콤시티에 입주했다. O 사의 주주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L 사의 자회사 H 사도 2015년 1월~2017년 6월 웰콤시티에 사무실을 뒀다.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H 사의 매출은 2015년 54억 1800만 원에서 2016년 100억 3500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영업이익 역시 8억 5900만 원에서 11억 1100만 원으로 늘었다. H 사 설립일이 2015년 초이기에 2015년에는 회사의 본격적인 영업이 힘들었을 수 있다.
2016년 H 사의 행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O 사가 KT로부터 수주 받은 광고 중 상당량을 H 사가 기획한 것이다. 이에 대해 L 사 관계자는 “광고대행사끼리 협업은 일반적인 일로 H 사와 O 사는 이전부터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협업해왔다”며 “H 사가 KT로부터 수주를 받거나 특혜를 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H 사는 차은택 전 단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H 사의 신 아무개 대표는 2015년 3월까지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빌딩에 거주했다. 당시 이 빌딩의 지분 2 분의 1은 차은택 전 단장이 가지고 있었다. 이 빌딩은 2015년 12월 R 사가 매입해 현재는 R 사 소유다. L 사 관계자는 “일반적인 주택임대차계약에 의한 거주였다”며 “다른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이동수 전 전무 측과도 가까운 사이로 전해진다. H 사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신 대표와 이 전 전무의 아내 이 아무개 씨가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L 사는 왜 이동수 전 전무를 채용했을까
지난해 3월 이동수 전 전무는 차은택 전 단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로 돌아가면)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는 (KT 광고대행사 입찰) 서류 심사에서 탈락할 게 명확하다”고 진술했다. KT 인사 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는 “당시에는 (내가)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 추천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동수 전 전무는 2016년 11월 KT에서 사임했고, 현재 L 사에서 근무 중이다. 그의 SNS에도 2018년 1월부터 L 사에서 근무 중이라고 적혀 있다. 이 전 전무의 SNS에 따르면 그의 근무지는 L 사 중국 상하이지사다. L 사 관계자는 “그는 아시아, 중국 광고시장 전문가”라며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고용했다”고 전했다.
이 전 전무의 아내 이 아무개 씨는 이전부터 L 사 임원으로 근무했다. 아내 이 씨가 정확히 언제부터 L 사에서 근무를 시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L 사 상하이지사를 이끄는 사람도 아내 이 씨다.
지난해 11월 차은택 전 단장은 KT에 이 전 전무를 채용하게 하고,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선정되게 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KT의 다른 광고대행사인 O 사와 이 전 전무가 현재 근무 중인 L 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L 사 관계자는 “우리는 매년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을 포함해 여러 기업의 광고영상 CG(컴퓨터그래픽)를 제작하는 포스트프로덕션으로 특정 기업에서 특혜를 받아 수주한 사실이 없다”며 “이미 L 사와 이 전 전무 등은 관련 의혹과 무관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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