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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청춘스타에서 '슈퍼맨' 엄마로, 다이안 레인

침체기와 개인사 시련 극복하고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배우 인생 현재진행형

2018.04.18(Wed) 23:36:03

[비즈한국]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익어가는 것이다. 1980년대 청춘스타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던 다이안 레인은 기나긴 침체기를 겪고 원숙한 배우로 거듭나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흔치 않은 배우다. 

 

흐르는 세월 속에 쉰을 훌쩍 넘은 다이안 레인은 10대 시절의 영광을 뒤로하고 1980년대 중반 이후 1990년대까지 삶과 배우 활동에서 적지 않은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실패로 인한 세파는 그녀를 배우로서 거듭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고 우아한 외모로 나이를 들어가게 하면서 비슷한 연배 여배우들에게 찾아보기 어려운 아우라를 뿜어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영화 ‘언페이스풀’ 스틸 컷.

 

다이안 레인과 같은 시기 청춘스타로 군림했던 피비 케이츠와 왕조현은 이미 은퇴한 지 오래다. 소피 마르소는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고 세기의 미녀로 꼽혔던 브룩 실즈 또한 미미한 활동을 이어가는 수준이다. 

 

다이안 레인은 연기 강사였던 아버지와, 나이트클럽에서 노래와 춤을 추고 한때 ‘플레이보이’​ 모델이기도 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1965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했다. 부모로 인해 자연스럽게 연예인으로서 끼를 물려받은 그녀는 명감독 조지 로이 힐의 눈에 띄면서 데뷔작인 ‘리틀 로맨스’(A Little Romance, 1979)에 출연, 단숨에 전 세계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리틀 로맨스’​는 13세 소년과 소녀의 너무나 깜찍하고 당돌한 러브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황순원 원작 소설 ‘소나기’​처럼 ‘리틀 로맨스’​의 주제는 순수한 사랑. 다이안 레인은 이 영화에서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미국인 소녀 로렌 역을 맡았다. 

 

로렌은 어느 날 거리에서 자신만큼 똑똑한 소년 다니엘을 만난다. 소년과 소녀는 즉시 사랑에 빠지나 로렌의 어머니는 딸이 별 볼 일 없는 가정에서 자라는 다니엘을 만나는 것을 반대한다. 로렌과 다니엘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탄식의 다리 밑에서 키스를 하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을 듣고 파리에서 베네치아로 도피 행각을 벌인다. 로렌과 다니엘의 도피행각을 돕는 노인 줄리어스 역에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출연해 영화의 중량감을 드높이고 있다. ​ 

 

 

‘리틀 로맨스’는 천진난만하면서도 어른스러운 두 주인공과 영화 내내 등장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지며 관객을 사로잡고 서서히 결말로 향해간다. 

 

로렌과 다니엘은 우여곡절 끝에 베네치아 탄식의 다리 밑에 도착하고 캄파닐레 종이 울릴 때 키스를 한다. 결국 헤어지지만 소년과 소녀는 영원한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이안 레인은 ‘리틀 로맨스’에서 보여준 귀엽고 예쁜 외모와 함께 뛰어난 연기력으로 단숨에 할리우드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그는 1980년대 전반까지 브룩 실즈, 피비 케이츠와 함께 할리우드 아이돌 여배우 3강 체제를 유지했다.

 

영화 ‘리틀 로맨스’ 스틸 컷.


‘리틀 로맨스’는 어디까지나 유년 시절의 해맑은 사랑을 다뤘다. 성숙한 여성으로서 다이안 레인의 매력을 영화팬들에게 각인시킨 영화는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Streets Of Fire, 1984)라고 할 수 있다. 다이안 레인은 이 영화에서 인기 여성 록싱어 엘런 역으로 분했다. 현란한 조명 아래 화려한 외모로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다이안 레인의 매력은 치명적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전형적이고 진부한 편이다. 호시탐탐 엘런을 자기 여자로 만들려는 오토바이 갱단의 두목 레이븐(윌렘 대포 분)은 어느 날 무대에서 공연하는 그녀를 납치한다. 엘런의 옛 애인 톰 코디(마이클 파레)는 누이로부터 이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와 레이븐을 무찌르고 엘런을 구한 후 훌쩍 떠난다는 내용이다. 


메가폰을 잡은 월터 힐은 액션과 SF 장르에서 일가를 이룬 명감독이다. 그는 권선징악으로 정형화된 미국 서부극을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를 통해 영화를 제작한 시점인 1980년대로 옮기고자 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줄거리임에도 군더더기 없는 내용의 빠른 전개와 화려한 영상미로 관객의 몰입도를 극한으로 몰고 있다.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의 압권은 톰과 레이븐의 결투와 이후 떠나는 톰의 뒷모습을 보며 열창하는 엘런의 모습이다. 톰과 레이븐은 이 영화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던 슬레지 해머를 들고 결투를 벌이는데 미장센이 돋보인다. 엘런을 무사히 구출한 톰은 결국 변변한 작별 인사조차 하지 않고 떠나는데 이때 엘런이 ‘Tonight is what it means to be young’ 을 격정적으로 부르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비록 영화에서 노래하는 다이안 레인의 목소리는 립싱크지만 마치 자신이 부르듯 열정적으로 연기를 해 진짜 같다.  ‘Nowhere Fast’, ‘I can dream about you’ 등 영화에서 나오는 곡들도 귀에 착착 감길 만큼 훌륭하다.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는 1984년 12월 지금은 사라진 서울 국도극장에서 개봉됐다. 당시 생소했던 돌비 스테레오 시스템으로 영화의 음향이 재생되면서 대단한 화제를 낳았다. 특히 음악 공연 장면에서 상영관에 있는 수십 개의 스피커에서 쏟아져 나오는 입체적이고 육중한 사운드는 영화를 듣는 즐거움까지 관객에게 선사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선 흥행에 실패했지만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다이안 레인은 물론 톰 역으로 출연했던 마이클 파레 역시 매우 매력적이다. 고전적인 미남 마스크의 마이클 파레는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이후 뚜렷한 히트작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영화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스틸 컷.

영화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스틸 컷.


같은 해 다이안 레인은 리처드 기어와 함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커튼 클럽’​(The Cotton Club)에 출연했지만 영화는 비평과 흥행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거두며 막을 내렸다. 

 

이후부터 다이안 레인은 긴 침체기를 겪어야 했고 사생활에서도 시련에 시달렸다. 그녀는 팝 메탈의 전설적 밴드 본 조비의 리드 보컬 존 본 조비와 한동안 연인 관계를 유지했고 결국 헤어지더니 ‘하이랜더’ 시리즈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램버트와 결혼했지만 1994년 이혼했다. 

 

크리스토퍼 램버트는 이후 소피 마르소와 결혼했지만 다시 이혼했다. 다이안 레인은 이후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조슈 브롤린과 2004년 결혼했지만 2013년 다시 이혼했고 현재 돌싱으로 지내고 있다. 

 

다이안 레인은 시련을 통해 스타 의식을 버리고 진정한 배우로서의 길을 택했고 조연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199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 배우 중 한 명인 웨슬리 스나입스가 원톱 주연한 ‘머더 1600’(Murder 1600)에서 다이안 레인은 핵심 조연인 니나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백악관 화장실에서 정체불명의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을 수사하는 레지스(웨슬리 스나입스)와 니나는 윗선의 집요한 수사방해에도 손을 잡고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

 

 

다이안 레인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작품은 ‘언페이스풀’(Unfaithful, 2002)이었다. 그는 이 영화에서 부족할 것 없는 중년의 유부녀 코너 섬너 역을 맡아 한 청년의 유혹에 빠져 불륜을 저지르는 역을 소화해 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바람(wind)은 불륜의 발단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로 쓰이고 있다. 코너가 홀로 시내에서 쇼핑을 하는 날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었다. 입고 있던 스커트가 들썩일 만큼 심한 바람에 코너는 넘어져 무릎을 다친다. 사고를 목격한 청년 폴은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가 치료를 해준 뒤 노골적으로 유혹한다.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생활이 지속되면서 내면에 권태가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일까. 코너는 숨겨진 욕망을 억제 못하고 폴의 유혹을 받아들인다. 이제 영화는 코너의 남편인 에드(리처드 기어 분)가 아내의 불륜을 알고 위태로워진 가정을 지키기 위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결말로 치닫는다. 이 영화에서 다이안 레인은 유혹에 시달리는 중년 여성의 복잡한 심리를 탄복할 만한 연기로 표현해 냈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 스틸 컷.

영화 ‘저스티스 리그’ 스틸 컷.


다이안 레인은 로맨틱 코메디 ‘투스카니의 태양’(Under The Tuscan Sun, 2003)에서 지나치게 무거웠던 ‘언페이스풀’의 코너와 확연하게 다른 중년 여성 프란시스를 소화해 낸다.

 

프란시스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눈 맞아 도망가며 삶에 치인 작가다. 프란시스는 친구로부터 여행 티켓을 받아 이탈리아 투스카니로 가게 되고 이곳에서 무턱대고 오래된 집을 사서 살게 된다. 다이안 레인은 이 영화를 통해 2004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다이안 레인은 히어로물의 남자 주인공 어머니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녀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아나킨 스카이워커 역으로 유명한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주연한 ‘점퍼’(Jumper, 2008)에서 주인공의 어머니 역할을 맡았다. 

 

헨리 카빌이 클락 켄트와 슈퍼맨으로 등장하는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 2013)부터 최근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 2017)까지 다이안 레인은 어머니 마사 켄트 역을 맡고 있다. 다이안 레인은 마사 켄트 역을 맡으면서 여배우로서 치장을 버리고 백발의 머리에 전혀 화장기 없는 미국의 시골 여성으로 출연하고 있다. ​ 

 

이처럼 주·조연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다이안 레인의 배우 인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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