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소주시장은 전통의 라이벌 ‘참이슬’과 ‘처음처럼’으로 양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두 기업은 저도수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며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두 기업을 이끄는 1962년생 동갑내기 ‘수장’에게도 자연스레 이목이 쏠린다.
# 오너 일가 속 빛난 ‘내부인사 출신’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하이트진로는 2005년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합병하면서 출범했다.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진로’는 1924년 평남 용강에서 설립돼 창업 100주년을 바라보는 국내 최장수 브랜드로 꼽힌다. 오랜 역사를 가진 하이트진로는 단일 브랜드 최고 판매량을 기록 중인 ‘참이슬’을 내세워 국내 소주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이트진로를 이끄는 김인규 대표이사는 1962년생으로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하며 주류업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30여 년 동안 인사, 마케팅, 경영기획, 영업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쳐 사장까지 오른 내부인사 출신이다. 2009년 하이트맥주 영업본부 본부장, 2010년 하이트맥주 부사장을 거쳐 2011년 하이트맥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2014년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경영 일선을 떠나며 현재까지 김 대표 단독 경영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매출 1조 8899억 원, 당기순이익 127억 3596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 0.02%, 66.8%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872억 4974만 원으로 전년 대비 29.6% 감소했다.
유형별로 보면 소주사업부문에서 매출액 1조 538억 원, 영업이익 1164억 원의 호실적을 냈다. 반면 맥주사업부문은 매출 7736억 원, 영업손실 289억 원을 기록했다. 소주에서 번 돈을 맥주에서 잃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올해 기존 맥주공장 매각 계획을 철회하고 맥주 라인 일부를 소주로 대체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채비를 마쳤다.
업계에선 2조 원대 국내 소주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을 약 52%대로 추산한다. 정확한 시장점유율은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원사간의 판매자료 미제출로 2013년 이후 집계되지 않는다. 수년간 40%대 후반대던 점유율이 50%대 초반으로 늘어난 것은 지방의 판매량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점유율은 알 수 없지만 경쟁업체들의 성장으로 줄곧 40% 중후반을 웃돌던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이 50%를 상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산·경남 등 지방 지역으로 판로를 확대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주류시장 내 저도주 열풍에 힘입어 ‘참이슬’ 브랜드를 전면 리뉴얼하고 16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0.6도 낮춘 17.2도를 출시했다. 업계 2위 롯데주류 ‘처음처럼’도 19일부터 도수를 낮춘 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혀 업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경쟁업체들의 약진 속에서도 하이트진로가 확실한 고지 선점을 일궈내면서 김 대표의 경영능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품질관리’와 ‘혁신’을 강조했다. 퀸즈에일, 자몽에이슬, 망고링고, 이슬톡톡 등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을 선보이며 주류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4년에는 글로벌 주류 기업으로의 도약 의지를 담아 ‘소주 세계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2024년 소주의 해외 매출을 현재보다 4배 정도 키운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홀딩스 대주주인 박문덕 회장에서 박태영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불거져 나온 상황에서 김 대표의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점도 부각된다. 지난 3월 16일 하이트진로는 박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려던 주주총회 안건을 철회했다고 고시했다.
이에 앞서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박 회장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에 제재를 가한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맥주공캔을 구매하는 유통단계에서 서영이앤티를 끼워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챙겨줬다. 서영이엔티의 최대주주는 지분의 54.44%를 보유한 박 부사장이다.
# 롯데 주류부문 첫 대표 된 이종훈 롯데주류 대표
시장점유율의 절반가량을 선점하는 하이트진로에 비해, 롯데주류의 시장점유율은 약 18%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2006년 출시된 ‘처음처럼’을 통해 소주시장의 ‘저도주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21도가 주를 이루던 당시 20도 처음처럼으로 부드러운 소주를 소비자에게 각인시켰고 2007년엔 19.5도로 낮췄다. 업계 1위이던 하이트진로도 참이슬 후레쉬 도수를 19.5도로 맞췄다. 이러한 패턴은 한쪽이 내리면 다른 한쪽도 내리는 식으로 2014년까지 계속됐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롯데주류를 이끄는 이종훈 대표는 김인규 대표와 마찬가지로 1962년생이다. 경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오비맥주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 두산주류가 롯데에 인수되며 롯데주류 영업전략팀장, 롯데주류 경인영업부문장(상무), 롯데주류 영업총괄본부장(전무) 등을 역임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롯데칠성음료 주류BG(롯데주류) 대표 자리에 올랐다. 롯데칠성음료가 롯데주류(전 두산주류)와 2011년 합병한 뒤 주류부문에 대표이사를 따로 선임한 것은 이종훈 대표가 처음이다. 이전까지 롯데칠성음료는 이재혁 현 롯데그룹 식품BU장(전 롯데칠성음료 대표)이 음료부문과 주류부문의 대표를 겸임했었다.
이 대표는 두산주류 때부터 영업에 잔뼈가 굵은 영업 전문가로 꼽혔다. 영업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처럼’을 비롯해 2014년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를 시장에 안착시키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이트진로의 김 대표가 소주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왔다면, 이 대표는 맥주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롯데주류가 지난해 6월 선보인 피츠는 이 대표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2014년 클라우드 출시 이후 3년 만이며 롯데칠성음료의 분리 경영 이후 처음 나온 제품이기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피츠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피츠 성공 여부는 회사 주가 못지않게 직장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끝까지 책임지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성공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농담 섞인 포부였지만 피츠의 성공 여부가 직장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할 만큼 비장함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받아 든 첫해 성적은 좋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0.7% 소폭 증가한 2조 2792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8.5%나 감소한 754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음료사업은 당분류 등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주류사업의 경우 ‘피츠’의 마케팅 비용과 7000억 원을 들인 맥주 제2공장 증설 등으로 손실이 컸다.
다만 피츠가 클라우드 출시 초기보다 빠른 속도로 팔리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적을 기대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피츠는 출시 100일 만에 4000만 병이 팔렸고, 8개월여 만에 누적 판매 1억 병을 돌파했다. 이는 2014년 클라우드가 출시 100일 만에 2700만 병이 판매된 것과 9개월여 만에 누적 판매 1억 병을 돌파한 것보다 빠른 추이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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