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영화배급사 가운데 절대 강자는 누굴까. ‘빅4’라 불리는 CJ E&M,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의 지난해 관객점유율은 총 44%. 1위를 차지한 CJ E&M이 15%에 그쳤다. 강자는 있지만 절대 강자는 없는 산업이 바로 영화배급이다.
지난 3월 관객점유율 1위는 롯데엔터테인먼트다. 소지섭, 손예진 주연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관객 223만 명을 끌어들이며 17.4%를 기록했다. NEW는 10위 밖으로 순위가 밀렸다. 지난 2월 류승룡 주연 영화 ‘염력’ 이후로 이렇다 할 영화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관객점유율 4위, NEW는 5위를 기록했었다. 고작 한 달 사이에 순위가 널뛴 것이다.
대작 의존도가 높아지며 영화산업은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월 관객 점유율 1위 영화는 외화 ‘블랙팬서’였다. 국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외국 영화를 들여오는 해외 배급사와도 각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1위로 평가받는 CJ E&M조차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관객점유율 순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산업 규모는 2014년 이후 제자리걸음 중이다. 영화업계 종사자는 위협을 오래전부터 감지해왔다. 자신만의 돌파구가 필요한 이때, 롯데엔터테인먼트와 NEW는 각각 해외 투자배급과 드라마 제작·배급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 ‘제작보단 투자·배급’ 안정성 바탕 해외 진출, 차원천 롯데시네마 대표
롯데시네마는 영화관 사업뿐 아니라 영화 수입·배급 사업도 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영화 수입·배급 사업할 때 쓰는 대외적 명칭이다. 차원천 롯데시네마 대표(61)는 ‘관료형 실력파’로 알려져 있다. 호남석유화학 회계팀에서 15년간 재무관리 능력을 쌓은 뒤 1999년 발탁돼 롯데그룹 경영관리팀을 지휘했고, 롯데정책본부에서 전반적인 유통 라인을 관리했다.
차원천 롯데시네마 대표(61). 사진=롯데시네마 제공
‘안전제일’. 차 대표의 경영방식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롯데시네마가 해외 사업을 펼치던 2013년 지휘봉을 잡은 그는 ‘빠름’보다는 ‘안정’을 추구했다. 롯데시네마가 먼저 깃발을 꽂은 베트남 시장 주도권을 CJ E&M에 넘겨주기는 했지만 당시 20%대였던 국내 멀티플렉스 시장 점유율을 30%대로 끌어 올리며 그룹의 신임을 받았다.
차 대표의 ‘안전제일 경영’은 영화배급 사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화배급사가 제작부터 투자, 배급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도맡는 최근 추세와 달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제작은 하지 않고 투자·배급만 한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제작은 제작사에 맡기고 전적으로 투자와 배급 사업만 한다”며 “기본적으로 안정을 추구하지만 신인 감독과 작업을 많이 한다. 공격적으로 나서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시네마는 독립법인이 아니라 롯데쇼핑에 속해 있다. 지난해 6월부터 롯데쇼핑에서 법인 분리·독립을 추진했지만 경영권 고평가를 이유로 법원에 가로막혔다. 따라서 의사결정이 더디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주력사업에 밀려 주도적인 경영전략을 짜기도 어렵다. 이를 감안했을 때 롯데시네마의 2016년 매출액 6910억 원, 영업이익 346억 원은 나름 준수한 성적표다.
롯데시네마는 오는 6월부터 ‘롯데컬처윅스’라는 이름으로 새출발한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롯데시네마는 처음엔 백화점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사업으로 출발했다. 콘텐츠 개발이 롯데쇼핑 사업 방향과 차이가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독립을 통해 콘텐츠 개발에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해외 진출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제작·배급 라이선스를 딴 상태라 앞으로 현지 제작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 ‘사업다각화로 불안정성 최소화’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NEW) 회장
김우택 NEW 회장(54)은 1990년 삼성물산 뉴욕지사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1996년 동양글로벌로 회사를 옮기며 경력을 쌓아갔다. 1997년 돌연 어린이방송 채널 ‘투니버스’ 부장을 맡으며 미디어업계에 발을 들였다.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NEW) 회장(54). 사진=NEW 제공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김 회장은 직장생활도 범상치 않다. 2001년 메가박스 상무보에 올라 영화 사업에 뛰어들었고 2002년 쇼박스 대표로 자리를 이동한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투동막골’, ‘괴물’, ‘디 워’ 등 굵직한 작품을 성공 반열에 올렸다. 능력을 인정받아 2008년 메가박스 대표에 발탁된다. 그 후 설립한 회사가 NEW다.
직원 4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현재는 90여 명 규모로 커졌다. 여전히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지만 당당히 ‘빅4’로 불린다. NEW는 2013년 영화 ‘7번방의 선물’로 관객 1281만 명 동원하는 ‘대박’을 터뜨리며 국내 투자·배급사 매출 1위에 오르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태어난 지 5년 된 어린아이가 대학생을 이긴 형국이다.
2014년 영화 ‘변호인’ 관객 1137만 명, 2016년 영화 ‘부산행’ 관객 1156만 명으로 기세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힘든 시기를 맞이했다. 영화 ‘강철비’, ‘악녀’, ‘더 킹’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영화 스트리밍 채널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옥자’는 상영거부 논란에 휩싸이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해 부진한 성적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 945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에서 51억 원 손해 본 것이다.
올해 기대작 ‘염력’마저 흥행에 실패하며 그림자가 드리웠지만 믿는 구석은 있다. 드라마다. NEW는 2016년 드라마 제작사 자회사인 ‘스튜디오앤뉴’를 설립해 송중기, 송혜교 주연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제작·배급했다. 결과는 말이 필요 없는 대박. 현재 ‘미스 함무라비’, ‘기기괴괴’, ‘뷰티인사이드’, ‘무빙’ 등 드라마 4편이 출격 대기 중이다.
NEW 관계자는 “드라마뿐 아니라 음악, 영화, 해외 판권 등 다양한 분야 자회사를 두고 사업다각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음악 제작 및 매니지먼트 사업을 위한 ‘뮤직앤뉴’, 스포츠 산업을 담당하는 ‘브라보앤뉴’, 해외 판권을 관리하는 ‘콘텐츠판다’ 등 다양한 문화 사업을 통해 수익과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엔 ‘씨네큐’라는 이름을 짓고 멀티플렉스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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